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병원(병원장 서창석)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공동파업에 들어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 원‧하청 노동자 700여명은 이날 새벽 5시부터 하루파업에 들어갔다. 참가자들은 오전 10시 서울대병원 본관 1층 로비에서 출정식을 열었다. 이들은 “병원이 직고용 합의해놓고 사실상 간접고용 방안을 들고 나왔고, 정부는 방조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대병원은 본원과 보라매병원 전체 노동자 7000여명 가운데 900명 정도(12.8%)가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다. 이는 내년에 정규직 전환이 완료되는 직고용 비정규직 336명과 일시‧간헐 업무 비정규직 150명을 뺀 숫자다. 이들은 △냉난방과 인공호흡기 등 시설 △환자정보 관리 △환자이송(보라매병원) △청소 △주차 △경비 △식당 등 업무를 맡고 있다. 보라매병원은 서울대병원이 위탁운영한다.

노사는 지난해 12월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 따라 필수 업무를 하는 간접고용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채용”키로 합의했다. 전환 방식은 노사전문가협의체를 꾸려 결정하기로 했다. 당시 서울대학교 노동조합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내걸고 3일간 파업해 성사된 합의였다. 서울대병원은 대통령이 기관장을 임명하는 공공기관이다.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당시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공약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이 노사전문가협의체 회의에 성의를 보이지 않다가 3개월 만에 사실상 직고용을 거부하는 자회사 추진안을 내놨다”고 했다.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노동자들은 ‘자회사는 또다른 하청일 뿐’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가이드라인‘에서 생명‧안전 관련 업무는 직접고용하고, 상시 지속하는 업무는 정규직 전환하라고 원칙을 정했다. 의료연대본부는 보도자료에서 “사측은 하청노동자의 업무가 생명·안전과 무관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들은 전기공급이 끊겨 의료기기와 음압시설 등이 오작동하지 않을까, 하루에도 몇 톤씩 쏟아져나오는 오염물에 감염이 발생하지 않을까 긴장하며 일한다”고 했다.

서울대학교 어린이병원에서 5년째 의료폐기물을 청소하는 간접고용 노동자 최아무개씨는 “15년을 일하는 분들도 최저임금을 못 벗어난다. 병원과 하청업체 사이 계약이 1~3년이라 항상 고용불안에 시달린다”고 했다. 최씨는 “상시지속되는 생명안전 업무이니 원청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간호직종 정규직 노동자인 우지영 서울대병원분회 조직부장은 “현재 병원 앞에 나란히 놓인 두 횡단보도에서 일하는 노동자도 한 명은 간접고용, 한 명은 직고용이다. 둘 사이 임금과 처우, 고용 조건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했다.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일부는 본관 2층에서 출정식에 참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일부는 본관 2층에서 출정식에 참가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출정식에 연대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서울대학교병원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3일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일일 공동파업하고 있다. 한상균 전 민주노총 위원장이 출정식에 연대 참가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서울대병원측은 “정해진 예산보다 인건비 부담이 늘어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병원은 일부분은 직고용하고, 일부분은 자회사로 전환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파업을 해도 영향은 크지 않다. 대체인력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필수유지업무 제도는 병원 등 필수공익사업에서 쟁의행위 시 대체인력 투입을 규정했다. 우지영 조직국장은 “지난 10월 청소노동자 파업 땐 1명 일하는 데 3명의 대체인력이 들어갔다”고 했다.

노동자들은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우 조직국장은 “대통령이 공공부문 정규직화를 선언한 뒤 ‘각자 알아서 하라’고 내버려 두고 있다. 그 사이 병원장이 자회사를 밀어붙이는데, 정부는 이를 놓고도 침묵하고 있다”고 했다.

의료연대본부는 “서울대병원에서 정규직 전환 방식이 다른 국립대병원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정부가 방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파업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국립대병원 인력을 담당하는 세종시 교육부와 청와대를 찾아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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