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9’이 지난 13일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 청탁으로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서울중앙지법은 2015년 11월 회삿돈을 빼돌려 원정 도박을 한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장 회장은 2003~2015년까지 동국제강 자금 208억원을 횡령해 도박 하거나 개인 채무를 갚은 혐의 등으로 2015년 5월 구속 기소됐다. 대법원은 2016년 11월 징역 3년6개월을 확정했다. 논란은 2015년 11월에 있었던 1심 재판이다.

▲ KBS ‘뉴스9’이 지난 13일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 청탁으로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해 파장이 일고 있다. 사진=KBS 뉴스9 화면 캡처
▲ KBS ‘뉴스9’이 지난 13일 조선일보 고위급 간부 청탁으로 양승태 사법부가 재판에 개입한 정황을 보도했다. 사진=KBS 뉴스9 화면 캡처

KBS 보도에 따르면 1심 선고 직후 당시 임성근 서울중앙지법 형사수석부장이 이민걸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에게 장 회장 사건 판결문과 판결보고서가 첨부된 이메일을 보냈다.

법원행정처가 이처럼 장 회장 사건을 챙긴 까닭과 관련해 이민걸 전 실장이 최근 검찰에 ‘당시 조선일보 최고위급 인사에게 부탁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했다는 것. KBS는 ‘당시 조선일보 최고위급 인사’가 문자로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 전 실장은 지난 2015년 8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법원행정처 기조실장을 지내며 일제 강제 징용 피해자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고의로 지연시키는 데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가 동국제강 장 회장 구명 로비에 나섰다는 보도는 처음이 아니다. 2016년 9월 뉴데일리는 여권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해(2015년)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 A씨는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두 사람(유영구 명지학원 전 이사장과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에 대한 청탁을 건넸다. 내용은 유영구 전 이사장의 특별사면과 장세주 회장의 불구속 수사 의뢰였던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 2016년 9월1일자 뉴데일리 보도. 사진=뉴데일리 홈페이지
▲ 2016년 9월1일자 뉴데일리 보도. 사진=뉴데일리 홈페이지
뉴데일리는 청탁을 한 조선일보 고위 관계자 A씨가 누군지 특정하지 않았다. 다만 대우조선해양과 비리 의혹이 불거졌던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은 아니라고 밝혔다. 장 회장이 구속되고 선고가 있었던 2015년, 그해 9월까지 조선일보 편집국장은 강효상 현 자유한국당 의원이었다. 이후부턴 김창균 현 조선일보 논설주간이 편집국장을 맡았다.

동국제강과 조선일보는 특수 관계다. KBS는 보도에서 “검찰은 동국제강이 조선미디어그룹에 18억여 원을 투자하는 등 두 기업이 가까웠던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 동국제강은 TV조선의 비상장 주식을 갖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18억4700만원 상당이다.

주주 관계 외에도 장 회장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내 친분이 두텁다. 방 사장은 범GS가(家)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과 사돈이며 장 회장 역시 범LG가(家)와 사돈 관계다.

조선일보는 장 회장의 구속 영장이 청구될 때 검찰을 비판했다. 2015년 4월29일자 지면에서 조선일보는 검찰이 장 회장 구속영장을 기각한 법원을 비판하자 “장 회장을 골인(구속)시키지 못한 검찰이 영장을 기각한 법원에 강한 불만을 표시한 셈이다. 그런데 영장 발부는 수사의 성공이고 영장 기각은 실패라고 말할 수 있을까. 우선 불구속 재판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면서 지금은 구속 수사가 예외”라고 법원 판단을 옹호했다.

그런데 장 회장은 2015년 5월7일 200억원대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횡령 자금 일부를 해외 원정 도박에 쓴 혐의 등으로 구속됐다. 조선일보는 일주일 뒤 14일자 지면에서 “구속에 목매는 검찰, 영장 기각되면 법원에 삿대질”이라는 제목으로 장 회장을 구속한 검찰을 비판했다. 법원이 2015년 11월 1심에서 장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소식도 지면에선 찾을 수 없었다.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는 박근혜 청와대와 거래 일환으로 각종 재판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산다. 대법원은 지난 7월 그 시절 법원행정처가 숙원 사업이었던 상고법원 도입을 위해 작성한 보고 및 전략 문건 200여건을 공개했다. 문건 가운데 ‘조선일보’가 들어간 것은 2015년 작성된 ‘조선일보를 통한 상고법원 홍보 전략’ 등 9건이었다.

법원행정처가 우호적 여론 형성을 위해 조선일보를 적극 활용한 정황으로 보이지만, 조선일보는 이 문건들에 “행정처가 일방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본지와는 무관한 내용”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 경향신문 2018년 7월24일자 5면.
▲ 경향신문 2018년 7월24일자 5면.
이 밖에도 경향신문은 지난 7월 양승태 시절 법원행정처가 방상훈 조선일보 사장의 사돈인 이인수 전 수원대 총장의 형사사건 진행을 지속적으로 관리한 사실을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사법농단을 수사하는) 검찰이 양승태 대법원이 상고법원 설립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조선일보는 물론 조선일보 사주의 사돈 재판까지 직접 챙기며 재판거래를 시도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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