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 강정민 위원장이 올해 1월 취임한지 1년도 안되어 퇴임하면서 의결정족수도 못 채우고 무력화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2011년 원안위 발족 이후 지금까지 취임한 4인 중 임기를 제대로 채운 위원장은 이은철 위원장 뿐이다. 

유사시 국가 핵 비상사태에 대응하는 중앙방사능방재대책본부장이기도 한 원안위원장의 중도 하차 보다 더 큰 문제는 원안위 기능과 핵안전 현안 대응능력이 의심된다는 것이다. 또한 증기발생기 망치사건, 격납용기 콘크리트 공극사건, 라돈침대 사건 등 몇 가지 사례만 보아도 안전을 우려하는 현장의 목소리만 계속 나오지 제대로 된 결론도 없이 책임성 있는 안전 주체도 보이지 않는다. 

작년 7월 콘크리트 공극에 대한 원안위 보도자료에는 공극이 안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기술적인 제3자로서 입장이 전혀 없다. 이제 국민은 사업자 말만 듣고 안전을 판단해야 하니 원안위 무용론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강 위원장이 퇴임한 것은 미숙한 기술적인 대응으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하는 라돈침대 사건의 책임을 물은 것이 아니고 과거 이용자 수탁과제에 참여한 결격사유에 따른 것이다. 이용자와 유착관계는 규제 독립성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안위법 10조 결격사유에 의해 원안위원은 이용자로부터 과제수탁을 엄격히 제한한다. 문제는 이 규정을 엄격히 적용하면 독점적인 원자력사업구조에 기인한 특수성으로 원자력 전문가들 대부분은 이용자와 유착관계 또는 유착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어 규제분야에 투입할 전문가가 절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용자 측에서 뼈가 굵은 전문가를 당장 필요하다고 규제분야에 투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같은 사유로 낙마한 원자력안전전문위원장과 전문기관 이사장 인사파문에서 보듯이 절대 부족한 안전규제 실무전문가들을 확보하기 위하여 이용자와 사업적관계가 분리된 별도의 안전전문가 독립생태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하여 이용자와 유착관계를 근절하고 동시에 실무경험도 풍부한 안전규제전문가가 많이 활동하여야 규제 기술기반이 보다 공고해질 수 있다.

▲ 전남 영광에 소재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 연합뉴스
▲ 전남 영광에 소재한 한빛 원자력발전소. ⓒ 연합뉴스
현재의 상황은 결격사유를 피하기 위하여 실무능력이 취약한 교수들을 형식적인 전문가로 내세우고 사무처 관료가 뒤에서 좌우하는 구조로 안전현안에 대처할 실력도 자신도 없이 관료화만 심해지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일본 총리였던 간 나오토 전 총리는 지난 2016년 한국을 방문하여 후쿠시마 원전사고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규제의 관료화문제를 꼽아 설명한 적이 있다. 

안전문제는 전문기관(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의 독립적인 안전규제전문가에 의해 공학적으로 평가하여 그 결과를 시민사회에 그대로 투명하게 공개하고 이를 원안위가 심의 의결하고 사무처는 그 결과를 행정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는 전문기관의 판단결과를 사무처가 비공개 취급하며, 원안위 심의에 부치는 과정에서 규제전문가의 독립성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신뢰도를 해치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더우기 현장 안전문제에 대한 독립적인 안전규제전문가 판단과 의견을 시민사회가 직접 접하는 것마저 차단하고 있다. 마치 의사의 진단결과를 의사에게 듣지 말고 병원 사무실 행정원에게 들으라는 것이다. 국민은 현장의 안전문제에 대해 관료보다 독립적인 안전규제전문가의 의견을 직접 듣고 싶어 한다. 이처럼 안전규제에 있어 원안위의 취약한 대응능력을 고려할 때 규제행위를 구성하는 구성원의 주요기능이 하루빨리 제자리로 원상복구 하는 것이 시급하다.

또한 최근 언론보도에서 에너지정책이 환경 안전을 중시하는 사회수석에서 경제수석으로 청와대 담당업무가 변경되었다고 한다. 원자력을 산업경제의 틀 안에서 추진하겠다는 것은 좋지만, 불행하게도 취약한 안전 환경분야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언급이 없다.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된 원안위는 한 때 안전철학도 없이 산업부 중심 원전안전 비리대응을 주문하여 위축되었던 과거 박근혜 세월호 정권시절로 오히려 되돌아가는 것이 아닌지 심히 우려된다.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 연합뉴스
▲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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