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기초과학연구원 예산이 삭감되자 조선일보가 “MB정권 때 만든 노벨상 프로젝트가 위기를 맞고 있다” “전전 정권 적폐몰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이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미 납부한 세금과 중복신청한 장비예산 등이 빠진 것이고 인건비 등은 오히려 늘었다고 반박했다.

조선일보는 14일자 1면 기사 ‘MB 때 시작한 ‘노벨상 프로젝트’, 연구비 대폭 깎이며 7년만에 위기’에서 “정부가 ‘한국판 노벨상 프로젝트’를 꿈꾸며 2011년 설립한 기초과학연구원(IBS)이 설립 7년 만에 위기를 맞고 있다”며 “현 정부 들어 매년 연구비가 대폭 삭감돼 연구 일정이 늦춰지거나 새로운 실험을 못 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내년도 연구단별 연구비는 평균 65억원으로, 2012년 100억원에 비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과학계는 정부의 IBS 운영 방침이 변한 데 대해 ‘자유롭게 10년간 연구할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을 깼다’ ‘전전(前前) 정권에 대한 적폐몰이’라고 비판했다”고 전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선일보 보도가 일부 사실과 다르며, 삭감된 예산의 내용도 장비관련 중복예산 신청과 각종 세금 납부 등 당연히 감액해야 하는 대목이었다고 반박했다.

‘현정부 들어 기초과학연구원 예산이 매년 삭감됐다’는 조선 보도에 과기정통부는 해명자료에서 “2017년 2395억원에서 2018년 2540억원으로 145억원 증액됐고, 내년 정부예산안 2365억원으로 175억원 감액됐다. 현 정부에서 매년 삭감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200억원 삭감됐다는 조선일보 보도에도 과기정통부는 200억원이 아닌 175억이라고 밝혔다.

175억원 삭감된 내용을 두고 과기정통부는 “내년도 기존 연구단별 ‘연구비’는 25개 연구단이 요구한 1404억원(전년대비 46억원 증액) 전액을 반영했다. 연구단장이 유고되는 등 3개 특이한 연구단만 예산심의에서 감액(전년대비 33억원 감액)됐다”고 반박했다.

▲ 기초과학연구원 건물.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홍보영상 갈무리
▲ 기초과학연구원 건물.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홍보영상 갈무리
특히 연구단별 ‘장비비’가 전년 대비 138억 감액된 부분과 관련해 과기정통부는 애초 연구단별 장비비를 연구단 스스로 전년보다 90억원 축소해 요구했으며 신청한 장비비의 경우 ‘국가연구시설장비평가단(NFEC:장비비를 평가하는 기구)’의 심의에서 123억원이 감액됐는데, 그 이유는 심의를 신청하지 않은 경우(34억원)와 중복신청한 경우(77억원) 등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애초부터 수요가 줄어 연구단 스스로 적게 신청했을 뿐 아니라 중복신청한 문제 때문에 줄었다는 얘기다.

신규연구단(2개) 예산은 오히려 전년대비 130억원이 증액됐으며, 기관운영비의 경우 취득세(87억원)와 이전비(25억원) 등 일시적으로 이미 지불했던 비용이 더 이상 낼 필요가 없어 112억원이 당연 감소됐다.

이런 이유로 전년대비 예산이 줄어든 사실을 조선일보는 보도하지 않았다. 과기정통부 기초연구진흥과 담당사무관은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예산이 줄어든 것은 맞지만 (조선일보 보도처럼) 더이상 사업이 필요없어졌거나 이 전 정부 사업이라서 홀대하려고 줄어든 것은 아니다. 연구단이 신청한 연구비는 다 반영해줬고, 심지어 늘었다. 장비의 경우 심의절차를 안거치거나 중복된 것이 있어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7년 만에 줄었다는 조선 보도를 두고 이 사무관은 “그럼 예산을 늘리기 위해 내역에도 없는 것을 담아서, 무조건 지난해 만큼 반영해야 하는 것이냐. 보지도 않고 묻지마 예산으로 반영해줄 수는 없다. 필요한 것은 더 반영했고, 줄어든 분야는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조선일보 보도중 “200억원을 줄였다는 부분도 틀렸고, ‘3분의 1로 줄었다’는 표현도 틀렸다. 조선일보 기자에 전화해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해명자료를 내겠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기초과학연구원 내부에서도 반박의 목소리가 나왔다. 최숙 민주노총 공공운수연맹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 기초과학연구원지부장은 16일 통화에서 “예산이 늘었나 줄었나 보다 어떻게 쓰이고 집행하는지부터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최 지부장은 “만약 MB정부 사업을 손보고자 줄이려 했다면 이 사업 자체를 없앴을 것이다. 이렇게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이 전 정부 사업을 유지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그런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최 지부장은 “많은 돈이 들어가는 곳이면 철저하게 검증하고, 제대로 써야 한다. 지금도 기초과학연구원이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는 시선이 많다. 평균 연간 65억원이 들어가는 들어가는 단독 연구단은 없다. 이것을 작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다. 효율적으로 적재적소에 잘쓰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조선일보 기자는 자신들의 보도 내용이 맞는다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기자는 문자메시지 답변을 통해 “조선일보 기사의 팩트가 맞는지 과기부의 해명이 맞는지는 직접 IBS(기초과학연구원) 평균 연구비를 비롯한 실질적인 연구 현실을 취재하면 충분히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기정통부의 해명자료 속 데이터가 해명인지, 아니면 본질과 상관없는 구구절절한 변명인지 역시 직접 취재하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대전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 부지.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홍보영상 갈무리
▲ 대전에 위치한 기초과학연구원 부지. 사진=기초과학연구원 홍보영상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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