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조선일보 고문이 18년 전 DJ 정부의 김정일 답방 보도 협조요청을 들어주지 않아 조선일보가 DJ 정부에 세무조사와 사주 구속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라산 동행 추진을 두고는 꼼수라며 처량하다고 비난했다.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그런 보복으로 세무조사를 한 것이 아니며 한라산 동행 문제는 독자와 국민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고문은 20일자 조선일보의 ‘[김대중 칼럼] 김정은을 ‘찬양’하는 세상이 오나’에서 18년 전 경험을 썼다. 그는 “지금 김정은의 답방 건(件)은 18년 전 김대중 대통령(DJ)의 평양 방문 때와 그 진척 과정과 내용에 있어 아주 닮았다”며 “2001년 6월 평양을 방문하고 돌아온 DJ 대통령은 김정일의 서울 답방을 성사시켜 2차 남북 정상회담을 갖고 그 회담을 정례화하고 싶어했다. 그래서 김정일의 답방을 치밀하게 준비했다. DJ는 2001년 6~7월 한 달 사이에 무려 다섯 번이나 김의 답방을 거론하며 여론 조성에 힘썼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고문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자신과 독대까지 한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DJ는 한국 언론을 통한 답방 무드 조성에 주목했다. 당시 조선일보 주필이었던 필자를 청와대 공관의 저녁식사에 불렀다. 배석자 없는 단독 회식이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 대통령은 조선일보가 김정일의 서울 방문을 환영한다는 논지를 펴줄 것을 요청했다. 필자는 ‘대한민국이 다양성 있는 민주 사회인 만큼 김정일을 환영하는 신문도 있고 반대하는 신문도 있다는 것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요청을 에둘러 거절했다”고 썼다. 김 고문은 그런데도 김 전 대통령이 ‘주독자층이 보수 계층인 조선일보가 그의 답방을 환영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조선일보만은 찬성해 줬으면 좋겠다’는 요지의 말을 했다고 적었다.

그러나 조선일보는 DJ의 요청을 신문에 반영하지 않았다. 김대중 고문은 “오히려 김정일의 방한에 즈음해 북한이 일으킨 6·25전쟁, 1·21 청와대 습격 사건, KAL기 폭파, 울진 공비 사건 등 분단 이후 벌어진 여러 사건에 대해 한국 국민에 해명 내지 사과를 해줄 것 등을 요구하는 글들을 여기저기 실었다”며 “DJ 측근으로부터 ‘그게 오지 말라는 소리지 오라는 소리냐’는 반응이 온 뒤 조선일보는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혹독한 세무조사를 받았고 발행인이 구속되는 사태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9월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 내와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내외가 지난 9월20일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의 답방 추진을 두고도 김 고문은 “서울의 반대 시위가 껄끄러워서인지 그를 한라산 꼭대기로 데려가려는 시도들이 들먹여지는 것을 보면 그렇게 해서라도 그를 불러오려는 문 정권의 꼼수도 처량해 보인다”며 “‘환영’과 ‘칭송’은 별개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남북정상회담을 초기부터 준비해온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20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김대중 고문과 김 전 대통령이 독대했다는 것과 관련해 “만난 것은 사실이다. 정확한 일자는 기억 못해도 김 전 대통령이 언론인과 소통하려 한 것은 분명하다. 제가 (중간에서) 어레인지했다”고 전했다. 박 의원은 김정일 국방위원장 답방해 찬성해달라는 요청을 했는지에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고, 구체적으로 얘기한 것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조선일보가 오히려 북한을 비난하는 보도를 더 했기 때문에 세무조사를 받고 발행인이 구속됐다는 김대중 고문의 주장에 박 의원은 “세무조사는 조선일보만 딱 집어서 한 것이 아니고, 5년마다 하게 돼 있는데 그때까지 한번도 안했다. 그래서 한 것이지, 보복을 위해서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박 의원은 “세무조사 때는 제가 (청와대 수석이나 문화부 장관직에서) 물러나 바깥에 있었지만 회의에는 참석하곤 했다. 김 전 대통령께 매일 당원 자격으로 청와대 가서 회의도 참석했고, 만나뵙던 시절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서울 반대시위가 껄끄러워 한라산 꼭대기로 데려가려는 꼼수가 처량하다’는 김 고문의 주장에 “북한 사람들은 한라산을 동경한다. 갔으면 좋겠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백록담 꼭대기 헬기장 문제는 원희룡 제주 지사가 한 것이지 현 정부가 한 것도 아니다. (꼼수 등의) 그런 의미는 없다. 그건 국민이나 독자들이 판단할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그는 “얼마전 방북했을 때 북한측 인사와 많은 얘기를 나눴는데, 나는 답방의 필요성과 갖는 의미를 충분히 설명했다. 김 위원장이 올지 여부는 밝힐 단계 아니다. 그건 북한이 결정할 일이다. 약속을 지키는 의미에서 답방하고 트럼프에게도 약속을 지키라는 메시지를 줄 필요가 있다. 나는 답방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 김대중 조선일보 고문.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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