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분식회계 의혹을 2년 넘게 간과했다. 2015년 상반기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때부터 2016년 4월 삼바 감사보고서(2015년) 공시, 2016년 말 삼바 상장 시점까지 기회가 여러 번 있었지만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 

이 와중 여론은 경제지·보수언론이 선점했다. 경제지는 삼바 경영 상황을 축제처럼 그렸다. 삼바는 “이재용의 승부수”이자 상장 후 삼성에 글로벌 1위를 안겨다 줄 “2~3조원 실탄”이었다. 2년 내리 ‘세계 경제가 삼바를 주목’하고 ‘세계적 제약 기업으로 도약했다’는 장밋빛 전망이 줄이었다. 언론은 분식회계 판단을 받은 ‘4조8천억원’ 가치 계산도 의심없이 삼성의 경영성과라 여겼다.

미디어오늘이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보도를 본 결과, 2015~2016년 비판 보도는 전무했고 2017년부터 소수 언론에서 드물게 비판기사를 내면서 2018년 5월에야 본격 보도됐다.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경제지의 ‘장밋빛 삼바’ 보도다. 9개 일간지는 경향·국민·동아·서울·세계·조선·중앙·한겨레·한국일보이고 2개 경제지는 매일·한국경제다.

▲ 미디어오늘이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보도를 본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경제지의 ‘장밋빛 삼바’ 보도였다. 디자인=이우림기자
▲ 미디어오늘이 2015년 1월부터 최근까지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와 2개 경제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보도를 본 결과,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것은 경제지의 ‘장밋빛 삼바’ 보도였다. 디자인=이우림기자

한경·동아·중앙, 삼성 흑기사?

경제지·보수언론 보도량은 비판 입장 보도를 크게 앞지른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분식회계를 입증한 내부 문건(‘15년 바이오젠 콜옵션 평가이슈 대응관련 회사 내부문건’)을 공개한 바로 다음날인 11월8일이 대표적이다. 11개 매체 중 경향신문·한겨레·한국일보만 주요내용을 보도했다. 회견 현장에서 문건은 70부 넘게 배부됐다.

당시는 경제지가 증권선물위원회·금감원이 ‘여론재판’을 한다거나 ‘심증에 기댄다’는 비판을 쏟아낸 터였다. 한국경제는 5월부터 “여론재판 우려 커지는 ‘삼바 감리위’”(18일)라 지적하더니 근거없는 심증에 기댔다며 “‘삼바 사태’ 자충수 둔 금감원”(7월17일)이라 비판했다. 증선위 분식회계 판단 후인 지난 16일엔 ‘정답을 정해놓고 수사한다’며 법조계조차 삼바수사를 우려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동아일보·조선일보 등도 마찬가지다. 매일경제는 “정권 바뀌고 나서 회계 판단 달라지면 기업 경영을 어떻게 하느냐”(5월4일)고 했다. 조선일보는 ‘삼바는 회계기준 원칙을 지켰으나 금감원이 재량권을 벗어났다’(5월3일·6월11일)는 기사를, 동아일보는 “모호한 분식회계 잣대로 미래 먹거리 바이오산업을 싹 죽인다”(11월15일)는 사설을 냈다. 자본시장 원리에 대한 심층 분석은 찾기 어렵다.

‘삼바 감시’ 암흑기, 한편에선 ‘삼바 축제’

2015~2016년은 ‘감시 보도’ 암흑기다. 2015년 삼바 가치가 과대평가된 정황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기인 2015년 상반기부터 나왔다. 당시 삼성물산과 자산규모가 3배 넘게 차이났던 제일모직이 지나치게 고평가됐단 논란이 있었다. 삼바가 핵심이었다. 제일모직은 삼바 지분 46.3%를 보유했다. 합병 전엔 ‘삼바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전망이, 2015년 7월 합병 후부턴 ‘삼바 지분가치만 5~6조원대’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감시·검증은 부족했다. 이 시기 대부분 보도가 삼바 제3공장 기공식 등 투자 중계 기사다. 보수언론·경제지는 “제2반도체 신화 꾀하는 이재용의 승부수”(2015년 12월22일자 중앙) 등 전망 기사를 반복해서 냈다. 삼바가 송도에 세계 최대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짓거나 ‘시가 총액 30조 기업에 나선다’는 소식이 특필됐다. 한겨레 등 언론은 삼성물산 합병이 이 부회장 편법 지배권 강화 방편이라 견제했으나 ‘삼바 지분가치’까진 관심을 넓히지 못했다.

▲ 2015년12월22일 국민일보 1면 사진보도 '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 참석'
▲ 2015년12월22일 국민일보 1면 사진보도 '朴, 삼성바이오로직스 제3공장 기공식 참석'

2016년 4월 2015년도 삼바 감사보고서 공시 때도 마찬가지였다. 분식회계 논란의 핵인 ‘4조8천억원’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삼바 자회사) 공정가치 셈법이 나온 자료다. 증선위가 근거가 없다고 본 “삼바가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는 평가도 확인된다. 삼바는 ‘지배력 상실’을 근거로 에피스의 회계처리방식을 바꿔 4조5천억원 이익을 계산했다. 당시 이 내용을 인용한 언론은 한국경제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경제는 1·4월에 걸쳐 ‘삼바 평가이익 덕분에 삼성물산이 잠재 손실을 털어냈다’며 합병 성과라 칭찬했다.

2016년 11월 삼바가 상장되면서 “‘삼성 잡아라’ 시동 건 중국경제”(10월20일 한경) “해외 러브콜 쏟아져”(10월22일 한경) 등 장밋빛 전망이 줄이었다. 한겨레는 “축포를 터트릴까”라며, 한국일보는 “위기속 재도약 새판을 짤까”라며 지켜봤다. 언론은 시민사회보다도 분식회계 의혹을 늦게 파악했다. 12월 참여연대가 ‘부당한 합병비율 산정 핵심에 삼바 분식회계 정황이 있다’고 주장하기 전까지 먼저 문제제기한 언론사는 없었다.

참여연대가 포문을 연 후에도 주의깊게 지켜 본 언론사는 드물었다. 참여연대는 2016년 12월21일 금융감독원에 삼바 회계처리, 자료공시에 대한 질의서 발송을 시작으로 2017년 2~4월 간 공개질의와 논평발표를 지속했다. 한겨레는 이에 맞춰 2월 “수상쩍은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의혹’” 사설을 시작으로 편법 회계 정황을 지속 다뤘지만 보도는 올해 5월까지 1년 간 잠잠했다.

삼바 논란 보도는 지난 5월 금감원의 분식회계 혐의 인정 발표 후로 급격히 진전됐다. 금감원 ‘조치사전통지’를 시작으로 감리위원회, 최종 의결기구인 증선위 회의가 연속 열리면서 삼바 분식회계는 최근 6개월 간 신문·인터넷·방송 등에서 계속 언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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