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하드 업체 ‘위디스크’와 ‘파일노리’ 실소유주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로봇 키드’였다. 마징가Z와 태권V를 보고 자란 그는 200억원을 들여 이족보행(二足步行) 로봇 ‘메소드-2’를 개발했다고 한다. 2016년 12월 한국미래기술(대표 임현국)이 만든 4m 습작 로봇 ‘메소드-2’가 사람을 태운 채 두 발로 걷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외신과 국내 언론은 그를 주목했다. 그는 그해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완성작도 나오기 전에 외부 투자를 받으면 간섭이 들어올 수밖에 없고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혼자 힘으로 개발비를 댔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애지중지한 로봇이 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 2016년 12월 한국미래기술이 만든 4m 습작 로봇 ‘메소드-2’가 사람을 태운 채 두 발로 걷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외신과 국내 언론은 그를 주목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당시 언론에 “완성작도 나오기 전에 외부 투자를 받으면 간섭이 들어올 수밖에 없고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혼자 힘으로 개발비를 댔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TV
▲ 2016년 12월 한국미래기술이 만든 4m 습작 로봇 ‘메소드-2’가 사람을 태운 채 두 발로 걷는 동영상이 공개되자 외신과 국내 언론은 그를 주목했다.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당시 언론에 “완성작도 나오기 전에 외부 투자를 받으면 간섭이 들어올 수밖에 없고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혼자 힘으로 개발비를 댔다고 했다. 사진=연합뉴스TV
탈세·비자금 혐의로 고발

당장 로봇 개발비를 두고 탈세와 비자금 의혹이 제기됐다.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한사성)와 녹색당은 13일 오전 양 회장의 탈세 신고서를 서울지방국세청에 접수했다. 이들이 눈여겨본 것은 이지원인터넷서비스(브랜드명 ‘위디스크’)의 수상한 ‘경상연구개발비’다. 로봇 개발 투자금이 허위 또는 과다 계상된 위디스크의 경상연구개발비에서 지출됐다는 의혹이다. 위디스크 돈으로 로봇을 만들었단 거다. 한사성과 녹색당은 “이 경우 양 회장은 종합소득세에서 78억여원, 법인세에서 45억여원 이득을 본다”며 세금 탈루 의혹을 제기했다. 

로봇을 개발한 한국미래기술, 웹하드 업체 위디스크, 선한아이디(브랜드명 ‘파일노리’)는 모두 지주회사 한국인터넷기술원이 지분을 100% 갖고 있다. 양 회장은 한국인터넷기술원 최대 주주다. 그는 앞서 언급된 업체들에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양 회장의 핵심 측근인 임현국 한국미래기술 대표는 2016년 12월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한국미래기술은 전액 모기업 사내유보금으로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럴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한국인터넷기술원이 한국미래기술에 대여한 금액은 2억여원에 불과하다.

파일노리와 달리 위디스크의 경상연구개발비는 2014년부터 4년 동안 174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경상개발비 67억원의 경우 위디스크 매출액(210억)의 32%에 달했다.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인 김경률 회계사는 “위디스크와 파일노리가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인데도 한 회사(위디스크)에서만 경상연구개발비가 매출액 30%에 달하는 거액이 발생한 것은 대단히 특이한 일”이라며 “웹하드 제공 및 콘텐츠 거래를 하는 주 사업 특성상 연구 개발 활동에 많은 지출을 요하지 않는다. 위디스크가 계상한 경상연구개발비가 회사 사업과 관련한 진실한 거래로 인한 건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위디스크가 40억원 이상의 법인세를 추가 납부해야 하고 양 회장 역시 80억원에 가까운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조선일보는 2016년 12월27일자에서 임현국 한국미래기술 대표를 인터뷰했다. 임 대표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 조선일보는 2016년 12월27일자에서 임현국 한국미래기술 대표를 인터뷰했다. 임 대표는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의 최측근으로 불린다.
위디스크 내부 핵심 관계자 증언에서도 로봇 투자금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이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로봇 개발 자금은 위디스크에서 나온 것”이라며 “이지원인터넷서비스(위디스크) ‘군포지점’이라고 따로 법인을 만들었다. 이 지점 명의로 한국미래기술 비용을 지출하기로 편법 계약했다. 위디스크와 한국미래기술이 공동 투자·개발 형식으로 로봇을 개발한 것인데 (경상개발비와 관련해) 한국미래기술에서 일한 직원 인건비 대부분을 위디스크 소속으로 비용 처리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양 회장의 탈세와 비자금 혐의가 입증되려면 규명돼야 할 부분이 많다고 했지만 로봇 투자가 위디스크 수익에 기반했단 사실은 분명히 했다.

‘깡통 로봇’이라는 오명

“그 로봇은 제대로 걷지도 못합니다. 줄에 매달려 있어야 해요. 양 회장은 평소 측근들에게 이 로봇을 ‘200억 짜리 장난감’이라고 불렀어요.”

위디스크 관계자는 ‘메소드-2’를 이렇게 설명했다. 영화 트랜스포머를 연상케 하는 로봇 ‘메소드-2’는 국내외 언론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가 이 로봇에 탑승한 모습이 중계돼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지난 2012년 양 회장이 설립한 로봇 제조업체 ‘한국미래기술’ 실체가 정확히 알려진 적은 없었다.

2016년 12월 과학기술 전문 매체 라이브사이언스는 한국미래기술이 학계나 업계에 전혀 알려진 바 없고 정체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로봇 전문가로 유명한 ㄱ교수도 12일 미디어오늘에 “예전부터 양 회장 평판이 좋지 않아 메소드와 한국미래기술을 멀리했다”며 “로봇을 실제 본 적 없고 수집한 정보도 없다”고 했다.

내부에서는 “기술 개발 특허는 많다”고 증언했다. 특허청 확인한 결과 한국미래기술과 이지원인터넷서비스(위디스크)가 임현국 대표를 발명자로 2016~2018년 출원한 기술은 ‘탑승형 로봇의 칵핏’, ‘로봇 핑거 시스템’, ‘로봇 발 착지 제어시스템’, ‘로봇 발의 서스펜션 장치’ 등 적지 않았다. 

그러나 또 다른 로봇 전문가 ㄴ교수는 “오픈된 내용은 별로 없을 뿐더러 기술 관련 논문이 나온 적 없다”며 “외국에서는 ‘한국에서 이런 것도 하네’라고 뉴스에 많이 나왔지만 관련 논문을 쓰거나 학계 쪽으로 한 번도 소개되지 않았다. 학계 쪽에선 모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로봇 개발에 실제 참여한 ㄷ교수는 “현재도 연구를 하고 있어 자세히 말씀 드릴 수 없다”고만 했다.

▲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전직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고 직원들에게 생닭을 칼로 죽이라고 지시하는 등 각종 엽기 행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 양진호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전직 직원을 무차별 폭행하고 직원들에게 생닭을 칼로 죽이라고 지시하는 등 각종 엽기 행각으로 공분을 사고 있다. 사진=뉴스타파
현재 양 회장 측근들은 2015년 10월 강원도 홍천에 위치한 회사 연수원 워크숍에서 대마초를 피운 혐의로 줄줄이 입건됐다. 또 양 회장과 업체 관계자들에 대한 음란물 불법 유통 수사도 계속되고 있다. 탐사보도 매체 ‘셜록’과 ‘뉴스타파’, ‘프레시안’은 양 회장의 비자금 의혹까지 제기했다. 

임현국 한국미래기술 대표는 양 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불린다. 위디스크 내부자는 미디어오늘에 “임 대표는 양 회장 최측근이다. 현재 양 회장을 대신해 전권을 행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도 경찰 수사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임 대표는 지난 12일 자신을 둘러싼 여러 의혹과 관련 미디어오늘에 “개별적 답변을 할 수 없다. 알고 있는 내용이 없다”고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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