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동 현 위원장과 전현석 정치부 기자(45기)의 양자 대결로 치러지는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두 후보 사이 미묘한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두 후보가 지난주 출마의 변을 발표하면서 본격 선거운동에 들어간 가운데 지난 주말 SNS상에서 가벼운 공방을 주고 받았다.

현 위원장이기도 한 박준동 후보는 지난 주말 카카오톡으로 제2차 출마의 변을 올렸다. 박준동 후보는 “전현석 후보의 출마의 변을 보고 아쉬운 점을 지적”한다며 “임금 올리고 복지 개선하고 노동시간 줄여야 한다는 전현석 후보의 의견은 당연한 얘기입니다. 문제는 ‘어떻게’입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현석 후보도 사내 메신저로 “제가 위원장(박준동 후보) 글을 읽고 아쉬웠던 것은 노조위원장은 조합원과 관련된 모든 것을 마음대로 결정할 수 있다는 식의 태도”였다고 꼬집었다.

▲ 조선일보 제31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나선 박준동 후보(왼쪽)와 전현석 후보. 사진=조선노보
▲ 조선일보 제31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나선 박준동 후보(왼쪽)와 전현석 후보. 사진=조선노보

두 후보는 노조의 힘은 ‘노보를 통한 압박’이라는 데 동의했다. 박 후보는 “전현석 후보가 과연 노보를 성역 가리지 않고 비판적으로 발행할 것인지”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전현석 후보는 “노조의 최대 협상력은 노보에서 나온다는 위원장(박준동 후보) 의견에 동의합니다. 노보에 바위 같이 단단한 팩트를 담겠습니다”라고 답했다.

간부의 막말을 막고 기자들을 존중하는 편집국을 만들기 위해 사문화된 ‘편집국장 신임투표제’가 필요하다는 박 후보의 주장에 전 후보는 즉답 대신 “당선되면 조합원 의견을 듣고 그 결과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했다.

박 후보는 “조합원 의견을 열심히 모아 사측에 전달하겠다는 방법을 제시했는데, 역대 노조위원장 출마의 변에서 많이 봤던 내용입니다. 사측이 조합원들의 불만을 몰라서 그동안 방치한 게 아닙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에 전 후보는 “(노보에) 사측이 부정할 수 없는 깨알 같은, 악마 같은 디테일을 담아 발행하겠습니다”며 이것이 “위원장(박 후보)이 저에게 물은 ‘어떻게’에 대한 답 중 일부”라고 언급했다.

박 후보는 SNS을 통해 2차 출마의 변을 올린 이유를 “작년과 마찬가지로 노보에 2회의 지상토론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애초에 글을 나누어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전현석 후보께서는 1회로 끝내자고 합니다. 사내 메일과 메신저 이용도 반대합니다. 따라서 두 번째 글은 허용된 수단인 핸드폰으로 일일이 개별적으로 전달합니다. 요란하게 선거운동을 할 생각은 없으나 의사전달이 자유롭고 토론이 이뤄져야 언론사다운 선거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에 전 후보는 “어제 현 노조위원장이 일부 조합원을 대상으로 카카오톡을 이용해 추가로 출마의 변을 밝혔습니다. 이중 저에게 답하라고 한 내용이 있어서 이렇게 두 번째 출마의 변을 보내 드립니다”라고 응했다. 전 후보는 “(저는) 노조위원장에 당선돼 취임하기 전까지 조합원과 똑같이 취재하고 기사 써야 합니다”라며 박 후보의 차이점을 언급했다.

박 후보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때 사옥 앞에서 어르신들이 조선일보 규탄시위를 할 때 “좀 더 젊은 언론사가 될 수 있겠다는 희망”을 봤는데 어르신이 좋아할 과거의 논조로 돌아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박 후보는 “조선일보의 힘이 없었다면 박근혜 정권을 쓰러트리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이번 선거를 “조선일보의 미래를 기자들이 주도할지 아니면 사측에 맡길지 결정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전 후보는 “조합원의 미래가 있는, 안전한 조선일보를 만들기 위해 제가 맡은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겠습니다. 조합원의 미래가 회사의 미래”라고 주장했다. 두 후보의 두 번째 출마의 변은 닮은 듯하면서도 미묘하게 엇갈렸다.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선거는 오는 22일까지다. 23일 선거결과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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