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와 유료방송의 분쟁으로 방송이 끊겨도 제대로 개입하지 못한 방송통신위원회가 직권조정 권한 확보를 다시 추진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14일 과천정부청사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방통위가 직권으로 분쟁 조정 하도록 하는 방송법 개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개정을 추진하는 방송법에 따르면 방통위는 시청권의 중대한 침해가 예상되고, 방송의 유지·재개 명령이 내려진 분쟁일 경우 방통위 분쟁조정위원회 직권으로 조정 절차를 개시할 수 있다.

방통위가 분쟁 조정 기능을 강화하는 이유는 지상파와 유료방송 플랫폼의 채널 대가를 둘러싼 갈등이 반복되는 상황에 제대로 개입하기 못했기 때문이다. 지상파는 유료방송 플랫폼에 채널을 내보내는 대가인 재송신수수료(CPS) 인상을 요구하면서 유료방송 플랫폼 진영과 마찰을 빚고 있다. 2011년 지상파와 케이블 간 협상이 결렬돼 KBS2, MBC, SBS 등이 송출이 중단되는 ‘블랙아웃’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 2012년 1월, 지상파가 케이블에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자, 케이블측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상파를 끊는 초유의 블래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 2012년 1월, 지상파가 케이블에 재송신 대가를 요구하자, 케이블측은 과도한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며 지상파를 끊는 초유의 블래아웃 사태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그러나 현재 방통위가 가진 법적 권한은 방송이 중단될 위기가 벌어지면 방송을 30일 동안 더 틀게 하는 ‘방송유지 재개명령’뿐이다.

방통위가 직권조정 권한 확보에 나선 건 이번이 두 번째다. 2015년 방통위가 방송유지 재개 명령권·직권조정·재정 권한을 갖는 방송법 개정안 마련을 추진했으나 국회는 ‘방송유지 재개명령권’만 통과시켰다. 당시 지상파 관계자들이 법안소위에 출석해 사업자간 자율성을 침해하는 조치라고 반발한 점이 영향을 미쳤다. 지상파는 협상력이 우월한 상황에서 정부의 개입을 꺼리고 있다.

방통위는 사업자 의견수렴 결과를 공개했는데 사업자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지상파 사업자들과 한국방송협회는 “이미 재송신 시장이 안정화돼 재송신 중단 가능성이 매우 낮고, 중단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충분히 갖춰졌다”며 “자율협의로 결정돼야 할 콘텐츠 거래 가격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 일러스트= 권범철 만평작가

반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견해는 달랐다. 한국IPTV방송협회는 “자율협상에만 맡겨두면 방송중단 사태가 올 수도 있어 정부의 정책적 개입이 바람직하다”며 “재송신 분쟁의 궁극적 해결 위해 재정 제도(방통위가 법원 판결과 같은 권한을 갖도록 하는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지상파의 횡포를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보호책”이라며 “재송신 대가 적정산정 기준 마련 등 개선조치가 수반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삼석 상임위원은 “사업자의 자율권을 침해한다고 볼 수 없다”며 “정부 개입은 최소화하고, 분쟁이 있더라도 사업자간 자율적 해결이 바람직하지만 시청권 침해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김석진 상임위원도 “시장 자율에 개입해 재송신 가격을 결정하거나, 시장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날 의결된 직권조정 권한 도입은 방송법 개정 사항이기 때문에 국회에서 입법을 통해 최종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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