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결과 ‘지역·중소방송 예산’을 크게 늘렸다. 과방위는 ‘가짜뉴스’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인터넷 정책 관련 예산을 늘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는 12일 방송통신위원회,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19년 예산안을 의결했다.  

방통위 예산 가운데 정부안에서 가장 많이 증액된 항목은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경쟁력 강화’ 예산으로 정부안 기준 41억원에서 배로 늘려 82억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방통위 전체 증액 예산이 80억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절반이 지역·중소방송 콘텐츠 예산에 몰렸다.

지역·중소 방송 예산은 공적인 목적이 있으면서도 의원들 지역구 챙기기와도 무관하지 않다. 지역에 시설이나 투자 예산을 확보하기 힘든 과방위 특성상 지역방송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지역 관련 예산을 늘린 셈이다. 지역방송이 선거 등에서 영향력이 크기에 의원들도 무시하기 힘들다. 실제 방송 관련 이슈가 있을 때 종종 지역방송이 지역구 의원에게 압박하기도 한다.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사진=민중의소리.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사진=민중의소리.

지역방송은 지난달 국정감사 때도 도마 위에 올랐다. 과방위 여야 의원들은 광고매출 및 전파료의 낮은 배분율, 방송통신발전기금의 낮은 비중 등을 지적하고 지역방송발전기금 신설을 요구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일부 예산이 늘어난 점도 지역구와 무관하지 않다. 과방위에는 과학기술분야가 밀접한 대전충청을 지역구로 한 의원이 적지 않다. 대전충청 지역사업인 과학벨트 조성사업은 정부안보다 121억8000만원이 증액된 4990억6700만원으로 과방위를 통과했다. 

이날 대전충청 지역언론은 해당 예산에 주목했다. 중도일보, 대전일보, 충남일보가 관련 소식을 보도했고 충남일보는 ‘정용기 의원, 삭감된 과학벨트 예산 고군분투 증액’기사에서 “정용기 의원의 끈질긴 노력으로 사업차질은 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정용기 의원의 지역구는 대전 대덕구다.

인터넷 대응 예산도 크게 늘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예산의 경우 320억원을 제출한 정부 안에서 업무추진비 등 1900만원을 삭감했으나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불법유해정보 심의 대응 등 예산을 29억5400만원 추가 편성했다.

방통위 통신부문 예산 가운데 ‘불법유해정보 차단기반마련’ 항목은 정부안 8억3200만원에서 추가로 5억2800만원을 늘렸다. 국회는 부대의견으로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활용을 통한 불법유해정보 대응방안 마련 및 법령위반 사업자에 과징금 부과 등 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방통위의 ‘클린 인터넷 이용환경 조성사업’은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가짜뉴스 규제정책’이 의심된다고 반발한 끝에 “청소년 보호목적으로 한정하고 가짜뉴스 제외한다”는 부대의견을 붙여 원안대로 의결했다.

▲ EBS '빡치미' 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은 이 프로그램의 패널과 소재가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예산 삭감을 주장해왔다.
▲ EBS '빡치미' 화면 갈무리. 자유한국당은 이 프로그램의 패널과 소재가 편향됐다고 주장하며 예산 삭감을 주장해왔다.

자유한국당이 법안까지 내며 집중 문제제기 해온 EBS 예산은 소폭 삭감에 그쳤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EBS ‘빡치미’의 편향적 패널 구성을 문제 삼으며 EBS에서 시사 및 보도 프로그램 편성을 금지하는 내용의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도 발의했다.

그러나 ‘EBS 프로그램 제작지원’ 예산은 정부안 286억8900만원 가운데 3억5000만원만 삭감했다. 2018년 예산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1억원 가량 늘렸다.

여야 의원 간 예산 조정에서 EBS 예산은 크게 줄지 않고 정리됐다. 여기에 동의하지 않은 박대출 한국당 의원은 “지금 EBS가 막말 방송, 정치편향 방송을 아무리 시정하라고 해도 시정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중재 논의가 이어지자 박대출 의원은 “양보 못하겠다. 이 예산 수용 못하겠다”며 회의장에서 퇴장했으나 다른 야당 의원들은 동조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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