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들이 그동안의 구태 문화를 언론보도로 지적받자 제보자 색출을 시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오늘 취재에 응한 기자들은 “구태 문화를 바꿀 생각은 않고, 제보자냐고 묻고 다니는 선배나 부장급 임원들이 한심했다. 하지만 보도 이후 변화가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2018년 입사자를 비롯해 현직 기자들은 강압적 술 문화와 출입처 영업지시, 성희롱, 학벌 편견, 신입기자 괴롭히기, 군대식 서열문화 등을 주요한 구태로 꼬집었다. 앞서 미디어오늘은 지난 14일 올 한해 ‘미투’ 국면에서 한국사회 곳곳의 인권문제를 화두로 꺼냈던 언론사들이 정작 반인권적인 구태를 답습한다는 비판이 언론사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 [관련기사 : “내 옆에 앉아라, 분위기 깨지 말고”]

▲ 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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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기자 A씨는 보도 이후 데스크의 반응이 황당했다고 말했다. A씨는 “데스크가 누가 그런 소리를 하고 다녔는지 색출하겠다며 위협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 시간이 점점 지나자 데스크가 카톡방에서 또 한 번 회사 일이 이렇게 보도되면 가만두지 않겠다 했다”고 전했다.

채널A 기자 B씨도 데스크의 행동을 지적했다. B씨는 “여자 수습기자들 화장 못 하게 하는 문화는 입사 이래 계속됐다. 그런데 기사가 나오자 처음 알게 된 사실이라는 듯이 신입들 화장을 왜 못 하게 하냐며 그게 의미가 있냐고 다그쳐서 화가났다”고 설명했다. 

채널A 기자 C씨는 “구성원들이 인터뷰이가 누구인지, 이게 어떤 경로로 새나갔는지 궁금증을 가졌다. 수군수군 댔다. 윗선에서 알아보는 움직임이 있긴 있었다. 의심 가는 기자에게 개별적으로 연락을 한 것 같다”고 전했다.

한국경제TV 기자 D씨는 보도 이후 고위임원이 제보자를 색출하려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D씨는 “신입기자 구태 문화는 사라졌다. 하지만 한 고위임원이 술자리에서 있었던 성추행 사실을 고발한 기자를 색출하기 위해 여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네가 제보했냐’고 묻고 다닌다”고 말했다.

변화도 있었다. 채널A는 2018년 입사자들이 화장하는 것을 문제 삼지 않기로 했다고 알려졌다. 한국경제TV는 술 마시기 전에 보호자 전화번호와 집 주소 적기, 기수대면식 장기자랑 행사를 폐지하기로 했다. 한국경제신문은 선배기자들에게 수습기자들을 괴롭히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외에도 아시아경제는 2019년 체육대회부터 신입기자들의 장기자랑을 폐지하기로 했다. 뉴스핌 기자들은 기사 포인트제도 시행을 두고 기수마다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기사 : 아시아경제 막내 기자들 ‘장기자랑’ 거부에 대표 ‘격노’]

[관련기사 : 뉴스핌, 기사에 ‘1일 5포인트제’ 시행 논란]

반면 문화일보와 MBN은 아무런 개선 조치를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일보 기자 E씨는 회사의 무대응을 지적했다. E씨는 “회사가 제보자를 색출하거나 특정인을 의심하지 않았다. 보도가 나가든지 말든지 구태 문화를 개선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답답함을 전했다.

MBN 기자 F씨는 장난식으로라도 제보 사실을 묻는 선배들이 야속했다고 말했다. F씨는 “기자들 단체방에서 고연차 선배들이 기사 속 J가 누구냐고 장난처럼 물었다. 장난이었지만 색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 부장들도 보도국을 돌아다니다 마주치면 기자들에게 J가 누구냐고 묻고 다닌다. 정작 내부문화에 문제가 있다는 이야기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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