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국회 예산을 심사하는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일부 뉴스통신사 구독료를 대폭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14일 열린 국회 운영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에선 국가기간뉴스통신사 연합뉴스 구독료를 2500만원 증액하고 머니투데이그룹 민영통신사인 뉴스1에 대해서도 각각 4200만원씩 증액하기로 결정했다.

올해 국회사무처는 연합뉴스 10억800만원, 뉴시스 2억7200만원, 뉴스1 2억5800만원 등 뉴스통신 3사에 15억3800만원의 구독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날 소위에서 의결한 대로 뉴스통신사 구독료 인상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그대로 통과되면 연합뉴스는 10억3300만원, 뉴스1은 3억원으로 구독료가 인상되고 뉴시스는 2억7200만원 그대로 유지된다.

연합뉴스보다 뉴스1의 구독료 인상 폭이 훨씬 큰 이유는 연합뉴스가 지난 5년간 구독료가 동결됐고, 뉴시스·뉴스1은 연평균 20% 이상 인상됐는데도 여전히 차이가 크다고 위원들이 판단했기 때문이다. 다만 연합뉴스는 대부분 정부기관에서 최근 5년 동안 구독료를 인상하지 않고 있어 국회만 예산을 늘린다면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고, 뉴시스·뉴스1도 인상률이 과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황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연합뉴스 구독료 5000만 원 증액을 요청했는데 연합뉴스는 정부에서 공통으로 관리하고 있어 정부와 공동보조를 맞춘다면 예산을 증액할 필요성은 없어 보인다”며 “뉴스1 구독료 증액을 손금주(무소속) 위원이 요청했는데 최근 5년간 뉴스1에 구독료가 연평균 21% 인상돼 온 점을 고려할 때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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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손금주 의원은 “(연합뉴스와 뉴스1 구독료가) 일단 차등이 있고, 뉴스1이 작년에도 구독료 증액을 요청했다가 운영위에서는 통과가 됐는데 예결위 단계에서 증액이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어 증액할 필요가 있다”며 “통신사 간의 경쟁 환경 조성은 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증액 요청을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의원 제안에 김삼화(바른미래당), 금태섭(민주당) 의원 등이 찬성 입장을 밝혔지만 연합뉴스 구독료 인상을 언급하는 의원이 없자 윤재옥(자유한국당) 소위원장은 “뉴스1은 (인상)해 주고 연합뉴스는 그대로면 연합뉴스가 섭섭하지 않겠냐”고 사무처에 입장을 물었다.

사무처 관계자는 “지금 정부도 연합뉴스를 구독하고 있는데 대부분 공공기관도 최근 5년 동안 연합뉴스 구독료를 인상하지 않고 있고 연합뉴스는 정부 구독료가 320억원 정도”라며 “그런 점에 보조를 맞추기 위해서 국회도 정부의 구독료 인상과 좀 균형을 이룰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처럼 이날 오전 회의에서 연합뉴스 구독료만 동결키로 했지만, 오후 회의에서 손금주 의원은 연합뉴스 구독료 인상안에 대한 사무처의 입장을 재차 물었다. 그러자 사무처 관계자는 “우리는 정부와 국회가 통일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서 그렇게 (동결을) 말했는데 위원들이 증액 의견을 견지하면 우리도 위원들의 합리적인 결정을 수용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승희 한국당 의원은 ‘정부와 보조를 맞추는 게 맞는 것 같다’며 연합뉴스 구독료 인상에 반대 의견을 냈지만, 손 의원과 윤 위원장이 5000만원의 절반인 2500만원만 증액하자는 중재안을 내면서 인상안이 의결됐다.

국회 관계자들에 따르면 해마다 국회 예산안 심사 때 통신사 측이 구독료 인상 민원을 제기했고, 운영위 위원들은 관행으로 예결심사소위에서 뉴스통신사 구독료 인상안을 논의해 왔다.

지난해 예결심사소위에서도 박홍근 당시 소위원장이 뉴스통신사 구독료 책정 기준에 대해서 묻자 국회사무처 관계자는 “그동안 기존에 있었던 관례나 통신사의 규모 등을 고려해 관례로 소위에서 (구독료) 증액을 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명확하게 이게 왜 얼마가 나오는지 알려면 청구를 하는 통신사 쪽에서 우리에게 ‘이러이러하니까 얼마를 달라’는 것부터 선행돼야 하는데 체계가 잘 잡혀 있지 않다”며 “그래서 그런 미비점이 있고, 우리가 보완해 나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엄용수 한국당 의원은 “예산 방침을 제출하는 측에서 확고하게 주장을 하고 정말 필요한 것은 당초 예산에 담아야 한다”며 “위원들이 아무리 증액을 얘기하더라도 왜 이게 불합리하고 그래서는 안 되는지 분명히 입장을 전해야 하는 것이지 이렇게 예산을 편성하면 눈먼 돈 찾아 먹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조승래 민주당 의원도 “내년에 할 때에는 뭔가 기준을 세워서 좀 해 달라”고 당부했다.

하지만 올해 소위에서도 국회사무처는 뉴스통신사 구독료 인상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소위 위원들도 연합뉴스와 뉴시스·뉴스1 구독료 차이를 좁혀야 한다는 당위에만 동의할 뿐 왜 연합뉴스엔 요청한 인상액의 절반을, 뉴스1은 지난해 요구와 동일한 4200만원을 올려주는 게 적정한지 누구도 합리적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뉴스통신사 민원과 주먹구구 예산 편성으로 ‘눈먼 돈 찾아 먹는’ 국회의 관행은 올해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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