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를 퇴사한 후 나는 곧바로 지리산 아래 구례군에 집을 구했다. 산나물을 뜯었고, 그걸 팔아 취재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재심 시리즈 3부작 - 익산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3인조 사건, 김신혜 사건’ 취재는 많은 비용이 들었다. 아무리 산나물을 뜯어도 늘 마이너스였다. 힘들고, 때로는 화가 났다. 하지만 부끄럽지는 않았다.”
그가 부끄럽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그가 써 내려 갈 기사 때문이었다. 미국 비영리단체 ‘무죄 프로젝트’(Innocence project)가 유죄의 누명을 쓴 무죄 피고인의 억울함을 벗겨주었던 것처럼, 차근차근히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갔다.
[ 카카오 스토리펀딩 ① 그들은 왜 살인범을 풀어줬나 ② 가짜 살인범 ‘3인조’의 슬픔 ③ 그녀는 정말 아버지를 죽였나 ]
취재비용은 ‘스토리펀딩’ 프로그램을 통해 무려 10억원이나 모았다. 재심 시리즈 3부작을 함께 한 박준영 변호사의 소송 비용도 함께 충당했다. 불가능할 것만 같았던, 그의 도전은 끝내 ‘재심’을 끌어냈다.그는 ‘셜록’이라는 매체를 창간했다. 남들이 다 쓰는 기사 대신, 1주일에 기사 하나를 쓰더라도 제대로 된 기사를 쓰자고 후배들을 독려했다. 1년간 월급도 밀리지 않고 주겠노라고 선언했다.
‘셜록’은 홈런을 쳤다. 불법 촬영 영상물을 유포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위디스크 실소유주 양진호 회장에 대한 자비 없는 보도가 이어졌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처럼 사회적 공분을 연료 삼아 후속 보도가 타 언론사에서도 쏟아졌다. 그러나 보도에는 예상치 못한 뒷이야기도 있었다. 그가 좀 더 큰 반향을 위해 방송사에 취재 내용을 들고 갔더니 거부했다는 거다. ‘삼성 같은 대기업도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삼성이 무서워서 안 한다고 했으면 덜 슬펐을 터다. 그랬으면 이해(?)라도 했을 텐데, ‘삼성 사건이 아니어서 못한다.’는 말을 듣고 나는 머리가 띵했다. 할 말이 없었다. 언젠가부터 우리는 큰 놈, 쎈 놈과 싸움만을 즐긴다. 실력도 없으면서...”
우리에게는 더 많은 박상규가 필요하다. 우리의 일상을 아우르는 보도는 공기처럼 존재해야 하지만, 음지에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사회적 약자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 셜록 박상규라는 존재는 이제 언론인들이 수시로 점검해야 할 잣대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