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는 박준동 현 위원장과 전현석 정치부 기자(45기) 간 양자 대결이 될 전망이다. 지난 9일 후보 등록이 마무리된 가운데 취재 결과 박 위원장과 전 기자가 입후보 등록을 마쳤다.

조선일보 노조 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 1일 공고한 선거 일정을 보면 오는 12일 입후보 심사 및 확정이 공고되면 그 직후부터 투표 개시 전까지 선거 운동이 가능하다. 투표 일시도 후보자가 확정되면 추후 결정된다.

박 위원장과 전 기자는 이번 선거에 앞서 갈등을 빚은 바 있다. 박 위원장은 지난 7월 기무사의 ‘계엄 문건’ 보도에 소극적인 자사를 비판하는 공정보도 발제문을 게시했다.

지난해 초 기무사가 작성한 문건에 박근혜 탄핵심판 기각 시 전국에 무장 병력과 군 장비를 배치, 계엄을 선포하고 국가를 장악한다는 계획이 담겨 큰 파문이 일었는데, 박 위원장이 “본지는 이 사실이 알려진 지 열흘이 지나서야 보도할 정도로 소극적인지 의문이다. 군 정보기관이 민간인을 사찰하고, 국가가 보듬어야 할 유족을 적에게 하듯이 공격했는데 뉴스 가치가 없는 것인가”라고 비판한 것이다.

▲ 박준동 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왼쪽)과 전현석 조선일보 기자.
▲ 박준동 현 조선일보 노조위원장(왼쪽)과 전현석 조선일보 기자.
당시 기무사 계엄 문건을 조선일보에서 보도한 기자가 전현석 기자였다. 그는 주로 기무사 보고를 받고도 조치 없이 문건을 쥐고 있던 송영무 전 국방부 장관을 비판하거나 문건 수사를 직접 지시한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를 테면 문 대통령이 계엄 문건에 직접 지시를 내리자 “문 대통령이 두 번이나 나서 문건 수사와 군부대 사이에 오고 간 문건 제출을 지시하자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과 함께 ‘수사 독립성 침해’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7월17일자 “靑, 수사침해 논란에도 강공… ‘쿠데타 음모’까지 거론”)고 비판했다.

이런 보도는 계엄 문건을 두고 “백보 양보해 혼란을 막기 위해 군이 출동하는 것을 허용한다고 하더라도 헌정질서를 지키는 게 목적이어야지 이처럼 파괴할 근거를 줘선 안 된다”는 박 위원장 생각과 거리가 있다.

조선일보 정치부에서 차기 노조위원장 후보가 나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통일부가 탈북민 출신 조선일보 기자 취재를 불허한 데 대해 정부를 비판하면서 “책임 있는 언론이라면 남북회담 취재에 탈북민 출신 기자를 보내는 것이 협상 상대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자사 책임도 노보에 물었다가 노조 소속 정치부 기자들 반발을 샀다.

정치부 기자들이 “노보가 대다수 조합원들의 ‘민심’이 아닌 특정인의 정치적 입장을 일방적으로 전달한 것으로 의심된다”고 비판하는 등 조합원 여론이 악화하자 박 위원장은 “조합원들이 책임질 것을 계속 요구한다면 탄핵 또는 불신임 투표를 받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노조 대의원들은 탄핵이나 불신임 투표 없이 예정대로 차기 노조위원장 선거를 치르기로 정리했다.

박 위원장이 3선 도전을 공개 선언한 만큼 사내에서는 대척에 있는 정치부 기자 쪽에서 대항마로 출마하지 않겠냐는 견해가 적지 않았다. 조선일보 한 기자는 “전현석 기자가 출마한다는 이야기는 있었다. 위원장 선거가 박빙이 될 거란 예측도 꽤 있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그동안 노보를 통해 △처우가 열악한 사내 비정규직과 연대 호소 △임직원 임금 상승에 비해 과도한 사주 배당금 문제 비판 △언론사 세습 문제 지적 △노동 시간 단축 필요성 강조 △회사의 노조 교섭 불성실 비판 △‘뇌물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관련 자사 옹호 보도 비판 등 자신의 소신을 피력해왔다.

반면 조선일보 기자들 사이에선 “박 위원장 개인 생각이 노보에 지나치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박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사내에 “차기 선거에 출마해 내부 비판에 적극적인 편집 방침을 지지하는 조합원이 얼마나 많은지 확인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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