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무너지는 것보다 더 고통스러운 일은 마음이 무너지는 것이다. 2015년 10월, 한 달간 지속된 근육통과 식은땀으로 병원을 찾았던 황승택 채널A기자는 급성 백혈병 판정을 받았다. 2004년 MBN에서 기자생활을 시작한 지 11년 만의 일이었다.

마음이 무너지는 순간 끝이다. 황 기자는 자신의 투병과정을 페이스북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는 환자가 되니 과거 자신이 기사거리가 안 된다며 지나쳤던 제보자들이 떠올랐다고 했다. “순간순간 모두들 자기에게는 절실한 순간들이 있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에게 집중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 도리이자 예의라는 것을 다시는 잊지 않겠습니다.”

▲ 책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황승택 저. 민음사. 1만5000원.
▲ 책 '저는 암병동 특파원입니다'. 황승택 저. 민음사. 1만5000원.
그는 복직을 앞둔 2016년 12월, 백혈병이 재발했다. 그러나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이겨냈다. 2018년 2월에는 3차 발병으로 항암치료에 나섰다. 백혈병을 이겨내며 그는 많은 것들을 돌아보게 되었다.

“아프기 전 기자 시절, 전 새벽 5시 30분이면 일어나 스마트폰부터 켰습니다. 경쟁사 언론 보도를 체크하고 소위 물먹은 게 없는지 확인하는 거죠.…이러는 동안 자는 딸아이 모습, 힘들게 아기를 재웠던 아내의 얼굴을 여유롭게 바라본 적은 없던 것 같습니다.”

“저는 비록 백혈병이라는 비싼 수업료를 내고 반강제적으로 제 삶을 복습했지만 독자 여러분은 책을 덮고 나서 자연스럽게 인생 좌표를 점검해보고 자신만의 다짐을 만드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반드시 복직할 생각이다.

황 기자는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선가 인생 최대의 사투를 벌이는 동지들”에게 이렇게 전한다. “우리 모두 기필코 이 고비를 넘깁시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이보다 힘들겠습니까!”

골수채취과정을 비롯해 투병과정을 묘사하는 대목은 기사를 쓰듯 사실적이다. “어른인 저도 참기 힘든 이 고통을 채 여물지도 않은 아이들이 어떻게 감내할지.” 두 딸의 아버지이기도 한 저자의 투병 기록은 덤덤하지만 절실하다. 이 책의 인세 수익금은 전액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에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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