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취임 6개월을 맞아 ”협치의 제도화를 통해 민생국회, 평화국회를 반드시 실현하겠다“고 말하자마자, 여야정 상설협의체 후속 조치를 위한 여야 3당 실무회동이 파행됐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원래 이날 오후 민주당과 함께 여야정 상설협의체 합의 사항 이행을 실무 TF(태스크포스) 1차 회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문희상 국회의장과 3당 교섭단체 원내대표 회동 때까지만 해도 내년도 예산안 법정기한 내 처리 노력과 ‘윤창호법’ 등 민생법안을 처리, 선거제도 개혁 적극 협조 등에 합의해 훈풍이 부는 듯했다.
하지만 윤재옥 한국당·유의동 바른미래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예정된 3당 회동을 앞두고 돌연 불참 의사를 밝혔다. 조명래 환경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보고서 미채택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 등을 볼 때 정부·여당이 협치를 위한 준비와 자세가 돼 있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이번 인사로 국회 예산심사는 사실상 무력화됐으며, 인사청문제도를 유명무실하게 한 결과를 만들어, 결국 여야정 협의체는 소통과 협치의 자리가 아닌 것이 확인된 것”이라며 “정부와 민주당의 깊이 있는 반성과 책임 있는 조치가 선행되기 전까지 여야정 협의체 실무협상 참여를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두 원내수석은 ‘정부·여당의 책임 있는 조치’과 무엇인지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윤재옥 수석은 “협치의 근본적인 정신이 회복되고 여야 간 신뢰로 여야정 협의체를 운영할 수 있다는 판단이 될 때 실무회동 통해 여야정 협의체 논의 사항을 구체화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번 주부터 국민 안전과 민생을 위한 여야정 합의안을 처리하기 위해 여야 법안 협상 TF(각 당 정책위의장, 원내수석부대표 참여)도 조속히 가동하겠다”고 했지만, 첫 실무 TF 회동부터 불발되면서 연말 예산안 처리를 위해 여야 협치가 중요한 시점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게다가 민주평화당은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 없이는 예산안 통과에 협조할 수 없다’고 배수진을 치고 있어 정부·여당으로선 민생·개혁 법안 통과와 예산안 처리를 위해 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서영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두 야당의 실무 TF 불참 통보에 “협치와 정쟁을 하더라도 여야 모든 대표와 대통령이 만나서 합의안을 만든 만큼 그 내용을 좀 더 추진해야 하는데 이렇게 일방적으로 불참 연락을 받아 너무 안타깝다”며 “빨리 국민을 위해 여야정 협의체에서 합의한 내용이 실무적으로, 법안과 정책을 통해 실현돼야 한다. 바로 다시 이 모임이 재가동될 수 있기를 강력히 촉구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