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호처 소속 5급 공무원이 술집에서 30대 남성을 폭행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경호처 직원을 대기발령 조치시켰지만 폭력의 정도와 체포 과정에서 공무집행을 방해한 행위를 봤을 때 당장 경질시켜야 한다는 비난 여론이 높다.

관련 내용은 SBS가 10일 단독 보도하면서 알려졌다. SBS 보도의 파장이 컸던 건 폭행 가해자가 당당하게 경찰서에서 소리를 지르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화면에 잡혔기 때문이다.

폭행 사태로 번졌던 이유와 폭행 과정은 최종 조사 결과를 두고봐야하겠지만 SBS 보도 화면에 잡힌 청와대 직원의 ‘선민의식’이 드러난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공분을 자아낼 수 있는 대목이다.

SBS는 “술집 주인의 신고로 출동한 경찰에 체포된 유 씨는 경찰에서도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소리를 지르고 경찰한테까지 욕설을 해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적용됐다”며 경호처 직원이 경찰서에서 “야! 다 꺼져. XX들아!”라고 소리를 지르는 화면을 보도했다.

SBS 보도대로 청와대 직원이 체포 과정에서 자신의 신분을 권위로 내세우고 공무를 방해했다면 엄벌에 처해야 될 사안이다.

청와대 직원이 피해자에게 ‘북한에서 가져온 술을 마시자’고 합석을 권유했고, 피해자가 다른 자리에서 술을 마시다 청와대 직원이 ‘왜 여기에 있냐’고 화를 내고 폭행했다는 주장도 사실관계가 맞다면 납득키 어렵다. 피해자는 코뼈가 부러지는 중상을 당했다.

▲ 10일 SBS 보도 내용.
▲ 10일 SBS 보도 내용.

SBS 보도에 댓글만 6천 여 개 이상 달렸다. 청와대 직원은 개인 잘못도 있지만 정부를 탓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문재인 정부 집권 2년차 청와대 구성원의 도덕적 해이가 불러일으킨 사건이라는 지적이다.

SBS는 “서울 마포경찰서는 ‘신분이 확실해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로 유 씨(청와대 직원)를 집으로 돌려보냈고 조만간 다시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직원에 대한 특혜성 조치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폭행 강도가 세고, 체포 과정 중 공무집행방해 혐의까지 받았는데 경찰의 대응이 소극적인 게 아니냐는 주장이다.

SBS 보도 후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출입기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SBS 보도된 경호처 직원은 일단 대기발령 조치됐다. 경찰수사결과 나오는대로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치권도 해당 사건을 강하게 비판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청와대 권력의 오만불손함이 드러난 사건이 아닐 수 없다. 경호처장은 경질을,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다른 게 적폐가 아니라 이런 게 적폐”라고 비난했다.

송경희 자유한국당 원내대변인도 “어제 새벽에는 청와대 경호처 소속 공무원이 술집에서 다른 손님을 폭행해서 현행범으로 경찰에 붙잡혔다. 그는 경찰한테까지 ‘내가 누군지 아느냐’며 소리지르고 욕설을 해 공무집행방해까지 했다”며 “음주운전 피해자 고(故) 윤창호씨의 안타까운 죽음으로 음주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심각한 상황에서 음주를 하고 국민위에 군림하려 했던 것이다. 비탈길을 내달리는 현 정부의 기강해이와 국민 경시 태도의 한 단면을 보게 되어 씁쓸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관련 논평을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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