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물리학의 만유인력 개념을 묻는 문제가 국어 영역으로 출제된 것을 두고 논란이다.

지문에서 설명하는 내용 자체가 너무 어렵다는 게 주된 반응이다. 다만, 일부 물리학자들은 초보적인 물리 지식이 있으면 지문을 읽을 필요없이 선택지만으로도 해답을 골라낼 수 있다며 국어 영역의 지문해석 능력을 물어 변별력을 평가하는 데엔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국어영역 31번은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의 개념을 지문으로 제시하고 잘못 이해한 선택지를 고르라는 문제였다.

이 문제는 지문에서 “구는 무한히 작은 부피 요소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 부피 요소들이 빈틈없이 한 겹으로 배열되어 구 껍질을 이루고, 그런 구 껍질들이 구의 중심 O 주위에 반지름을 달리하며 양파처럼 겹겹이 싸여 구를 이룬다. 이때 부피 요소는 그것의 부피와 일도를 곱한 값을 질량으로 갖는 질점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만유인력은 “두 ‘질점’이 서로 당기는 힘으로, 그 크기는 두 질점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설명돼 있다. 특히 지문에서는 구 껍질의 모든 부피요소(질점)에서 구 바깥의 물체 P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구 껍질 안의 중심에 있는 질점에서 P를 당기는 만유인력이 같다고 설명한다.

이 같은 지문에 다섯가지 보기 중 하나를 선택하는 오지선다 문제인데, 정답은 2번이었다. 2번 보기는 “② 태양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 지구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은, 지구의 중심에 있는 질량이 m인 질점이 태양 전체를 당기는 만유인력과 크기가 같겠군”이었다.

뉴턴의 만유인력은 앞서 지문에 나온 것처럼 두 물체가 서로 당기는 힘으로 ‘두 질점(물체)의 질량의 곱에 비례하고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해야 한다. 또한 한 물체(A)가 다른 물체(B)를 당기는 힘과 다른 물체가 한 물체를 당기는 힘이 같아야 한다. 이것은 뉴턴의 3법칙인 작용-반작용 법칙이다. 그러므로 보기 2번은 ‘질량 m×지구전체의 질량’과 ‘질량 m×태양전체의 질량’이 같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틀렸다. 지구전체의 질량과 태양전체의 질량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답이 2번이다.

▲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국어영역 31번 문제.
▲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국어영역 31번 문제.
▲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국어영역 31번 문제 지문의 일부.
▲ 2019년도 대학수학능력평가 국어영역 31번 문제 지문의 일부.
이종필 건국대 상허교양대학 교양과학(입자물리학 전공) 조교수는 19일 저녁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만유인력이 두 질량의 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계산해보면) 각각의 값이 m 곱하기 지구질량과 m 곱하기 태양질량으로 나오는데, 서로 다르다. 그런데 같다고 했으니 틀렸다. 그래서 이게 답이다.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에 의해 두 물체의 만유인력은 같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 교수는 “(지문을 읽어보면) 함정 비슷하게 보여질 수 있다. 하지만 지문과 보기(해답 선택지)와는 직접 상관이 없다. 문제의 질문이 적절하지 않은 것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지문을 몰라도 만유인력이 뭔지만 알면 2번을 고를 수 있다. 이것이 과연 (국어 영역 문제로) 적절하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찬주 이화여대 물리학과 교수도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31번 문제 같은 것은 수능에 출제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수험생이나 관련자들은 물론 이 문제가 터무니없이 어려웠기 때문에 주목한다. 위에서 설명했듯이 과학이어서가 첫째 이유가 아니라 어려워서다”라며 “하지만 이 문제는 물리를 공부한, 눈치 빠른 일부에겐 터무니없이 쉬운 문제였다. 만유인력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만 있으면 지문을 전혀 읽지 않아도, 31번에 제시된 ‘보기’를 무시해도, 그냥 5개 선택지 중에서 아무 고민 없이 손쉽게 답을 고를 수 있다”고 썼다.

특히 김 교수는 “31번은 수능 국어에서 본래 의도했던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 한다”며 “만유인력을 알고 눈치 빠른 일부에겐 아주 쉬운 물리문제였을 뿐 과학지문 해석 능력을 전혀 측정하지 못한다. 만유인력에 대해 잘 모르거나, 알지만 처음부터 읽어 내려간 우직한 수험생들에겐 좌절을 안겨줬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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