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군이 천안함 함미 인양시 지상에 내려놓다가 높이가 안맞아 직접 절단했다고 8년 만에 실토했다. 그동안 해군은 답변하지 않거나 천안함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한 합동조사단 책임자들은 바지선에 탑재하다 부러졌다고 증언해왔다. 국방부가 왜 거짓말을 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은 지난 7일 서울 서초동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실에서 열린 대북경협인들 주최 강연에 이 같은 사실을 전하면서 증거물 임의훼손이라고 비판했다. 신 전 위원은 왜 이처럼 천안함 침몰원인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아 보이는 사실까지 거짓말을 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는 지난 9월13일 신 전 위원의 명예훼손 사건 항소심을 진행중인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 주최로 경기도 평택 해군 제2함대에 방문해 피고측과 검사측이 함께 전시된 천안함 선체 현장검증을 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천안함 함미는 2010년 4월15일 인양했다. 해군측에서 설명하러 온 관계자들은 오전까지만 해도 바지선 위에 올려놓다 부러졌다는 입장이었다.

피고측 심재환 변호사가 “깨진게 아니라 잘라낸 것 아니냐”고 따지자 윤수정 검사는 “보고서 49쪽에 보면 거치대 올라탄 상태에서 바닥에 내려놓다가 잘렸다”고 답했다. 갑론을박하다가 이날 오후 5시가 넘어 재판장이 마지막으로 함미 프로펠러 쪽을 다시 보자고 해서 선체로 가자 돌연 해군은 오전 발언을 번복했다.

김창호 중령은 “선체를 육상에 올릴 때 안착하다 (프로펠러가) 낮아서 플라즈마 절단기로 절단했다”고 밝혔다.

▲ 천안함 함미 프로펠러. 사진=조현호 기자
▲ 천안함 함미 프로펠러 아랫쪽에 절단된 흔적이 보인다. 사진=조현호 기자
김형두 재판장이 “바지선에 있을 때 먼저 닿은 부분은 휘었고, 육상에 올릴 때 문제가 생겨서 플라즈마 절단기로 잘랐다는 거냐”고 묻자 김 중령은 “예”라고 답했다.

이 같은 답변은 신상철 전 위원의 1심 재판 과정이었던 2014년과 2015년 합조단 책임자들이 법정에 증언한 내용과 완전히 다르다. 이들 모두 바지선에 올리다 부러졌다고 주장했다.

신상철 전 위원은 7일 강연 중 이 같은 사실을 언급하면서 “왜 이런 것까지 8년 동안이나 거짓말을 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강연을 주최한 대북경협인들은 천안함 사건 직후 5·24 대북제재 실시로 인해 남북교류가 중단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사업이 망하거나 목숨을 끊는 사람이 생기기도 했다. 김기창 백두산들쭉술 대표는 축사에서 “갈 길이 험난할 것 같다. 민족의 장래 조국의 평화통일 위해 노력하자”고 말했다. 

▲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가 지난 9월13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제2함대사령부 내의 천안함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해군관계자가 함미 우현의 프로펠러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가 지난 9월13일 경기도 평택에 있는 해군제2함대사령부 내의 천안함 현장검증을 벌이고 있다. 해군관계자가 함미 우현의 프로펠러를 보며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우림 기자

▲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과 남북경협인들이 7일 민변 사무실에서 강연회를 마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 신상철 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위원과 남북경협인들이 7일 민변 사무실에서 강연회를 마치고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조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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