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한 발언이 논란이다. 언론은 교체를 앞둔 김 부총리의 ‘작심발언’이라고 해석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이를 전면 부인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모습이다.

8일 국회 예결위에 출석한 김동연 부총리는 ‘경제위기’라는 이장우 자유한국당의 지적에 대해 “경제가 지금 위기라는 말에 동의하지 않지만 어떻게 보면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해당 발언을 놓고 조선일보는 “김 부총리의 이날 발언은 평소 이견을 보여온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에 대한 비판을 넘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최고위층의 경제정책 결정 과정을 전면으로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의 해석은 김 부총리가 장하성 정책실장과 갈등을 겪어왔고, 교체를 앞둔 시점에서 자신의 뜻대로 정책 결정이 이뤄지지 않은데 따른 불만을 표출한 게 아니냐는 추측에 근거하고 있다.

조선일보는 “김 부총리가 경제가 아닌 정치를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 청와대와 민주당안에서 나왔고, 청와대 일부 참모진이 “경제 관료 출신인 김 부총리가 정치인처럼 행동하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해당 발언에 대한 해석의 근거로 든 게 익명의 청와대와 민주당 인사들의 김 부총리에 대한 평가다.

김 부총리를 정치적 행보를 걷는 문제적 인물로 그리면서 해당 발언은 갈등설을 부각시키는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경향신문도 8일자 신문에서 “김 부총리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교체가 유력시되는 상황에서 소득주도성장 등을 놓고 갈등을 빚었던 장 실장을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관련 보도 이후 김 부총리의 발언은 어김없이 정치적 공방의 소재가 됐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오전 비상대책회의에서 “김 부총리의 발언이 문제의 본질에 상당히 근접했다”면서 “김동연 경제부총리의 발언은 경제위기의 근원이 청와대에 있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사진=기획재정부
▲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 사진=기획재정부

김 위원장은 “명색이 경제 사령탑이지만 그동안 정책의 결정과 운영에서 제대로 자율성을 가지지 못했다는 얘기”라고 김 부총리의 발언의 진의를 단정했다.

8일 국회 예결위 경제부처 예산심사 자리에서도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김 부총리의 발언을 문제삼자 김 부총리는 “일부 언론에서 어떻게 제 얘기를 그렇게 해석해서 쓸 수 있는가 생각할 정도로 보고 싶은 부분만 보는 기사를 보도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해당 발언은 교체 시점에서 김동연 부총리가 청와대를 향해 반기를 드는 모양새가 될 수 있고, 교체가 완료되더라도 갈등설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큰 내용이다. 김동연 부총리가 자신의 발언을 적극 해명한 것도 이 같은 배경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도 수장의 발언에 대한 언론보도 해석에 이례적으로 해명 자료를 냈다. 기획재정부는 대변인 명의로 김 부총리의 발언 전문을 내보냈다. 맥락을 이해하면 언론 보도의 해석은 과하다는 반론이다.

기획재정부는 “부총리의 발언은 현 경제상황에서 경제구조개혁·규제개혁 입법 등 정치적 의사결정 과정에서 여·야를 뛰어넘는 협치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면서 “예를 들어 규제개혁입법, 경제구조개혁입법 등이 경제분야에서 정치적 의사결정을 필요로 하는 주요 내용이며 경제에 여야가 따로 없으며 이런 의사결정에서 머리를 맞대고 책임있는 결단이 필요”한다는 발언이었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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