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가 무너졌다. 성장할수록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었고, 기업은 기업대로 스스로의 국제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9일 법무부, 산업부, 복지부, 중기부, 공정위, 금융위 등 6개 부처가 주관하는 공정경제 전략회의에 참석해 “경제성장 과정에서 공정을 잃었다. 함께 이룬 결과물들이 대기업집단에 집중되었다. 중소기업은 함께 성장하지 못했다”고 이같이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 등 2기 경제 수장 교체와 맞물려 대기업을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이다. 경제 수장 교체에 따라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가 변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공정경제 강화라는 화두를 꺼내들며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색깔을 분명히 한 것으로도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공정경제’는 과정에서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고, 결과로써 성장의 과실을 정당하게 나누는 것”이라며 “‘공정경제’로 경제민주주의를 이루는 일은 서민과 골목상권,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잘살고자 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0일 6.10 민주항쟁 30주년 행사에서 처음으로 경제 민주주의라는 말을 쓰고 소득과 부의 극심한 불평등을 해결해야 한다며 일자리 위기를 근본원인으로 지목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기업은 투명성 제고와 공정한 경쟁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공정경제’를 통해 국민들의 자율적이고 창의적인 경제활동이 이뤄질 때 기업들도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갖게 될 것”이라며 공정경제 개선 사항을 상세히 밝혔다.

문 대통령은 ▲징벌벌 손배 배상제 도입 ▲인건비 재료비 인상으로 인해 제조원가 상승시 하청업체 대금조정 요구 ▲기술탈취 기업 공공입찰 참여 제한 ▲대기업 소유지배구조 개선 ▲일감몰아주기-부당내부거래 대기업 적발 ▲상가 임차인 계약갱신 요구 기간 증가 등을 나열하며 “정부는 그동안 공정한 경제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도와 관행을 개선해왔다”고 밝혔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에 여론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공정경제를 위한 정책 개선이 이뤄졌다는 것을 문 대통령이 나서 일일이 설명한 것은 반대로 공정경제 정책이 홍보가 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편성 관련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국회사진취재단

문 대통령은 “대•중소기업 상생협력을 대기업의 시혜적인 조치로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한다”며 “상생협력은 협력업체의 혁신성을 높여 대기업 자신의 경쟁력을 높이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공정경제전략회의는 경제단체장과 소비자단체장, 대기업·중소기업 CEO, 산업계·학계 등 민간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를 냈다.

'1부 공정경제와 상생협력을 위한 국민과의 대화'에선 이갑수 이마트 대표와 협력 납품업체인 안희규 대한웰빙은박 대표가 나와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납품단가를 조정해준 사례를 발표했다. 백종원 빽다방 대표와 박효순 점주도 참석해 본사가 가맹금·구입 강제품목 가격을 낮추어 점주 부담을 덜어준 경험을 털어놨다.

청와대는 “정부는 공정경제가 내 일터와 생활의 모습을 바꿀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이 될 수 있도록 국정과제상 입법과제 외에 다음과 같은 체감형 정책도 적극 발굴하고 성과를 창출해 나갈 계획”이라며 ▲편의점 개점·운영·폐점 全단계를 망라한 개선방안 마련 ▲대출금리가 부당하게 산정·부과되지 않도록 개선방안 마련 ▲대기업이 지원하고 정부가 후원하는 상생형 스마트공장 확대 ▲하도급 분야 갑질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종합대책 마련 ▲골목상권 보호를 위한 상권영향평가 제도 보완 등의 계획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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