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보고서 파장이 계속되고 있다.

CSIS는 북한이 석간몰 기지 등 13곳을 운용하는 것을 확인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리고 뉴욕타임스는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비밀리에 ‘미신고’된 미사일 기지를 운용하고 있고, 북이 미국을 기만했다고 보도하면서 논란이 됐다.

청와대는 13일 “북한이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 미사일 기지를 폐기하는 것을 의무조항으로 한 어떤 협정과 협상도 맺은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보고서를 인용한 뉴욕타임스 보도를 가짜뉴스라고 규정하며 차단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 전략국제연구소 빅터 차 한국 석좌도 물러서지 않고 자기 주장이 맞다고 전면에 나서면서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빅터차는 한국 정부를 맹비난하면서 빅터 차의 강경 발언의 배경도 관심이 쏠린다.

▲ 빅터 차 석좌교수
▲ 빅터 차 석좌교수

빅터 차는 14일 트위터에 “한국 정부가 어떻게 북한의 비공개 미사일 기지를 변호하냐. 가짜 외교를 위해서?”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을 읽어봐라. 북한의 모든 탄도 미사일을 금지하고 있다. 어떻게 북한의 무기 소지를 합리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자유한국당이 보고서 내용을 반박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을 ‘북한 대변인’이라고 공세를 편 것과 같은 맥락이다.

미국과 우리 정부가 민간연구소인 CSIS 보고서 내용에 민감한 것은 자칫 북미협상의 판을 깰 위험이 도사리고 있어서다.

안보정책을 다루는 한 인사에 따르면 우리 정부 입장에선 CSIS 보고서 내용이 북미 협상의 의제로 거론되면 북한인권, 생화학 무기 등 여러 의제들까지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는 신호를 주고 북한이 협상장을 박차고 나갈 빌미를 준다고 본다. 미국 강경파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바꾸려고 노력하는데 CSIS 보고서 파장이 커지면 북미협상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

실제 미국 실무급 강경파 목소리가 커지면서 북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15일 민주당 한반도비핵화대책특별위원회 창립총회 강연에서 “실무자들은 북한의 핵 개발을 나쁜 행동으로 보고 그에 보상이 있어선 안된다고 생각한다”며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서서히 실무진 쪽으로 끌려가는 게 아닌가 한다”고 분석했다.

빅터 차의 개인적 문제가 CSIS 보고서에 영향을 미쳤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번 보고서는 빅터 차가 뉴욕타임스 보도에 등장해 해석을 붙여 파장을 일으켰다.

▲ 2018년 7월9일자 중앙일보(위)와 조선일보의 빅터 차 석좌교수 관련 기사 제목
▲ 2018년 7월9일자 중앙일보(위)와 조선일보의 빅터 차 석좌교수 관련 기사 제목

이에 박지원 민주평화당 의원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빅터 차를 “네오콘”이라며 “사실인데 아마 이 분도 주한 미대사 발령 났다가 잘 안돼 버리니까 이제 화가 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지원 의원은 한국 정부가 북한을 대변한다는 빅터 차에게 “자기는 누굴 대변하고 있어요. 지금? 가짜뉴스 대변인인가”라고 꼬집었다.

4·27 판문점 선언과 6·12 북미 싱가포르 회담 전인 지난 3월 촬영한 사진을 근거로 한 보고서가 미사일 기지 비밀 운용이라는 뉴욕타임스 보도로 확산된 것은 이같이 빅터 차가 주한 미대사 발령 실패 이후 자신의 입지를 넓히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이 있다.

보고서를 집필한 조셉 버뮤데즈 박사의 전력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버뮤데즈 박사는 북한 전문 인터넷 웹사이트인 ‘38노스’ 연구원으로 맹활약했다.

버뮤데즈 박사가 CSIS에 합류한 뒤 한미 정부에 불만이 있던 빅터 차 입맛에 맞춰 내놓은 보고서라는 주장이 나온다. 두 사람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결과가 이번 보고서의 배경이고, 트럼프 대통령 외교 노선에 비판적인 미국 주류 언론의 시각을 반영한 뉴욕타임스가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파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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