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이달 들어 갑자기 지상파 중간광고를 비판하는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들이다. 공교롭게도 모두 지상파의 경쟁 매체인 종합편성채널을 겸영하고 있다. 이들 신문은 누구를 위해 기사를 쓴 걸까.

시작은 조선일보였다. 지난 3일 조선일보는 “방만경영 적자에도 자구노력 않는 지상파. 방통위, 중간광고까지 내밀며 구출 작전” 기사를 냈다. 이어 중앙일보가 지난 6일 “2조 쌓아놓고 방만경영 지상파... 방통위, 중간광고 터주나”를 비롯해 기사 4건을 냈고, 7일 매일경제도 “‘방만경영 도덕적 해이’ 지상파에 중간광고 허용 논란”을 썼다.

이들 신문의 논조는 한결같다. △지상파의 경영이 방만하고 △공적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았고 △방통위는 지상파를 위한 정책을 일관되게 해왔고 △중간광고 도입에 다수 국민이 반대하고 있고 △중간광고 도입 후 신문, 케이블 등 매체에 피해가 예상되기에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 지상파 중간광고에 반대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보도.
▲ 지상파 중간광고에 반대하는 조선일보, 중앙일보, 매일경제 보도.

지상파가 공익성·공공성 등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지적은 지상파가 새겨들여야 하는 대목이다. 기사에 예로 든 막장드라마 사례나 패럴림픽 중계를 하지 않은 점 등은 비판 받아야 한다. 중간광고 도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1부와 2부를 임의로 쪼개 꼼수로 중간광고를 내보내는 시청자 기만행위 역시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관련기사: “중간광고 필요” 염치없는 KBS·MBC·SBS 뉴스]

그러나 이들 신문의 비판은 다수 국민이 중간광고를 반대한다는 사실을 내세우며 ‘시청자’를 위하는 듯 하지만 실상은 자사의 이익을 위한 내용이다. 11월 들어 지상파 중간광고에 반발하는 기사를 내보낸 매체는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및 주요경제지 가운데 공교롭게도 종편을 소유한 세 신문이 뿐이다. 

이들 신문은 지상파 중간광고로 지상파에 광고 몫이 늘면 피해를 보는 이해관계 당사자다. 이효성 방통위원장이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11월 중으로 중간광고 도입 여부를 결정짓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11월이 되자 지상파 중간광고 반대 기사를 쏟아낸 것으로 보인다.

의도만 문제인 건 아니다. 이들 신문은 자사에 유리한 통계만 인용하는 방식으로 사안을 왜곡했다. 중앙일보와 조선일보는 지상파 중간광고로 지상파는 매년 1000억원 이상 추가 수익을 내는 반면, 신문 산업은 연간 201억~216억원이 줄고, 케이블TV 100억원, 잡지 50억원 등의 매출 감소가 발생한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이 통계는 종편을 겸영하는 이들 신문이 소속된 한국신문협회가 발주한 보고서 내용이다. 신문진영 역시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으로 일정 부분 피해가 예상되기에 중간광고 효과를 부풀렸을 가능성이 있다.

▲ 지상파 3사 사옥.
▲ 지상파 3사 사옥.

최근 신문협회의 통계가 과장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방통위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발주한 지상파 중간광고 시뮬레이션 결과가 공개됐는데 예상 연 추가수익은 1000억 원을 넘지 않았다. 광고주 설문조사를 통한 추정치는 연 415억 원이고, 시뮬레이션 최대치도 869억 원이다. 지상파 중간광고에 넣기 위해 신문 등 인쇄 광고비를 빼겠다는 광고주는 11.2%에 그쳤다. 

물론, KISDI 조사 신뢰도에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지상파 광고시장의 빠른 하락세를 감안하면 중간광고 효과 역시 연구 결과보다 더 낮을 수 있다. 실제 지상파 광고총량제 도입 효과는 KISDI가 2015년 발표한 광고총량제 효과 보고서 전망치의 반토막에 그쳤다.

지상파의 경영은 문제 있지만 이들 신문의 지적처럼 아무런 노력이 없는 것도 아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이 소속된 한국방송협회는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시 추가 재원을 모두 상생을 위해 쓰겠다고 밝혔고, 현재 세부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또한 지난 8월 KBS는 개혁중간보고를 통해 상위직급 축소, 경직된 직급체계 유연화 등 방안을 발표했다. MBC는 8일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방통위가 지상파의 편의만 봐줬다는 지적은 전혀 일리가 없는 건 아니지만 2008년 방통위 설립 이래 가장 많은 특혜를 받은 방송사업자가 종편이라는 사실은 자명하다. 

종편 겸영 신문의 이 같은 자사이기주의보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상파 광고총량제 추진 국면인 2014년 7월31일부터 2015년 4월 말까지 9개월 동안 광고총량제를 비판하는 기사는 동아일보 55건, 조선일보 38건, 매일경제 34건, 중앙일보 19건에 달했다.

지상파 규제완화에는 비판 일색이지만 종편에는 특혜를 유지해야 한다는 이중적 입장도 보인다. 매일경제는 7일 종편 의무전송 특혜 축소 추진에 반발하며 시청권 피해를 내세웠다. 그러면서 이렇게 자평했다. “종편은 출범 이후 다양한 시사, 교양, 오락, 드라마를 제작 및 공급했고 시청률로 입증하며 메인방송 플레이어로 자리잡았다. 지상파 프로그램과 차별되는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해 선택권을 넓혔다.” 시청자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경쟁사는 비판하고 자사는 치켜세우기만 하는 이런 신문의 방송정책 보도를 믿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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