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감사실이 과거 고대영 사장 시절 KBS가 1심에서 패소한 부당징계 소송에 항소하지 않은 것을 두고 당시 인력관리실 직원들에게 ‘주의’를 통보했다. 일각에서는 전홍구 감사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무리한 조치를 취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KBS 감사실은 최근 인력관리실 일반감사 결과 지난 2016년 정연욱 KBS 기자 부당징계 소송 당시 인력관리실 실장, 부장, 팀장 등 직원 5명에 주의를 통보했다. KBS 감사직무규정 상 주의는 ‘위법 부당한 사항으로서 기한이 경과돼 이를 수정할 수 없거나, 시정의 대상이 되지 아니하는 사항’으로 징계 조치와는 구별된다. 당사자들은 감사실에 이의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6년 7월 정연욱 기자는 기자협회보에 이른바 ‘KBS 기자협회 정상화모임(정상화모임)’을 비판하는 취지의 글을 기고했다는 이유로 제주방송총국에 발령됐다. 정 기자는 그해 10월 제주총국 발령에 대한 인사명령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승소해 임시 복귀한 뒤, 1심 본안소송 승소와 사측 항소 포기로 정식 복귀했다. 보직 있는 기자들 위주로 결성된 정상화모임은 당시 보도국에서 사실상 ‘블랙리스트’나 ‘화이트리스트’로 작용했다고 KBS 진실과 미래위원회가 밝힌 바 있다.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 서울 여의도 KBS 사옥.

정 기자 인사발령은 법원이 거듭 부당성과 위법성을 인정한 사안이다. 정 기자가 발령이 부당하다며 낸 소송에서 1심 재판부는 “이 사건 인사발령은 KBS의 업무상 필요로 인한 것이라기보다는 기고문 게재를 이유로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앞서 고대영 전 사장 해임 무효소송을 기각한 재판부 역시 “(고 사장은) 정 기자 인사발령 위법성에 대해 충분히 인식할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사후적 묵인이나 동의에 따라 법원에서 인사권 남용으로 무효 판단될 때까지 유지됐다고 봄이 상당하고 그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본부장 이경호, 새노조)는 지난 15일 “감사실이 상식적으로 법원 판결문을 읽을 줄 안다면, 당시 부당 인사를 강행한 사측 책임자들을 조사해 징계를 주는 것이 원칙”이라며 “부당인사 과정에서 감사실로서 권한을 방기하고 책임소재를 명확히 가려 공사 명예를 지키지 못한 자신들의 과거를 반성하고 전 직원에게 용서를 구하는 것이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전홍구 감사는 지난 2013년 길환영 사장 체제에서 부사장으로 임명됐고, 2014년 길 전 사장 해임 이후 사장 공모에 지원했지만 떨어졌다. 이후 고대영 사장이 재임했던 지난 2015년 KBS 감사로 임명돼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양 사장 취임 이후 KBS 진실과미래위원회, 성평등센터 등이 감사실 기능과 중복된다며 줄곧 반대 목소리를 내왔다.

새노조는 전홍구 감사를 향해 “KBS 역사상 최악의 감사 중 한 명으로 기록될 것이라는 사내 구성원들 평가가 들리지 않는가”라며 당장 당시 인력관리실 직원들에 대한 ‘주의’ 조치를 거둬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 감사는 인력관리실 직원들에 대한 주의 통보는 잘못된 인사 관행을 바로잡기 위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전 감사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잘못된 부분에 지적을 안 하면 잘못된 관행이 계속될 것 아닌가. 잘못을 개선하고 규정을 고치고 주의하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전 감사는 “회사 이익도 있지 않나. 어떠한 소송을 함에 있어서 1심에서 바로 끝내는 것은 판단의 오류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발령이) 합당하다고 주장한다면 적극적으로 다퉈야 하지 않았느냐는 취지”라고 말했다.

과거 정 기자 발령에 관여한 사측 간부들을 두고 인력관리실에 화살을 돌렸다는 비판과 관련해서는 “당시 경영진은 회사를 나갔고 감사실은 나간 사람에 대해 감사를 하는 성격의 조직이 아니다. 나름대로 역할과 범위 내에서 할 수밖에 없다는 걸 알아 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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