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고의 분식회계를 알면서도 묵인했다는 비판이 금융당국에 쏠린 가운데 수사당국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시민사회단체 참여연대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을 둘러싼 각종 비리 혐의 관련해 2016년 6월16일과 지난 7월19일, 11월1일 세 차례에 걸쳐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5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고발 건 모두 수사 착수 여부도 확인되지 않는 등 검찰의 신속 수사 진행을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특히 참여연대는 삼바를 고의 분식회계 혐의로 고발한 지난 7월 건은 “4개월 째 고발인 조사조차 진행되지 않았다”며 신속 수사를 촉구했다. 참여연대는 삼바와 안진·삼정회계법인 각 대표이사 3인을 주식회사외부감사에관한법률 위반(공시누락·허위재무제표 작성)과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고발했다.

▲ 11월15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 11월15일 심상정 정의당 의원,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고의 분식회계 결론에 대한 입장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참여연대

고발 요지는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가 내린 결론과 같다.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변경 과정에서 약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삼바가 주가 손실에 반영될 중요 정보(콜옵션) 공시를 누락했고 근거없이 4조5400억원을 이익으로 반영한 점 등을 고발했다.

참여연대는 의도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승계작업으로 본다. 삼바 가치가 높을수록 지배주주 제일모직 기업가치가 높아졌다. 이는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합병 비율 때문에 중요했다. 이 부회장을 비롯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의 삼성물산 지분은 0%, 제일모직 지분은 38.74%였다. 제일모직의 가치는 극대화, 삼성물산의 가치는 극소화될수록 오너일가의 합병 후 지분율에 유리했다. 이 과정에서 ‘뻥튀기’된 삼성바이오 회계가 제일모직 가치 극대화에 큰 공을 세웠다.

같은 내용이 다른 고발 2건에서 반복된다. 2016년 6월 첫 고발은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에 방점이 찍혔다. 시공능력평가에서 상위권을 차지하던 삼성물산 주가가 2015년 5월 직전 두어달 새 급락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들 주가는 17~33% 가량 상승했다. 2조원 대 카타르 복합화력발전소 수주 사실을 합병 전 공개하지 않는가 하면, 일부 공사사업은 삼성엔지니어링에 이관했다. 합병 직전 300여 가구로 급격히 축소된 물량은 합병 직후 1만여 가구로 급증했다.

참여연대는 이를 법을 악용한 주가조작이라 봤다. 자본시장법은 합병 비율 책정 시 ‘최근 1개월 간’ 평균 종가를 활용케 한다. 2015년 3월 말 연결재무상태 기준 삼성물산 자산은 15조원, 제일모직 자산은 4.7조원으로 3배 가량 차이났다. 참여연대는 ‘주가 조작’을 통해 제일모직 규모의 약 3배였던 삼성물산 주가를 합병 직전 급격히 낮췄다고 밝혔다.

지난 1일 제출된 추가 고발장엔 지금까지 드러난 불법 정황이 통틀어 담겼다. 삼성물산 주가조작 혐의, 삼바 고의 분식회계 혐의에다 ‘2015년 에버랜드 공시지가 급등에 따른 제일모직 주가 조작’ 혐의가 추가됐다. 에버랜드 부지는 후신인 제일모직 소유였다. SBS 등 보도를 통해 논란이 확산되자 국토교통부는 지난 4월 외부 압력·청탁 개연성을 인정하고 검찰에 수사의뢰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이서현 사장 등 오너일가 3인과 최치훈·김신·김봉영 전 삼성물산 사장 3인을 업무상 배임 및 자본시장법 위반(시세조종) 혐의로 고발했다.

최초고발 건 수사가 길어진 배경엔 박근혜 전 정부 국정농단 사태가 있다. 2016년 6월 고발 후 10월 검찰 내 특별수사본부가 구성됐고 12월 특검이 꾸려지면서 사건은 연속 이관됐다. 특검은 삼성물산 합병을 이 부회장 뇌물공여 혐의의 부정청탁 핵심으로 지목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미 공론화된 내용을 대표성을 띤 단체가 고발한 성격으로 고발인 조사 여부가 수사 진행을 가늠하는 중요 사항이 아니다. 관련 내용은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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