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다. 2015년 10월, 한 달간 지속된 근육통과 식은땀으로 병원을 찾았던 황승택 채널A기자는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2004년 MBN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끝이다. 황 기자는 자신의 투병과정을 페이스북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는 환자가 되니 과거 자신이 기사거리가 안 된다며 지나쳤던 제보자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순간순간 모두들 자기에게는 절실한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도리이자 예의라는 것을 다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아프기 전 기자 시절, 전 새벽 5시 30분이면 일어나 스마트폰부터 켰습니다. 경쟁사 언론 보도를 체크하고 소위 물먹은 게 없는지 확인하는 거죠.…이러는 동안 자는 딸아이 모습, 힘들게 아기를 재웠던 아내의 얼굴을 여유롭게 바라본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저는 비록 백혈병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반강제적으로 제 삶을 복습했지만 독자 여러분은 책을 덮고 나서 자연스럽게 인생 좌표를 점검해보고 자신만의 다짐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반드시 복직할 생각이다.
황 기자는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선가 인생 최대의 사투를 벌이는 동지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우리 모두 기필코 이 고비를 넘깁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이보다 힘들겠습니까!”
골수채취과정을 비롯해 투병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은 기사를 쓰듯 사실적이다. “어른인 저도 참기 힘든 이 고통을 채 여물지도 않은 아이들이 어떻게 감내할지.”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저자의 투병 기록은 덤덤하지만 절실하다. 이 책의 인세 수익금은 전액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