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동자가 작업 도중 사고를 당해 사망하는 사고가 또 벌어졌다.

지난 10월23일 작업 중 추락해 혼수상태에 빠진 KT서비스 북부 소속 노동자가 지난 8일 끝내 숨졌다. KT서비스 노조에 따르면 비가 온 직후 혼자 작업하다 벌어진 사고다.

KT와 KT계열사에서 이 같은 사고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만 인터넷·전화·IPTV 작업 도중 노동자 4명이 숨졌다. 지난 7월 태풍이 오던 때 제주지사에서 전신주 나뭇가지 제거 작업을 하던 노동자가 숨졌고, 지난 5월 서울에서 작업하던 노동자가 슬레이트 지붕에서 추락해 숨졌다. 작업 도중 돌연사한 노동자도 있다.

지난해에도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해 9월 전북 순창에선 한 노동자가 빗속에 작업하다가 감전 후 추락해 숨졌다. 지난해 6월 충북 충주에서 AS 업무 도중 고객에게 살해당하는 사고도 벌어졌다. 살해당한 노동자는 KT 정규직이었다가 구조조정돼 자회사로 옮겨 일했다.

▲ 유료방송 및 인터넷 설치기사. 해당 사진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 유료방송 및 인터넷 설치기사. 해당 사진은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습니다.

이 같은 사고의 공통적 이유가 안전대책 부실이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KT서비스 소속 노동자들이 결성한 KT서비스 노조는 8일 성명을 내고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KTS남부, 북부의 산업재해 사고들은 이루 헤아리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원인이 없는 결과가 없 듯 사고를 더 이상 직원의 탓으로 돌리지 말아야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KT서비스는 노동자들에게 위험한 작업일 경우 작업기피권을 부여한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슬레이트 샌드위치 패널 지붕(공장 건물 지붕)에서 작업금지’ ‘슬레이트 /샌드위치 패널은 쉽게 무너집니다’ ‘슬레이트 / 샌드위치패널 지붕 작업중지는 회사가 당신에게 준 권한입니다’ 등의 내용이다.

▲ KT서비스에서 노동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 KT서비스에서 노동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

홍성수 KT서비스 노조 사무국장은 “위험한 작업을 피하라는 문자메시지를 하루에도 몇개씩 보내는데 현장에서는 작업을 안 할 수 없다. 만일 작업을 하지 않아 일정이 밀리면 일이 쌓여 스케쥴을 처리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작업 환경 자체를 개선해야 하는 문제”라고 비판했다. 

앞서 사고가 잇따르자 KT는 지난 7월 △아침행사시 개인책상에 안전모 비치 △작업 중 안전모를 착용한 모습을 찍고 하루 두 차례 촬영해 팀장에게 문자로 통보하라고 지시해 논란이 불거졌다. 당시 KT새노조는 “회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가 뒤늦게 연이은 사고가 발생하자 대책을 마련했지만 그 대책이라는 게 경악할 수준”이라며 2인1조 작업 등을 요구하고 있다.

KT서비스 노동조합은 “확실한 재발 방지책 마련과 함께 관련 관리자의 엄중문책, 사측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기대한다”며 “노조에서도 법적, 양심적, 사회적 책임을 묻는 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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