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면담을 요구했다.

민주노총과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등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전국의 비정규직 노동자 100명을 비롯해 300명이 참가해 문재인 대통령과 직접 대화를 요구했다. 

행사는 13일 전태일 열사 48주기를 앞두고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4박5일 공동행동’을 선포하는 자리였다.

이들은 공공부문 직접고용과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 등 비정규직을 둘러싼 공약이 변질하거나 진전이 없었다고 했다. 취임 초기 문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하고 인천공항을 방문해 정규직화를 약속해 기대를 모았지만, 정부가 출범한 뒤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고용노동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잡월드의 체험훈련실 강사 이주용씨는 정부가 자회사를 만들어 ‘가짜 정규직’을 강요한다고 했다. 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에게 직업을 소개하고 미래 설계를 돕는 전시·체험관이다. 정규직이 50여명이고 간접고용 노동자(강사 등)가 335명인 사업장이다. 사측은 자회사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주용씨는 “언론도, 국회도, 우리 노동자들도 직접고용하는 길이 옳다는데 사측이 자회사를 밀어붙인다. 고용노동부는 묵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회사는 정규직보다 임금과 처우가 낮고 고용도 불안하다. 사용자가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간접고용’이기도 하다.

LG U플러스(U+) 인터넷 설치‧수리 노동자 제유곤씨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기본권을 빼앗기는 상황을 정부가 허용한다고 했다. 제씨는 “원청이 60여개 하청업체를 두고 매년 20~30%씩 줄세우기로 갈아치운다”고 했다. 원청은 노동자가 파업하면 그 하청업체와 계약을 끊는다. 제씨는 “이 모든 게 간접고용 대체인력을 투입하면 불법이 아니라는 정부의 행정해석에서 비롯했다”고 했다. 제씨는 “이제 정부가 나서서 노동3권을 보장해야 한다. 직접 당사자와 이야기하자”고 했다.

민주노총은 대리운전·퀵서비스 기사와 건설기계, 학습지 교사, 보험설계사 등 260만명에 달하는 특수고용 노동자가 여전히 헌법에 보장된 노동3권을 인정받지 못한다고 했다. ‘특수고용 노동3권 보장’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다.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100만 비정규직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1100만 비정규직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민주노총은 12일 오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100인과 만납시다’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앞까지 행진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민주노총은 “문 대통령은 재벌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만찬회를 열었다. 그러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꿈을 꿨다가 절망한 1년 6개월 동안 비정규직 노동자를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며 대화를 요구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9일 “매주 수요일 소상공인, 중소·중견·대기업, 경제 관련 협회·단체와 오찬을 하겠다”고 했다. 탄력근로제 확대 등 첨예한 노동 현안이 쌓인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이 성장동력을 기업에서 찾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참가자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뒤 구호를 외치며 청와대로 행진했다. 이들은 청와대에 요구 서한을 직접 전달하려 했으나 경찰 700여명(9개 중대)이 입구에 투입돼 대치했다. 민주노총은 대표단 5명을 들여보내겠다고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노동자 3명이 부상당해 강북삼성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다. 연행자는 없었다.

▲ 비정규직 노동자 100인 등 참가자들은 12일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구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 100인 등 참가자들은 12일 청와대에 ‘문재인 대통령 면담 요구 서한’을 전달하려 했으나 입구에서 경찰과 대치 상태가 이어졌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주용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강사(한국잡월드분회 부분회장)가 12일 오후 청와대 앞 경찰과 대치 상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주용 한국잡월드 비정규직 강사(한국잡월드분회 부분회장)가 12일 오후 청와대 앞 경찰과 대치 상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앞 경찰과 대치 상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이태의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이 12일 오후 청와대 앞 경찰과 대치 상태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 100인 등 참가자들은 13일 오전까지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릴 예정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 비정규직 노동자 100인 등 참가자들은 13일 오전까지 청와대 앞에서 문 대통령의 답변을 기다릴 예정이다. 사진=김예리 기자

참가자들은 “내일 오전까지 이곳에서 대통령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4박5일 공동행동’ 마지막날인 16일 다시 청와대를 찾아 문재인 대통령과 ‘생방송 끝장토론’을 요구할 예정이다.

민주노총은 오는 13일 대법원과 대검찰청 앞에서 불법파견‧노조파괴 처벌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다. 14일엔 파견법·기간제법 폐지와 노동조합법 2조 개정을 요구하며 국회를 방문한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