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부터 삼성바이오 주식 거래가 정지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가 고의로 4조5000억원 규모의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가 최종 판단했다. 증선위는 14일 삼성바이오를 고의 분식회계 건으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김태한 삼성바이오 대표이사 해임을 권고하고 삼성바이오에 80억원의 과징금 부과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한국증권거래소는 15일부터 삼성바이오의 상장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증선위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삼성바이오를 고발했고, 위반 금액이 자기자본 2.5% 이상이라서다. 삼성바이오 분식 규모는 4조5000억원으로 자기자본 3조8000억원을 웃돈다. 증권거래소는 영업일 기준 15일 안에 삼성바이오 기업심사위원회 부의 여부를 결정하며, 이 경우 결정일로부터 20일 이내에 상장폐지 여부가 결정된다.

삼성바이오는 행정소송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삼성바이오는 14일 입장문을 내고 “당사 회계처리가 기업회계 기준을 위반하지 않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해 회계처리 적법성을 입증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그룹 차원의 공식입장은 나오지 않아 ‘계열사 차원 선 긋기’ 해석이 나온다.

15일 아침에 발행된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는 일제히 삼성바이오 소식을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아래는 이들 일간지의 머리기사 제목이다.

경향신문 “삼성바이오, 고의로 분식회계…주식 거래정지”
국민일보 “삼바, 고의 분식회계…檢 고발·상장폐지 심사”
동아일보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주식거래 정지”
서울신문 “삼바, 고의 분식회계 결론…주식거래 정지”
세계일보 “삼바, 고의 분식회계…주식 거래 정지”
조선일보 “삼성바이오 22조 주식 ‘거래 정지’”
중앙일보 “삼바 주식거래 정지…피 마르는 22조”
한겨레 “삼바 ‘고의 분식회계’…이재용 승계 정당성 타격”
한국일보 “삼바 4조5000억 고의 분식…시장 충격”

‘소액주주’ 많아 상장폐지 가능성↓

증권거래소는 삼성바이오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식워런트증권(ELW) 11종목 거래를 정지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 주식을 편입한 상장지수펀드(ETF) 73개 종목, 상장지수증권(ETN) 5개 종목은 정지 대상에서 제외했다.

경향신문은 “증권가는 삼성바이오가 상장폐지로 갈 가능성은 낮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과거 대우조선해양과 한국항공우주산업 등도 수조 원대 분식회계에 휘말렸지만 상장폐지는 면했다는 것. 증권거래소가 2009년 관련 제도 도입 후 16개사가 대상에 올랐지만 실제 상장폐지 사례는 없었다.

다만 경향신문은 “삼성바이오가 시가총액 5위 대형주로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래가 정지되면 제약·바이오 업종을 비롯한 시장전체의 투자심리가 꺾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라고 했다.

▲ 11월15일 경향신문
▲ 11월15일자 경향신문

한국일보는 “2016년 10월 상장 신청 당시에는 삼성바이오가 이미 투자자로부터 공모를 받아 2조원대 자본을 확보한 만큼 분식회계 부분을 정정해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금융위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삼성바이오에 대한 증선위 조치안이 이달 중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의결되면 삼성바이오는 과거 재무제표를 수정해야 한다. 이 경우 2015년 흑자가 아닌 2143억원 적자로 돌아선다. 자기자본 역시 2조7000억원이 아닌 6443억원으로 줄어든다.

한겨레는 이재용 승계와 연관성에 주목

한겨레는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시작과 끝이 ‘이재용 경영권 승계’라고 해석했다. 삼성바이오 고의 분식회계 결정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과 삼성의 지배구조 전반에 강한 후폭풍이 밀려올 것이라 전망했다.

한겨레는 금융당국이 이번 조사에서 확보한 다수의 증거자료가 삼성그룹 차원의 개입을 지목하고 있다고 봤다.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바이오 재경팀과 삼성그룹 미전실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하게 합병이 이뤄지도록 조직적으로 움직인 정황이 담겼다는 것이다. 제일모직 덩치를 키우기 위해 가치를 부풀린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가 삼성바이오 완전 자본잠식을 일으키는 ‘부메랑’이 되자 이를 피하려 장부를 조작한 사실도 확인했다고 전했다.

▲ 11월15일 한겨레
▲ 11월15일자 한겨레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관련해 무죄를 선고 받았던 이 부회장 재판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대법원은 1·2심을 법리적으로 판단하는 법률심이라 새 증거를 추가할 수 없으나 파기환송 시 검찰 수사결과가 재판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한겨레는 이번 조사결과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삼성바이오 분식회계가 이뤄졌음이 증명됐다는 점을 짚었다. 2심 재판부는 지난 2월 삼성물산 합병을 중심에 둔 ‘경영권 승계 작업이 없었다’는 이유로 집행유예 판단을 내렸다.

이 부회장은 금융당국의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고발 건으로도 다시 수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등이 지난 7월 고발한 삼성바이오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에 배당돼 있다. 이 부회장은 이달 초 추가 고발됐다. 한겨레는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합병으로 가장 큰 이득을 봤고 삼성 총수로서 미전실과 삼성물산을 관장했다는 점에서 이 부회장의 분식회계 지시를 파악하는 것이 수사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사 추이에 따라 그룹 총수 일가 배임이나 주가조작 혐의 수사로 번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재용→삼성물산→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도 어느 정도 타격이 예상된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20조원어치가 넘는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야 하는데, 삼성물산이 보유한 삼성바이오 지분 43.44%를 실탄 삼아 삼성생명이 가진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예상돼왔다. 증선위 결정으로 주식거래가 정지되면서 삼성바이오 지분가치가 훼손될 가능성이 생기면서 이 시나리오가 실현될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분석이다.

▲ 11월15일자 경향신문
▲ 11월15일자 경향신문

경향신문은 회계처리가 제대로 됐다면 삼성합병이 불가능했을 것이라 전했다. 고의 분식회계가 없었다면 삼성바이오는 자본잠식 상태로 예상돼 기업공개로 투자자 자금을 모을 수 있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시점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이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이전에 이뤄졌지만 당시 합병비율은 삼성그룹 측이 삼성바이오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라고 경향신문은 해석했다.

동아·조선, 투자자 손실과 업계 영향 내세우며 삼성 엄호

동아일보는 삼성바이오 논란이 ‘고의적 분식회계’로 결론 나면서 국내 바이오 간판 기업에 ‘회계 부정’ 낙인이 찍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동아일보는 “국내 대표 바이오기업에 정부가 고의 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것은 한국 바이오산업의 대외 신인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부가 과연 바이오산업을 성장시킬 의지가 있는지 묻고 싶다”는 한 바이오업계 의견을 전했다.

의약품 위탁생산은 해외 제약사들과 10년 이상 장기계약을 체결해 진행하기에 글로벌 제약사들은 위탁생산 업체의 도덕성을 중요한 수주 잣대로 삼는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 바이오기업 전반에 신뢰도가 떨어질 거라는 우려가 있다고도 했다. 동아일보는 “정부 규제로 바이오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져 투자 자체가 위축되면 바이오 생태계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삼성바이오가 고의적 분식회계를 했다는 금융당국 판정을 업계에 대한 규제로 정의한 셈이다.

▲ 11월15일자 동아일보
▲ 11월15일자 동아일보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증선위 결론대로 고의적 회계 분식이 있었다면 큰 문제다. 회사 측의 책임은 추후 소송 등을 통해 가려질 것이다. 하지만 금융 당국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금감원은 2016년 12월, 금감원장은 작년 2월 바이오로직스의 회계 처리에 문제가 없다고 수차례 밝혔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추가 조사를 통해 결론이 180도 바뀌었다”며 “선의의 투자자들이 거래 정지 등으로 피해를 입게 된다면 금융 당국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