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을 제외하고 정부가 내년도 특수활동비 예산을 전년대비 9.5%(293억1300만원) 줄인 2799억7700만원으로 편성했다.

하지만 20% 이상 삭감했던 올해 예산보다 감소 폭이 적고, 일부 기관은 여전히 특활비가 편성 목적에 맞지 않게 부적절하게 책정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소장 장유식 변호사)는 12일 올해까지 특활비를 편성했던 국정원을 제외한 19개 국가기관의 ‘2019년 예산안 특수활동비 편성 사업 점검 및 평가’ 보고서를 발표했다.

참여연대 분석 결과 내년도 특활비는 14개 기관에 2799억7700만원이 편성됐는데 가장 많은 특활비 예산이 편성된 곳은 국방부(1368억1300만원)였다. 이어 경찰청(816억900만원)과 법무부(228억8200만원) 순으로 특활비 편성액이 많았는데 세 기관 모두 전년대비 각각 7.6%, 10.5%, 3.7%씩 감축했다. 국회는 특활비 명목으론 올해 62억7200만원에서 내년엔 84.4% 감축한 9억8000만원을 편성했다.

특활비 예산이 전액 삭감된 기관은 공정거래위원회·국민권익위원회·대법원·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방위사업청 등 5곳이었다. 대통령경호처(85억원)와 대통령비서실(96억5000만원), 외교부(7억1300만원)는 내년에도 올해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5억2600만원)와 통일부(24억6100만원) 각각 1.5%, 14.8% 증가했다.

▲ 지난해 5월25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 지난해 5월25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참여연대는 “통일부의 특활비는 전액 ‘통일정책추진활동’ 사업 아래 편성돼 있으며, 해당 예산은 국정원이 관할하는 정보예산으로 추정된다”며 “국정원이 다른 기관에 편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은 올해(2028억1900만원) 대비 4.4%(88억 9600만원) 감소한 데 그쳤고, 경찰청과 통일부는 해당 예산이 되레 각각 4.3%, 14.8% 증가했다”고 밝혔다.

참여연대는 내년도 국정원이 다른 기관에 편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예산(비밀활동비, 정보예산)은 최소 1939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참여연대는 “이것만으로도 국정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내년 전체 특활비 예산의 69.3%에 해당한다”며 “산출근거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예산을 고려할 때 해당 예산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참여연대는 내년 예산안에서 특활비로 편성된 것으로 확인된 14개 기관(국정원 제외)의 45개 사업 중 최소 21개 사업에 편성된 특활비(234억7500만원)가 편성 목적에 맞지 않는데도 부적절하게 편성됐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특활비가 부적절하게 편성된 사업의 대표적 사례로 △행정업무지원 △운영기본경비(경찰청·국무조정실·국회·대통령비서실·법무부) △국정수행경비(국무조정실) △외교상 교류·의전 소요 비용(국회·외교부) 등을 꼽았다. 법무부의 경우에는 수사·조사와는 무관한 법률 지원, 교정교화 및 수용시설 운영과 같은 사업에 특활비를 편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연대는 “특활비 편성 목적에 맞지 않는 사업비는 폐지되거나 필요하면 다른 비목으로 전환해야 하며 수사나 조사, 감찰 활동 등에 편성된 특활비라도 기밀 유지의 필요성이 크지 않다면 대폭 삭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며 주문했다.

이어 “정보예산 투명성 강화를 위해 예결산심사도 국회 정보위원회가 아닌 해당 기관의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진행하도록 하고, 국정원 예산을 다른 기관에 숨길 수 없도록 국정원법 개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한편 국정원은 각 정부기관에 국정원 특활비(정보예산)가 배정돼 있지만, 국정원이 직접 통제한다는 최근 언론 보도와 관련해 지난 9일 “각 부처의 정보예산은 국정원에서 심의, 편성만 할 뿐 독립적으로 집행하는 고유예산이므로 국정원에서 통제할 수 없다”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기관별로 세부 예산명세서와 영수 증빙 등을 통해 엄격한 국회 심의를 거치고 있다”며 “각 부처 특활비를 국정원이 기재부를 대신해 편성, 심의하는 것은 관련법에 따라 정보업무의 역량을 극대화하고, 중복 투자 방지와 보안 유지를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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