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년간 여행업계 풍문으로 떠돈 ‘가루다항공 리베이트 의혹’이 경찰의 부실수사로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채 종결될 전망이다. 경찰은 리베이트 대금 정산서를 확인하고도 관련 PC·계좌 압수수색을 하지 않고 무혐의 결론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2대는 지난 7월 가루다항공(인도네시아 국영항공사) 한국지점 직원 ㄱ씨의 배임은 무혐의, 횡령은 기소 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수사기간만 10개월로, 경찰은 지난해 10월 인지수사로 조사를 시작했다.

당시 여행업계는 배임에 주목했다. ‘항공사 직원이 신생 여행사에 인기 티켓을 몰아준다’는 소문은 2013년부터 나온 터였다. 혐의 요지는 ㄱ씨가 2011~2017년 간 허니문·성수기 인기좌석을 적게는 7만원, 많게는 20만원씩 싸게 자기 소유 여행사(S여행사)에 팔고 이를 다시 높은 가격에 되팔았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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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10월 경찰이 확인한 USB 파일엔 ‘A여행사’가 가루다항공 표 342장으로 5900여만원 차익낸 걸 일일이 계산한 엑셀표 등이 있었다.
▲ 2017년 10월 경찰이 확인한 USB 파일엔 ‘A여행사’가 가루다항공 표 342장으로 5900여만원 차익낸 걸 일일이 계산한 엑셀표 등이 있었다.

차액은 성수기 2달 기준 5900여만원으로 추정된다. ㄱ씨가 쓴 것으로 보이는 엑셀파일에 적힌 값이다. ㄱ씨 USB에서 발견되고 ㄱ씨 영문이름이 작성자로 적힌 ‘VC정리.xlsx’엔 친분관계가 있는 ‘V여행사’에 2011년 9~10월에 인기 티켓 342장을 싸게 팔아 5949만원 차액을 남긴 날짜별 계산표가 있다. 1장당 평균 17만4000원 가량이다. 추석기간 차액이 24만9900원으로 가장 높고 토요일 개인티켓이 7만6900원으로 가장 낮다. 이 표대로 6년치를 합산하면 차액은 모두 22억7198여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차액을 챙겼다’고 밝힌 ㄴ씨 녹취록도 봤다. ㄴ씨는 2014년 퇴사한 ㄱ씨의 영업부 상사였다. 녹취록엔 ㄴ씨가 ‘ㄱ씨와 나를 포함한 4명이 S여행사를 공동설립했다. 첫 해(2013년)엔 3억을 벌었고 다음해엔 5억을 벌었다더라. 설립자들이 연말정산해서 나눠가졌다’는 내용이 있다. 검찰 수사 중인 ㄱ씨 횡령혐의도 ㄴ씨가 최초 밝혔다.

이밖에도 경찰은 파일작성자가 ㄱ씨 영문이름인 리베이트 대금 정산서 엑셀파일 2개를 더 확보했다. 2011년 4~5월에 얻은 티켓 차액과 이익배분율이 적힌 파일이다. ㄴ씨 우리은행 계좌번호까지 적혔다.

그러나 두 여행사 PC 및 계좌, ㄱ씨 PC·통신장비·계좌 압수수색은 이뤄지지 않았다. 담당 수사관은 이 과정에서 가루다항공 직원들에게 “이쪽 업계는 모두 리베이트 비리를 하지 않느냐. 항공사·피의자가 아니라고 한다. 배임 증거가 없다”고 말했다. 수사관은 수사 시작 9개월 만에 처음 압수수색했다. ㄱ씨 업무공간을 수색해 서류 몇 장을 압수했다.

▲ 사진=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홈페이지
▲ 사진=가루다인도네시아항공 홈페이지

항공·여행업계에선 경찰이 사건을 뭉갰다는 비판이 나온다. 통상 물증 남기가 어려운 사건에서 증거가 발견됐음에도 수사의지를 발휘하지 않았단 지적이다. 20년차 항공업계 관계자는 “실적도 없는 신생 소기업에 항공사가 인기좌석을 싸게 몰아준다? 말도 안되는 일인데 경찰은 의심조차 가지지 않는다”고 했다.

가루다항공 한국지점, 일본지역본부, 인도네시아 본사 모두 ㄱ씨 일을 알고 있다. 내부 직원이 직접 투서를 넣거나 본부장을 면담했다. 감사는 한 번도 이뤄진 적이 없다. 회사 내 공익제보자들만 전보를 거듭했고 한 직원은 결국 퇴사했다.

가루다항공은 “법적으로 합당한 결과가 나와야 회사도 징계 조치를 하는데, 검찰수사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았다. 법적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 ㄱ씨도 영업부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조치됐다”고 밝혔다.

이에 ㄱ씨는 “다 사실이 아니며 지난 7월 경찰조사에서 리베이트가 아니라고 이미 결론났다. 엑셀표는 누가 임의로 만든건지 모르지만 내가 만들지 않았고 본 적도 없다. 횡령 건은 수사 중이지만 사실과 다르다. 그런 적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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