수협이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항소심에서법원이 원심을 취소하고 상인들의 손을 들어줬다.

수협은 노량진 수산시장 구상인들에게 사용금지한 구시장 인근 주차장 사용료(5억5368만원)와 용역 사용비(33억6550만원) 등 모두 39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그러나 법원은 두 건 모두 상인이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등법원 제19민사부(부장판사 고의영)는 지난 16일 수협 중앙회가 노량진 수산시장 구상인 등 13명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취소했다. 원고는 수협 중앙회와 노량진 수산시장을 관리하는 ‘수협 노량진수산 주식회사’다.

노량진 구시장 상인들은 수협이 만든 신시장에 입주를 3년 전부터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수협은 강제집행을 시도했으나 집행되지 않자 지난 5일부터 단전단수를 실행했다. (관련기사: 왜 상인들은 수협이 만든 노량진 ‘신시장’을 거부했나)

▲ 5일부터 단전단수된 구시장의 모습. 상인들은 각자 발전기를 가져와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정민경 기자.
▲ 5일부터 단전단수된 구시장의 모습. 상인들은 각자 발전기를 가져와 전기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진=정민경 기자.
수협은 원래 수협이 관리하고 있던 구시장 옆 주차장 사용을 중단하는 공고를 붙였다. 그런데 구상인들이 구시장을 이용하는 손님들을 위해 주차장에 ‘무료주차’ 등의 종이를 붙여놨다. 이를 두고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이 주차장 건물을 무단 점유하고 있다”며 약 5억여원 등을 지급하라고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또한 수협은 구시장 상인들이 구시장을 점거해서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를 이행하기 위해 에스티시스템에 용역비로 총 31억9914만원을 지급했다며 이 역시 상인들이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협은 그 이유를 “상인들의 무단점유가 없었다면 구시장 건물은 철거되었을 것이고, 수협 측이 용역비도 지급하지 않았을 것이므로 상인들은 상당의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에스티시스템의 고용 주체는 ‘수협 노량진수산 주식회사’다.

지금까지 수협은 상인들이 “수협이 용역을 써서 폭행을 하고 있다”는 주장에 용역을 고용하지 않았다고 말해왔다. 수협은 지난 7일 노량진 수산시장 상인들이 수협 직원과 용역에게 폭행을 당했다는 기자회견 이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도 “용역을 고용한 적이 없다. 용역이라고 표현하시는 데, 다 직원이다”라고 말했다. 이 말 뜻은 수협 중앙회에서 용역을 고용한 적은 없다는 것인데, 판결문을 보면 수협의 자회사인 ‘수협 노량진수산 주식회사’가 용역을 고용했다. 수협은 자신들은 ‘직접고용’을 하지 않고 주식회사를 통해 고용을 하였으므로 “수협은 용역을 고용한 적 없다”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판결문에 따르면 수협 측 ‘수협 노량진수산 주식회사’는 용역에게 △불법 건축물 설치나 물건 적치 등을 감시하고 차단하며 △불법 및 위반 행위 시 촬영하고 보고하고 △상인단체 결성과 관련 단체와의 연대 등 상인들의 동향 파악을 보고하는 용역을 수행하기로 약정했다.

재판부는 수협 측의 이러한 두 손해배상 모두 기각했다. 재판부는 “수협 측이 주차장 건물을 폐쇄하여 보존하다가 철거할 정도의 의사였고, 주차장 건물에 따른 이익을 기대하거나, 그러한 이익의 상실을 현실적인 손해로 인식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또한 재판부는 “상인들이 주차장을 전면적으로 지배하여 점유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도 했다.

용역 건에 관해서도 재판부는 “수협노량진 수산시장이, 임대차목적물 반환의무 등의 이행을 위하여 에스티시스템(용역회사)과 계약을 체결하고 용역을 제공받아야만 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용역의 필요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김상철 나라살림연구소 연구위원은 “이번 판결은 노량진 수산시장 관리회사인 수협의 ‘주식회사 노량진 수산’이 구시장 상인들에 대해 했던 감찰, 영업방해와 폭력 등이 모두 법적 근거가 없다는 부분을 밝혀줬다”고 의미를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그간 구시장 상인들은 3년동안 노량진 수산시장의 임직원들로부터 폭언이나 갈등을 겪어왔는데 이번 판결 이후에는 수협이 직접 나서서 상인들과 대화나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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