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선거에 나온 전현석 정치부 기자와 박준동 현 노조위원장이 출마의 변을 내놨다. 제31대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선거는 오는 19일부터 22일까지다. 23일 선거 결과가 발표된다.

먼저 전현석 후보는 지난 2006년 입사(45기)해 사회부, 주말뉴스부 등을 거쳐 현재 정치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전 후보는 13일 발행한 노보를 통해 “노조 위상은 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사측이 노조를 외면하고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전 후보는 “조합원들은 노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 소통에 목말라하고 있다. 노조가 보다 더 조합원을 자주 만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사측에 전해 달라는 얘기다. 회사도, 노조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박 위원장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지만 현 박준동 집행부의 소통 부족을 이처럼 우회 비판했다.

전 후보는 △조선일보 노조 역할과 지위 확립 △조합원 임금과 처우 개선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업무 시스템과 수당 제도화 △조합원 의견 적극 수렴 △노조 운영 투명화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전 후보는 “앞으로 노조위원장이 사장과 수평적 위치에서 대화하고 협상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하겠다”며 “임금은 ‘1등 신문’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앞으로 임금협상을 매년 하고 그에 따라 매년 임금 인상이 이뤄지도록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 조선일보 제31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나선 전현석 후보(왼쪽)와 박준동 후보. 사진=조선노보
▲ 조선일보 제31대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나선 전현석 후보(왼쪽)와 박준동 후보. 사진=조선노보
그는 이 밖에도 주거 관련 대출금 증액, 자녀 교육비 지원 확대, 가족 건강검진 대상 확대, 출산 축하금 지원 등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 복지 정책 등을 사측에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사내에 논란이 돼 왔던 노보 제작과 관련해선 편집위원회(가칭) 등을 구성해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현 집행부로서 그동안 노보를 통해 사주의 경영 세습과 과도한 배당금, 사내 비정규직 차별 문제 등을 비판해온 박 위원장은 “‘죽은 기자의 사회’가 되지 않도록 무엇이 정의인가 토론하는 노조를 선택하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박준동 후보는 출마의 변에서 올해 노보 활동 등을 “배당금과 잉여금 폭로를 통해 지난 5년여 간 사측이 부당하게 임금 인상을 억눌렀다는 사실을 밝혔다. 성역을 넘음으로써 최소 앞으로 5년간은 정상적으로 임금을 올릴 명분이 생긴 셈”이라고 자평했다.

박 후보는 노조와의 소통과 협상에 미온적인 회사를 겨냥해 “명분이 전혀 없는데도 버티는 사측 속셈은 알만하다. 노조만 교체하면 된다는 것이다. 비판의 펜을 거두기 전엔 국물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라고 비판했다.

박 후보는 사측과 각을 세우는 노조에 대한 조합원 우려에 “제가 연임할 경우 사측이 계속 협상을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조합원도 있을 것이다. 그 정도면 완전히 악덕 기업주의 길을 가는 것인데 그럴 분들은 아니라고 본다”며 “저도 사장이나 간부들 개인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으므로 타협의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사람과 조직에 충성하지 않듯이 반대로 미워하지도 않는 게 소신”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는 노보 사유화 논란을 의식한 듯 “문제는 외부에서 보기엔 필명 없는 글을 다수 생각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이라며 “해결책은 노보 원고를 먼저 대의원들이 단톡방에서 열람하고 반론이 없을 경우에만 필명 없이 글을 게재하는 방안이다. 반론이 있으면 필명을 적고 반론과 함께 게재하면 될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그는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조위원장에 나섰다”며 “제 생각만 옳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죽은 기자의 사회’가 되지 않도록 무엇이 정의인가 토론하는 노조를 선택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는 1994년 조선일보에 입사(33기)해 편집부, 주간조선, 15대 노조 사무국장 등을 거쳐 29·30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한편 부위원장 후보로 조선일보 이혜운 기자가 나섰다. 이 기자는 지난 2007년 조선일보에 입사(47기)해 현재 주말뉴스부에서 근무하고 있다. 아래는 두 후보의 출마의 변 전문이다.

[관련기사 : 조선일보 노조위원장 선거 격돌한다]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 조선일보 사옥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기호 1번 전현석 후보의 출마의 변. 

조선일보 노동조합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제31대 노조위원장 후보 기호 1번 전현석입니다. 1988년 설립된 조선일보 노조는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노조의 위상은 해가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습니다.

이렇게 된 원인은 무엇보다 사측이 노조를 외면하고 제대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도 별 문제가 안 됐던 때가 있었습니다. 사측은 1등 신문에 걸맞은 임금과 복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했고 이를 어느 정도 지켜왔습니다.

이는 까마득한 옛날 얘기입니다. 사측은 지난 수년간 임금과 복지에 대해 말을 삼가고 있습니다. 현재 조합원에 대한 처우가 조선일보 명성에 맞지 않는다는 걸 잘 알기 때문입니다. 특히 10년차 이하 조합원의 임금 문제가 심각한데도 사측은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한 회사 간부는 “이 정도 월급만 줘도 조선일보 들어올 사람 많다”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실망스러운 발언입니다. 조합원 자존심을 이렇게 무너뜨리면서 ‘1등 신문’을 만들라는 건 언어도단(言語道斷)입니다.

주 52시간 근무제에 대한 회사 대책은 보이지 않습니다. 대다수 조합원들은 ‘장부상’으로만 주 52시간 근무를 지키고 있습니다. 사측은 “주52시간 근무로 인해 깎인 임금을 연말에 보전해주겠다”고 하지만, 어떤 기준과 방식으로 책정할지 조합원은 알지 못합니다.

사측에 실망한 조합원들은 2년 전 박준동 현 노조위원장을 선택했습니다. 최근 박 위원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노조 대의원들로부터 업무정지에 상응하는 조치를 당했다는 사실을 모두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지면을 빌어 박 위원장을 비판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그의 공과(功過)는 이미 모든 조합원들이 알고 있고, 이번 선거를 통해 평가 받을 것입니다. 박 위원장에게 그동안 수고했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조합원들은 노조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소통에 목말라하고 있습니다. 노조가 보다 더 조합원을 자주 만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이를 사측에 전해 달라는 얘기입니다. 그렇습니다. 회사도, 노조도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최근 한 조합원에게 ‘회사와 노조에 바라는 바가 무엇이냐’고 물으니 “없다”고 답했습니다. “원한다고 바뀌는 게 없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비판보다 무관심이 더 무서운 법인데도, 사측과 노조는 사태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회사도, 노조도 더 이상 이런 식으로는 안 됩니다. 이제 노조와 회사 모두 진짜 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이와 같은 문제 의식을 가지고 노조위원장에 입후보했습니다.

저의 공약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조선일보 노조 역할과 지위를 분명히 하겠습니다.

노조는 사측 결정에 거수기 역할을 하는 조직이 아닙니다. 조합원 생각을 사측에 적극 알리고 설득하고 조합원 이익을 쟁취하는 조합원의 대표 기구입니다. 앞으로 노조위원장이 사장과 수평적 위치에서 대화하고, 협상하는 문화를 정착시키도록 하겠습니다.

하나, 무엇보다 조합원 임금과 처우 개선에 노력하겠습니다.

임금은 ‘1등 신문’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입니다. 앞으로 임금협상을 매년 하고, 그에 따라 매년 임금 인상이 이뤄지도록 바꾸겠습니다. 특히 회사의 미래인 저연차 조합원을 위한 임금 인상 대책을 마련해 회사와 협상하겠습니다. 또 주거 관련 대출금 증액, 자녀 교육비 지원 확대, 가족 건강검진 대상 확대, 출산 축하금 지원 등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 복지 정책 등을 사측에 요구하겠습니다. 차장 대우가 되면 임금이 사실상 동결되는 터무니없는 관례도 바꾸겠습니다.

하나,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업무시스템과 수당 제도를 만들겠습니다.

주 52시간 근무 시행에 따라 업무 방식과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조합원 목소리가 높습니다. 사측과 논의해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더 일한 만큼 적절한 보상을받는 수당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하나, 조합원의 의견을 적극 수렴하는 노조가 되겠습니다.

조합원 의견 청취를 위한 다양한 제도를 마련하겠습니다. 우선 대의원 회의를 정례화하겠습니다. 노조는 조합원과 적극적으로 만나 의견을 듣고 이를 가감 없이 노보에 반영하겠습니다. 노보 제작을 위한 편집위원회(가칭) 등을 구성해 운영하겠습니다.

하나, 노조를 투명하게 운영하겠습니다.

공약 사항에 대해 사측과 어떻게 협상이 진행되고 있으며, 결과는 어떠한지 조합원들과 수시로 공유하겠습니다. 이 외에도 조합원 요구사항을 사측에 가감 없이 전달하겠습니다. 조합원의 미래가 회사의 미래입니다. 조합원만 바라보고 뛰겠습니다. 조합원이 원하는 때와 장소에 있겠습니다. 제31대 노조위원장 후보 기호 1번 전현석입니다. 감사합니다.

기호 2번 박준동 후보의 출마의 변. 

저의 조선일보와 인연은 흑석동에 태어날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달동네에서 내려오는 등굣길에 ‘조선일보 사장댁’을 늘 지나야 했습니다. 성처럼 높은 담벼락은 어린이의 걸음으로 몇 분은 걸릴 정도로 길었습니다. 길을 물어볼 때 자주 언급되는 랜드마크였습니다.

그래도 ‘~댁’이란 말을 꼭 붙였던 걸 보면 부유함을 시기하진 않았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부유함은 그 자체로 비난받을 일이 아닙니다. 부자는 회사나 사회의 공정성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뿐입니다. 때문에 세계 최고 부자였음에도 부유층 증세를 주장한 워런 버핏은 찬사를 받았습니다.

저는 부자가 존경받는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공정 시장 옹호자입니다. 처지가 다른 쌍방의 거래가 빈번하므로 시장은 불평등을 확대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공정 시장을 만들기 위해선 ‘사람의 손’이 필요합니다. 민법에 이어 노동법이 생긴 이유입니다. 가족의 생존을 걸고 노동력을 팔아야 하는 처지의 우리 노동자들에겐 고용주와 대등하게 맞서는 노조가 필요한 것입니다.

고참 기자가 되면 임금이 제자리 걸음이고 젊은 기자들은 20년이 지나도 그런 선배들 수준조차 안 될 게 뻔한 현실에 절망하고 있습니다. 정규직 임금 인상만 요구하기엔 부끄러울 정도로 사내 하청업체 동료들의 최저임금 편법 문제도 심각합니다.

그런 현실을 바꾸고자 정당한 요구와 비판을 하는 노조를 사측이 무시하는 것은 결국 시장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나아가 ‘조선일보 사장댁’에 대한 위화감을 유발하는 행위입니다.

올해 노조의 요구는 거의 수용되지 않았고 심지어 사측은 협상안도 내놓지 않았습니다. 조합원들 중에는 ‘노조가 너무 세게 나가서’라고 생각하는 분도 있습니다. 도가 지나쳐 사주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것이지요. 금도란 성역과 같은 말입니다. 성역을 넘는 것은 겁나는 일입니다. 

때문에 사측이 협상에 임하기를 오래 기다렸고 명분이 충분할 때 넘었습니다. 배당금과 잉여금 폭로를 통해 지난 5년 여간 사측이 부당하게 임금인상을 억눌렀다는 사실을 밝힌 것입니다. 성역을 넘음으로써 최소 앞으로 5년간은 정상적으로 임금을 올릴 명분이 생긴 셈입니다.

회계자료를 분석하면서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론 사측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과거 일부 노조 집행부는 사측에 임금협상을 일임하면서까지 굴종했으니 굳이 먼저 챙겨 줄 동기가 없었을 것입니다. 

문제는 폭로되고도 시치미 떼고 있는 행태입니다. 명분이 전혀 없는데도 버티는 사측의 속셈은 알만합니다. 노조만 교체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비판의 펜을 거두기 전엔 국물도 없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입니다.

노보의 비판 수위가 높아질수록 적당히 임금만 올리길 원하는 일부 조합원들의 지지가 약해질 거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눈앞의 이익을 중시하는 노예근성을 자극해 길들이는 전략입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라는 영화 대사가 떠오르는 대목입니다.

연일 비판적 노보가 나가 회사에 자부심이 큰 조합원들의 불만이 있었을 것입니다. 노보를 독점할 이유도 의도도 없습니다. 문제제기 후 반론이 나와 노보가 공론의 장이 되길 바랍니다. 그렇지만 지난번처럼 불필요한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만들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비판적 주장이나 소수의견을 노보에 게재하지 말아야 한다는 언론인은 없을 것입니다. 문제는 외부에서 보기엔 필명 없는 글을 다수의 생각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다고 매번 위원장의 필명으로 쓰면 주장의 힘이 약해지기 때문에 그동안 지금의 방식이 유지됐습니다. 해결책은 노보 원고를 먼저 대의원들이 단톡방에서 열람하고 반론이 없을 경우에만 필명 없이 글을 게재하는 방안입니다. 반론이 있으면 필명을 적고 반론과 함께 게재하면 될 것입니다.

제가 연임할 경우 사측이 계속 협상을 거부하면 어쩌나 걱정하는 조합원도 있을 것입니다. 그 정도면 완전히 악덕 기업주의 길을 가는 것인데 그럴 분들은 아니라고 봅니다. 저도 사장이나 간부들 개인에 대한 나쁜 감정은 없으므로 타협의 문은 항상 열려 있습니다. 사람과 조직에 충성하지 않듯이 반대로 미워하지도 않는 게 소신입니다. 임단협 거부나 노동시간 관련 고소 고발도 임기 말에 고려했던 카드였지만 조합원들이 수용할지 확인이 필요했습니다.

재벌 비판보다 노조 비판에 더 적극적인 신문사에서 제대로 노조 활동 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노조도 비판의 예외일 순 없지만 혐오하다시피 하는 기사를 볼 때면 낯이 뜨거워지기도 합니다.

저는 달동네에서 진작 벗어났으나 고시원, 반지하, 옥탑방 등 이 시대의 ‘달동네’에 남아있는 노동자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살아왔습니다. 부끄럽지 않기 위해 노조위원장에 나섰습니다. 제 생각만 옳다고생각하진않습니다. ‘죽은기자의 사회’가 되지 않도록 무엇이 정의인가 토론하는 노조를 선택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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