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간 신원을 숨겼던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불법·비리 공익제보자가 공개석상에서 “면책될 순 없지만 이렇게라도 디지털 성범죄를 막으려 했다는 건 이해받고 싶다. 불법촬영 피해자들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양 회장 소유회사의 한 임원 A씨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A씨는 그러면서 “법무이사로 재직한 점, 성범죄 영상을 막아보려 노력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점 등으로 나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죄 입장을 밝혔다.

▲ 한국인터넷기술원 법무이사 A씨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 한국인터넷기술원 법무이사 A씨는 13일 오후 서울 중구 ‘뉴스타파’ 회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양 회장 소유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의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김도연 기자

A씨는 ‘양 회장과 공범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밝혔다. A씨는 수년 전 위디스크 관계사에 입사해 서버관리 등 행정업무를 담당하다 타 관계사를 두루 역임했고, 임원까지 승진했다. 

A씨는 양 회장과 자신이 갈등관계였다고 했다. “사내 직원 불법 도청이 확인됐을 때 감시 기록, 감시 프로그램 등 폐기를 요구했고 직원을 해고할 때 항의를 하는 등”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었다는 것이다.

제보 동기로는 지난 7월28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의 ‘웹하드 카르텔’ 보도와 이후 진행된 양 회장의 증거인멸을 들었다. 현재 마무리 단계인 양 회장의 불법촬영 유포 사건 수사는 지난 2월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고발로 접수됐으나 그것이 알고싶다 방영 전까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방영 후 논란이 거세지자 경찰은 인력 100여 명을 투입하고 계좌·사무실 압수수색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양 회장은 휴대전화를 세 차례 바꿨고 직원들이 유리한 진술을 하게끔 금전으로 회유·압박했다. A씨는 “양 회장은 카톡 중독자다. 카톡으로 업무지시를 대부분 한다. 8월 초 폰을 바꿨지만 기록을 없애려고 폰을 계속 교체했다. 경찰 제출 요구에 ‘새 폰’을 낼지, ‘헌 폰’을 낼지 몇차례 회의까지 했고 결국 둘 다 제출했다”고 말했다.

▲ 회사 전 직원을 폭행하고 엽기적인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민중의소리
▲ 회사 전 직원을 폭행하고 엽기적인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이 7일 오후 경기도 수원이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압송되고 있다.ⓒ민중의소리

A씨는 “직원들 하드디스크를 교체하거나 ‘양진호’ ‘회장’ 들어간 파일이나 텔레그램 기록은 전부 삭제했다”며 “수사 방해다. 많은 경찰력을 투입해도 증거가 인멸된 상황에서 혐의를 밝혀내기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구속되는 직원에겐 3억원, 집행유예 받을 시엔 1억원, 벌금을 맞으면 두 배 금액으로 보상." A씨는 양 회장이 이같이 말하며 임직원의 허위진술을 강요했다고 밝혔다. 

A씨는 투명 지퍼백에 든 흰색 봉투를 꺼내 “양 회장이 모 임원에게 준 500만원이다. 그는 거부했으나 강제로 받았다. 임원인 나를 찾아와 돈을 맡겼고, 내가 보관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직원들에게 진술을 잘 할 경우 ‘소환 1회당 천만원씩 주겠다’고 했고 조사를 마친 직원에겐 50만원을 줬다.

A씨는 지금까지도 양 회장 측으로부터 회유·협박 문자를 받고 있다. 그는 “양 회장 구속 이후에도 만나자, 도와달라 등의 문자, 카톡, 전화가 계속 온다”고 밝혔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가 A씨에게 책임을 묻는 이유는 양 회장 소유회사들이 불법촬영물 생산·유통 뿐만 아니라 삭제업체까지 지배하며 수익을 독점하고 유착관계를 맺었다는 의혹 때문이다. 양 회장은 필터링 업체 ‘뮤레카’와 삭제업체 ‘나를찾아줘’ 등을 같이 지배했다. 뮤레카는 웹하드 업체들과 기술협약을 맺은 대표 회사다.

A씨는 이견을 보였다. 그는 “뮤레카가 기술을 불법적으로 악용하거나 부정하게 이용했다는 사실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 사건 이후 내부 시스템과 직원 조사를 철저히 했으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지난 2월 '웹하드 카르텔' 실태를 경찰에 고발하며 웹하드 업계 성범죄 혐의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한사성 제공
▲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는 지난 2월 '웹하드 카르텔' 실태를 경찰에 고발하며 웹하드 업계 성범죄 혐의 수사를 촉구했다. 사진=한사성 제공

A씨는 수사기관에 양 회장의 횡령·탈세 및 직원 불법 도·감청 혐의를 적극 수사해달라 주문했다. 그는 양 회장이 도청프로그램 ‘아이지기’를 통해 직원 통화내역과 내용, 앱 로그기록, 주소록, 문자내용을 도청하고 저장한 기록을 공개했다. 양 회장은 이를 통해 직원들 오피스텔 비밀번호까지 알 수 있었다.

A씨는 자신이 확인한 횡령 금액만 30억원에 달할 것이라 추정했다. 차명 주식을 이용해 ‘몬스터 주식회사’와 ‘뮤레카’ 지분을 매각하며 돈을 우회 소유했다는 것이다. 그는 “3년 뒤 판도라TV에 몬스터주식회사를 42억 원(세전)에 매각해 차명 직원 계좌로 받았고 양 회장은 이를 고가품 구매에 쓴 것으로 안다. 실소유주 인터넷기술원 입장에선 횡령이고 탈세 혐의 적용도 가능하다. 회계팀은 임원들의 인감·통장을 관리했다. 이 외에도 비자금 조성 방법은 더 있을 것”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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