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민주노총 사무총국 간부들이 현 지도부 리더십에 누적된 불신으로 집단 사직·보직사임 의사를 표했다.

민주노총 대변인을 포함한 실장급 간부 4명과 국장급 3명이 지난 10월 말께 동시 사직·보직사임 의사를 밝혔다. 대변인 및 총무실장, 조직·총무실 내 국장 등 5명은 사직서를 제출했고, 조직쟁의실장과 전략조직실장은 보직사임서를 제출했다.

이어 지난 8일 열린 민주노총 8개실 실장단 회의에선 실장 전원이 보직사임하고 11월 말 인사개편을 추진하는 방향이 논의됐다.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 주요 현안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에서 열린 양대노총 위원장 주요 현안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사태의 표면적 계기는 경사노위(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건을 다룬 지난 10월17일 정책대의원 대회 무산이다.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위원회 등에서 이견이 많았지만 김명환 위원장은 참여 건을 정책대대에 직권으로 올렸다. 정책대대는 정족수 미달로 개회도 못하고 유회됐다. 경사노위 참여는 김명환 지도부의 핵심 공약이었다.

사무총국 일각에선 지도부가 이 사태를 가볍게 본다는 비판이 나오면서 불신이 심화됐다. 임원 일부가 ‘상황이 심각하니 엄중한 평가와 그에 준하는 사후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건의했으나 지도부가 유야무야로 넘겼다는 지적이다. 집단 사직과 사임은 평가 토론 과정에서 이견이 불거지며 이어졌다.

사무총국은 지도부와 실무진 간 갈등이 지난 1년 간 쌓여왔다고 보고있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불신이 오래, 다양한 루트로 쌓인 게 진짜 이유다. 핵심 공약인 사회적 대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기본 정보공유도 제대로 안되는 등 소통 문제가 종종 불거졌다”고 말했다.

단적인 예가 ‘오는 1월 정기 대의원대회에서 경사노위 참여 건을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복수의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이 계획을 보도를 통해 먼저 접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정보를 내부보다 정부 관계자, 언론 등을 통해 접하는 경우가 계속 생기면서 양쪽의 갈등이 깊어졌다.

경사노위를 둘러싼 논의 과정도 문제로 거론된다. 지도부는 지난 9월 중앙집행위에 안건 상정을 제안하면서 입장해설·분석 자료 등은 준비하지 않았다. 중앙집행위는 10월10일 관련 자료를 처음 검토했고 이로부터 일주일 뒤 잡힌 정책대대는 무산됐다. 안건 위상에 비춰 지도부의 설득 작업이 부실했다는 지적이다.

민주노총 중점 사업을 제대로 총괄하지 못하는 실책도 지적됐다. 한 민주노총 관계자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교섭 추진도 중요하지만, 그 때문에 상반기 최저임금 산입범위 투쟁이나 이번 11월 총파업 등 집회·조직 역할을 방기하고 제대로 추진하지 못한다는 문제제기가 오래도록 나왔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내에선 오는 21일 총파업대회 직후 대대적 인사조치가 있을 것으로 가닥이 잡힌다. 민주노총은 내년 초에 열릴 정기대의원대회에서 참여 여부를 정할 때까지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는다. 경사노위는 노사정 대표자회의 실무협의회 합의에 따라 오는 22일 출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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