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이 자유한국당 거부로 무산됐다. 앞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가 진행한 양 후보 인사청문회는 ‘의혹 재탕’ 또는 자질 검증과 거리가 먼 질의에 상당 시간을 소비했다.

19일 인사청문회에서 한국당 의원들은 그간 문제 삼아온 ‘세월호 참사 당일 노래방’ 논란을 또 부각했다. 양 사장이 KBS 부산방송총국 편성제작국장 시절인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저녁에 노래방에서 회식을 하며 음주가무를 즐겼다는 의혹이다. 지난 3월 양 후보의 첫 인사청문회, 10월 국정감사에 이어 공식석상에서만 세 번째다.

불명확한 답변으로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 받아온 양 후보는 이날 최종 입장을 정리했다. 양 후보는 “1차 회식에 참석한 이후 노래방에서 16만원 상당을 법인카드로 결제했다. 아직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결제 시간과 참석자들 증언으로 미뤄볼 때 노래방에서 술을 마시거나 노래를 부르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참사 당일 그런 모임은 부적절했다. 세월호 유가족 분들에게 사과드렸고, 의원과 국민 여러분께 다시 한 번 송구하다”고 덧붙였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 연합뉴스
▲ 양승동 KBS 사장 후보자 ⓒ 연합뉴스

한국당 의원들은 양 후보 답변을 믿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대출 의원은 “부적절한 처신에 대해 그나마 사과해 다행”이라면서도 “기억이 명확하지 않지만 종합한 결과 노래방에 들러 결제했다며 결제를 위해 잠시 들른 것처럼 빠져나가는 표현을 했는데 진정한 사과로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최연혜 의원은 “KBS는 집단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들만 근무하느냐. 동영상을 보여드리겠다”더니 회의장 화면에 양 후보가 갔던 식당과 노래방 외관 등을 띄웠다.

앞서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4·16가족협의회)는 3월 노래방 논란에 입장을 밝힌 바 있다. 4·16가족협의회는 양 후보에게 사실 관계를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하는 한편 “이들(한국당) 주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심에서 우러난 거라면 박근혜의 당일 행적, 당시 정부의 말도 안 되는 대처, 조직적으로 이뤄진 진상조사 방해, 피해자 모독 등 자신들이 자행하거나 비호한 행위들을 먼저 반성하고 사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국당 의원들은 줄곧 청문회 보이콧 의사를 피력했지만 여야 의원들 제지로 실현되지 못했다. 특히 지난 청문회에 이어 윤상직 한국당 의원이 제기한 증여세 탈루 의혹과 관련해 양 후보가 모친 금융거래 내역을 제출하지 않았다며 청문회 중단을 요구했다. 양 후보 측은 청문회가 진행되는 도중 한국당 의원들에게 비공개 열람 형태로 관련 자료를 제공했다.

KBS가 이와 관련해 배포한 보도자료도 지적했다. 청문회 전날 동아일보가 윤 의원 측 의혹제기를 보도하자 KBS는 “양 후보는 모친으로부터 일체 상속이나 증여를 받은 사실이 없고 상속이나 증여 관련 세금도 탈루한 적이 없다”며 “윤 의원실에 여러 차례 구두와 서면 답변을 통해 설명했음에도 사실 왜곡 보도가 나간 데 엄중히 항의했으며 법적 대응 등 관련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18일 밝힌 바 있다.

양 후보가 “언론보도를 신중하게 해달라는 취지였다”고 설명했으나 일부 한국당 의원들은 KBS가 의원을 대상으로 협박성 입장을 냈다며 거듭 ‘정회’를 요청했다. 30분 가까이 실랑이가 지속되자 박선숙 바른미래당 의원은 “청문회는 계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KBS에서도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해 과잉대응한 게 분명하다고 본다. 청문회 중단 사유가 되는지에 대해선 다른 의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은 “질문은 이어져야 하고 자료가 부족하면 위원장이 나서서 세게 요구해 받아야 한다. 의원께서 냉철한 질문을 해줬으면 한다”며 청문회 중단을 반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후보자 도덕성 검증을 명목으로 아님 말고 식의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양 후보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을 제기하기 위해 양 후보 아들이 앓고 있는 질환과 개인 SNS, 얼굴이 나온 사진 등을 전체회의장에 올렸지만 의혹을 뒷받침할 물증은 없었다. 양 후보와 후보 가족이 모두 지난 대선 당시 투표하지 않았다며 고위 공직자로서의 자질을 논했으나 잘못된 자료에 기반한 것으로 확인됐다.

청문회가 이날 오후 7시께 종료된 가운데 한국당은 끝내 양 후보를 부적격 인사로 규정하며 청문보고서 채택을 거부했다. 20일 한국당과 바른미래당 국회일정 보이콧으로 과방위 일정이 취소돼 양 후보 청문보고서 채택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시한이 지나면 문 대통령은 양 후보 임명제청을 재가할 수 있다.

양 후보는 한편 연임 시 구조조정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날 여야 의원들은 KBS 인력 운용이 방만하다며 구조개혁 로드맵을 물었다.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KBS 비판할 때 주로 나오는 얘기가 간부진이 70% 이상이고 억대 넘는 평균 연봉이 너무 많다는 지적이다. 보직자 축소 등 구체적 계획이 있냐”고 물었다.

이에 양 후보는 “관리직급 1직급을 점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다. 현재 보직자 비율이 전 직원 대비 16% 정도인데 더 낮출 계획”이라고 답했다. KBS 조직 고령화 지적과 관련 내년 상반기 명예퇴직을 시행하도록 계획을 짜고 있다고도 밝혔다. 올해부터 5년 동안 1300명의 정년퇴임이 예정된 가운데, 명예퇴직을 단행하면 상위직급 퇴직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조직의 군살을 뺀다는 명목으로 한 이른바 ‘대량해고설’이 돌고 있다는 질문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라고 일축했다. 양 후보는 “KBS에서는 대량해고가 가능하지 않다. 근로기준법상 노사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노동조합에서 당연히 합의해줄 리가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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