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간 통일단체가 ‘평화통일 수업’을 한다며 초등학교를 방문해, 6학년을 상대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영단 참가 신청서를 받았다는 조선일보 보도에 해당 단체가 왜곡보도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 “초등 6학년에게 받아낸 ‘김정은 환영단’ 가입신청서”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민간 통일단체인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본부’(겨레하나) 소속 강사가 평화통일 수업을 하겠다고 공문을 보낸 뒤 서울 강북구 S초등학교 6학년 담임교사 2명이 신청해 지난 16일 수업이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19일자에 “겨레하나 측 강사 2명은 이날 학교를 방문해 2개 학급에서 수업을 했다. 이 중 한 학급에서 강의를 했던 강사는 김정은 환영단 신청서가 적힌 엽서를 나눠 줬다고 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엽서를 받은 학생은 한반도가 그려진 엽서에 ‘빨리 와주세요. 언제든 대환영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빠른 시일 내에 통일을 해주세요. 김정은 국무위원장 남한 방문을 환영하며’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등의 글을 적었고, 특히 엽서 뒷면에 인쇄된 '서울시민환영단 신청서'에 이름과 연락처, 주소를 적어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김정은 위원장 방한 환영 단체인 ‘서울시민환영단’ 홈페이지에 ‘초등학생들의 마음을 담은 환영 엽서’라는 제목으로 학생들이 쓴 엽서 등이 담긴 사진 10여 장이 공개됐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학교 측은 허락 없이 학생들로부터 신청서를 받고 이를 공개한 겨레하나에 항의하고, 환영단 신청서가 포함된 엽서를 돌려 달라고 요구한 상태다. 서울시민환영단 측은 17일 홈페이지에서 관련 사진을 모두 삭제했다”고 보도했다.

▲ 19일자 조선일보 보도 내용.
▲ 19일자 조선일보 보도 내용.

조선일보 기사의 핵심은 민간 통일단체 겨레하나가 평화통일 수업을 한다고 해놓고 초등학생에게 ‘서울시민환영단’의 김정은 위원장 방남을 환영하는 내용의 신청서를 받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겨레하나 측은 악의적 왜곡보도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겨레하나 측은 “해당 교육은 서울겨레하나 학교통일교육 강사들이 진행한 ‘한반도기 역사와 남북교류협력의 역사’에 대한 수업”이었다며 “서울겨레하나의 평화통일교육은 매 시기 시청각 교육, 참여형 교육으로 이뤄지며 당시 수업에서도 시청각 자료, 보드게임 등 참여형 수업을 진행한 뒤 ‘한반도기’에 직접 평화와 통일에 대한 생각, 교육내용에 대한 소감을 작성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하나 겨레하나 정책국장은 통화에서 “해당 수업은 평화통일 교육의 취지를 밝히고 학교 측이 취지에 공감해 신청하면 수업 내용을 모두 상의한 뒤 교육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이 정책국장은 “S초등학교에서 이뤄진 교육은 총 80분 수업으로 40분은 한반도기의 유래, 한반도기의 색깔이 파란색인 이유를 설명했고, 나머지 40분은 보드게임을 통해 한반도기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뿐”이라며 “그리고 나머지 5분 아이들에게 소감을 묻기 위해 한반도기가 그려진 엽서를 나눠주고 한반도기 그림에 소감을 적도록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겨레하나 측은 나누어진 엽서 위에 학생들이 ‘북한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요! 꼭 다 같이 함께하는 날이 왔으면 좋겠어요!’,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어요’ , ‘10년이 지나면 나라가 이런 모습(한반도)이 되겠지’는 등의 메세지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겨레하나 측은 해당 교육을 했던 강사가 “‘서울시민 환영단’을 소개하거나 신청받은 적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하나 정책국장은 “교육 중 판문점 선언과 9월 남북정상회담은 얘기했지만 서울 답방 문제와 관련해서 이를 환영한다거나 신청서를 받는 얘기는 일체 하지 않았다”며 “다만 한반도기가 그려진 엽서 뒤에 이름과 주소를 적는 란이 있어서 일부 학생들이 적어서 낸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민 환영단 홈페이지에 올라온 엽서 사진도 한반도기 그림에 작성한 초등학생들의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목적이었는데 일부 학생들이 수업 중 엽서 뒷면 이름과 주소를 적는 모습이 담긴 사진을 크게 확대해 왜곡 보도를 했다면서 학교 측에 ‘불필요한 피해’가 될까 사진을 삭제했다고 밝혔다.

겨레하나 측은 한반도기 그려진 엽서를 수업에 활용한 것일 뿐 신청서를 받기 위한 수업 내용도 없었고 신청서를 적으라는 지시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겨레하나 측은 조선일보의 취재과정에서도 충분히 사실관계를 설명했다고 전했다. 겨레하나 측은 기사를 쓴 조선일보 기자로부터 ‘보내주신 답변에 따르면 겨레하나 측에서 진행한 교육에는 문제가 없어보인다’는 답변을 받았는데도 마치 문제 있는 것처럼 기사가 나왔다고 비난했다.

겨레하나 측은 또한 “TV조선 측에는 이미 취재거부의사를 전달했음에도 아무런 사전 연락과 협의없이 시민단체의 업무공간인 사무실에 카메라를 들고 와 강제로 취재를 시도했다”며 “이러한 강압적인 취재행위에도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겨레하나 측은 “평화통일 교육을 진행했다는 이유로, 해당 학교와 학생들은 물론 시민단체를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냐”라고 반문하며 “서울겨레하나는 사전에 해당 기자에게도 분명히 밝혔듯이, 해당 기사가 매우 악의적인 왜곡보도임을 지적했다. 이에 대한 조치와 대응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서울시민환영단은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서울본부가 주축이 돼 지난 9월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서울정상회담 개최를 환영하기 위한 모임이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서울 정상회담 개최를 바라는 시민들의 신청서를 받고 있다. 백두칭송위원회와 다른 단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