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분당경찰서가 지난 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배우 김부선씨와의 스캔들과 관련해 이재명 지사의 허위사실 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지사를 비판하며 의혹을 제기한 김부선씨 역시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소설가 장정일씨가 10월31일 한국일보 칼럼에 이렇게 적었다. “얼핏 보기에는 가짜뉴스 중독자, ‘문파’들이 이재명을 둘러싼 소문의 진원지처럼 보이지만, 김부선의 입이나 바라보며 그것에 뉴스 가치를 부여해온 ‘언론 태업’의 책임이 크다. 가짜 뉴스가 아니라 다시 뉴스가 문제다.”

장정일씨의 지적은 정확하다.

누군가 무언가를 주장한다고 해서 그걸 다 써주는 건 저널리즘이 아니다. 그것은 ‘선전’이다. 선전에서 사실과 진실은 중요치 않다. ‘비욘드 뉴스, 지혜의 저널리즘’의 저자 미첼 스티븐스의 말을 빌리자면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해주고 있는 기자가 아니라 벌어지고 있는 사건에 대해 현명하게 설명해주는 기자”가 가치를 인정받는 시대다. 여기서 말하는 ‘현명함’은 결국 ‘팩트체크’와 ‘크로스체크’에 있다.

만약 이것이 어렵다면, 그래서 스스로 판단하기 어렵다면, 기자에게는 쓰지 않는 ‘용기’도 필요하다. 화제성이 있고, 발화자가 유명인이라는 이유로 그의 발언을 인용해 기사를 쓰는 경우 당장엔 주목받을지 몰라도 그것은 저널리즘이 아닐 수도 있다.

배우 김부선씨를 알게 된 건 2016년 말로 기억한다. 회사로 김부선씨가 전화를 걸어왔다. 김씨가 조선일보의 오보로 피해를 입었다는 기사를 쓴 이후였다. 김씨는 30분 넘는 시간 동안 내게 고맙다고 했고 자신이 얼마나 힘든 상황인지 설명했고 난방비 관련 소송이 많이 걸려있어 도와달라는 이야기를 두서없이 이어갔다. 이후 2017년 초부터 김씨의 소송 관련 내용이 카카오톡으로 들어왔다. 전화나 문자가 몇 달간 꾸준히 왔고, 이름 모를 단체 카톡방에 초대되기도 했다.

그 날은 일요일 낮이었다. 스마트폰을 바꾸면서 그간의 카카오톡 기록이 다 날아가 버려 단정할 순 없지만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결정되기 전이었다. 김부선씨에게 연락이 왔다. 이날 김씨는 ‘녹음파일’을 내게 보냈다. 그 때 주진우 기자와 김부선씨와의 대화 내용을 듣게 됐다. 김씨는 녹음파일이 자신과 이재명 후보와의 관계를 입증할 증거자료라고 했다. 당시 다른 증거가 있는지 물었으나 그것뿐이라고 했다.

처음 들었을 때 두 사람 간 대화 내용은 확실히 이상했다. 주진우 기자는 왜 두 사람 사이를 중재하고 있을까. 곧바로 주진우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후사정을 들었다. 주 기자의 해명은 구체적이었고 설득력이 있었다. 해당 녹음파일만으로는 김부선씨와 이재명 후보 간의 ‘관계’를 확신할 수 없었다. 기사작성 이후 미칠 사회적 파장을 고려했을 때 증거는 빈약했다. 사진 한 장도 없었다. 주 기자 역시 두 사람이 실제 어떤 관계였는지는 모른다고 했다.

녹음파일을 받고 몇 달 뒤 김부선씨가 다른 기자에게도 녹음파일을 보냈던 사실을 알게 됐다. 그 기자 역시 녹음파일을 보도하지 않았다. 그리고 김씨가 해당 기자에게 왜 이재명 관련 보도를 하지 않느냐며 매우 모욕적인 발언을 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기자는 해결사가 아니다. 취재원이 써달라는 이야기를 다 써줄 수 없다. 기사가 되는지 여부는 기자가 판단한다. 특히 사생활 관련 보도는 공익성을 고려하면서 신중해야 하고, 무엇보다 증거가 중요하다. 내 능력이 부족해 증거를 찾지 못한다면 안 쓰는 게 맞다. 

지난 6월 지방선거에서 녹음파일이 유포되고 논란이 불거졌을 때 김부선씨는 나를 가리켜 ‘진실을 은폐한 공범’이라고 주장했다. 김씨 입장에서 저렇게 주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수년 전으로 돌아가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때로는 쓰지 않는 것도 저널리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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