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선일보 재직 시절 법원행정처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재판을 잘 챙겨봐 달라’고 했다는 의혹을 보도한 한겨레에 강 의원이 15일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겨레는 이날 조간 2면(“강효상, 조선일보 재직 때 법원행정처에 ‘재판 청탁’ 의혹”)에서 강 의원의 장 회장 재판 청탁 의혹을 제기했다.

검찰 취재를 바탕으로 한 한겨레 보도를 보면, 2015년 11월19일 당시 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은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에게 장 회장 사건 판결문과 판결보고서가 첨부된 이메일을 보냈다. 서울중앙지법(1심)이 회삿돈을 빼돌려 원정 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장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직후였다.

▲ 한겨레 2018년 11월15일자 2면. 한겨레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선일보 재직 시절 법원행정처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재판을 잘 챙겨봐 달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 한겨레 2018년 11월15일자 2면. 한겨레는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선일보 재직 시절 법원행정처에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의 재판을 잘 챙겨봐 달라’고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재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이 전 실장을 불러 그 배경을 추궁한 결과 이 전 실장이 “사실 강효상 의원으로부터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 사건을 잘 살펴봐 달라’는 청탁을 받았다”고 진술했다는 것이다. 장 회장이 구속되고 1심 선고가 있었던 2015년, 그해 9월까지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강 의원이었다. 이후 강 의원은 미래전략실장 겸 논설위원 발령을 받았다.

검찰에서 강 의원 이름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이 전 실장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한겨레 보도에 앞서 KBS ‘뉴스9’도 지난 13일 같은 내용으로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의 재판 청탁 의혹을 보도했다. KBS는 강 의원이라고 특정하지 않고 익명 보도했다.

강 의원은 한겨레가 제기한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은 제가 법원행정처에 동국제강 장세주 회장의 선처를 부탁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이 기사 내용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고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이미 일부 언론의 비슷한 질문에 저는 사실이 아닌 허구임을 분명히 한 바 있다”며 “실명을 거론해 제 명예를 훼손한 이번 보도에 대해 상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디어오늘은 강 의원에게 보다 구체적인 보도 반박 근거와 내용을 듣고자 했으나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가 동국제강 장 회장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보도는 처음이 아니다. 2016년 9월 뉴데일리는 당시 여권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2015년)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 A씨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두 사람(유영구 명지학원 전 이사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청탁을 건넸다. 내용은 유영구 전 이사장의 특별사면과 장세주 회장의 불구속 수사 의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뉴데일리는 청탁한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 A씨가 누군지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은 아니라고 밝혔다.

동국제강과 조선일보가 특수 관계라는 점에서 KBS·한겨레 의혹 보도는 반응이 컸다. 동국제강은 TV조선의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18억4700만원 상당이다.

주주 관계 외에도 장 회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 친분이 두텁다. 방 사장은 범GS가(家)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사돈이며 장 회장 역시 범LG가(家)와 사돈 관계다.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 강효상 자유한국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KBS가 지난달 21일 2015년 3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대로 인하하기 직전 당시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과 정찬우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이 문제를 사전 논의한 사실을 단독 보도할 때도 강 의원이 등장했다. 

이 보도를 보면 2015년 2월 정 부위원장은 안 수석에게 “(당시 조선일보 편집국장이던) 강효상 선배와 논의했다. 기획 기사로 세게 도와주기로 했고, 관련 자료를 이진석(조선일보 경제부 기자)에게 이미 넘겼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조선일보에는 금리 인하에 소극적인 한국은행을 비판하는 기사가 실렸고 정 부위원장은 안 수석에게 “조선이 약속대로 세게 도와줬으니 한은이 금리를 50bp(0.5%p) 내리도록 서별관 회의를 열어서 말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청와대와 보수언론이 한국은행 독립성을 침해한 정황을 보여주는 보도로 평가됐지만 강 의원은 KBS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강 의원은 이때도 페이스북에 “요즘 정부·여당이 급하긴 급했나 보다. 껄끄러운 야당 의원에 대해 친여 매체(KBS)를 통해 이런 식으로 가짜 프레임 공격을 해온다. 할 말은 하는 조선일보도 눈엣가시인가 보다”라며 KBS 보도를 정부의 ‘프레임’으로 규정했다.

강 의원은 “KBS는 그럴지 몰라도 조선일보는 누구 부탁 받아 뉴스 가치를 판단하는 그런 언론이 아니”라며 “한국은행이 조선일보 보도 때문에 금리를 내리는 기관인가. 조선일보를 너무 과대 평가하는 것 아닌가. 이런다고 문재인 정부 실정이 가려지느냐. 국민 세금 같은 시청료를 받아 전파 낭비하는 공영방송이나 언론·야당 공격에 몰두하는 여당이나 참 한심한 세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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