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가 ‘책과 생각’ 섹션에 보도한 ‘힘내라 돼지’라는 서평 기사가 논란이 되자 온라인에서 삭제했다. 한겨레는 기사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렸지만, 사과한 이유를 정확히 밝히지 않았다.

한겨레는 지난 9일 “돼지띠 세 남자, 교도소에서 낙원을 꿈꾸다”라는 제목으로 심상대 저자의 ‘힘내라 돼지’ 책 소개 기사를 보도했다. 서평은 최재봉 문화부 선임기자가 썼다.

▲ 사진= 한겨레
▲ 사진= 한겨레

최 선임기자는 기사 초반부에 “심상대의 소설 <힘내라 돼지>는 교도소에서 만난 59년생 돼지띠 남자 셋의 이야기다. 각각 사기와 폭력, 뇌물수수 죄로 들어온 이들이 감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각별한 우정을 꽃 피우고 함께하는 인생의 새 출발을 꿈꾼다는 얼개”라며 책 내용을 소개했다.

문제가 된 부분은 기사 끝부분이다. 최 기자는 기사 후반부에 “꿈꾸는 돼지띠 세 남자를 향해 작가는 ‘힘내라 돼지!’라는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은 2016~7년 사이 폭행 등 혐의로 형을 살고 나온 작가 자신을 향한 응원의 말로 들리기도 한다”고 했다. ‘힘내라 돼지’의 작가 심상대는 지난 2015년 11월 말 전주의 자택에서 내연녀를 여러 차례 때리고 승용차에 감금하려 한 혐의로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 서평 기사는 온라인에서 삭제됐다. 대신 한겨레는 지난 12일 인터넷 페이지에 “‘책과 생각’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를 통해 “<한겨레> 11월9일치 ‘책과 생각’ 섹션 4면에 ‘돼지띠 세 남자, 교도소에서 낙원을 꿈꾸다’라는 제목으로 소설 <힘내라 돼지>(심상대 지음)을 소개했습니다”라며 “책 선정에 신중하지 못했음을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앞으로 관련 보도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겠습니다”라고 설명했다.

▲ 사진= 한겨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 사진= 한겨레 홈페이지 화면 갈무리

한겨레는 사과문에 책 선정이 잘못돼 기사를 삭제했다고 했다. 심상대의 소설 ‘힘내라 돼지’로 서평을 쓴 언론사는 동아일보와 연합뉴스, 뉴시스 등 여러 곳이다. 논란은 책 선정과 함께 가해자의 여성 폭행전력을 미화하는 듯한 기사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최재봉 한겨레 문화부 선임기자는 책 선정과 기사 모두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심상대씨의 폭행 사건을 당연히 알고 있었고 법에 따라 처벌 받고 나왔기에 처음에는 이렇게 활동하는 걸 별도로 평가해줄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데스크와 상의 후 기사를 내리기로 판단하게 된 근거는 소설 속 주인공 중 한 명이 아내를 폭행한 죄로 들어왔는데 아내를 나쁜 사람으로 그리며 당연히 폭행할 만한 상황이었다고 썼다. 자신의 폭행을 미화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독자가 기사의 내용도 지적했다. 책 선정과 기사 모두 문제라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