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원 299명인 문화일보(회장 이병규)가 지난달 29일 채용한 22기 신입 기자를 대상으로 ‘수습기자 하리꼬미(밤새 경찰서를 돌며 취재한다는 뜻의 언론계 은어) 교육’을 실시키로 했다. 2018년 신입기자를 채용한 언론사 중 하리꼬미를 실시하겠다고 밝힌 몇 안 되는 언론사다. 

주당 최대 주52시간 근로제 도입을 앞두고 올해 상반기에 채용을 실시한 한겨레, MBC, 한국일보, 연합뉴스, 헤럴드경제 등 다수 언론사는 수습기자 하리꼬미 교육을 폐지했다. 지난 3월 수습기자를 채용한 서울신문은 하리꼬미를 진행하던 중 내부 회의를 거쳐 교육을 중단했다.

지난 7월1일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300인 이상 사업장은 주당 법정 근로 시간을 이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단축해야 한다. 문화일보 기자 A씨는 “회사가 주 52시간제를 앞두고 사원 수를 299명으로 맞춰서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리꼬미 교육이 가능한 것도 이러한 회사의 분위기 속에서 비롯되었다는 설명이다. 

미디어오늘 취재결과 문화일보 수습기자 하리꼬미 교육 기간은 오는 11일부터 약 4개월간 진행되며 ‘일요일 출근 금요일 퇴근 체제’로 토요일 하루만 휴가를 줄 것으로 전해졌다. 복수의 문화일보 기자는 하리꼬미를 하면 주 68시간마저 넘기는 셈이지만 윗선에서는 이를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 드라마 '피노키오'의 한 장면.
▲ 드라마 '피노키오'의 한 장면.
문화일보 기자 B씨는 “이병규 회장이 하리꼬미 교육 6개월 하라고 지시한 걸 사회부 캡이 4개월로 겨우 줄였다”고 말했다. B씨는 “다른 언론사가 하리꼬미 교육을 폐지하는 상황에서 다수의 문화일보 기자들은 수습들이 교육하는 중에 퇴사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회사가 (직원 수를 300인 이하로 맞춰서)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지 않더라도 수습 교육에 있어 하리꼬미가 아닌 적절한 대안을 찾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병직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22기 수습기자 교육 관련해서 단기간 하리꼬미 경험을 해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신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취재의 취지를 설명하자 “상당히 편향적인 논점에서 기사를 준비 중인 것 같아 추가 응답은 불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이 같은 상황을 두고 김유경 노무사(돌꽃노동법률사무소)는 명백한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김 노무사는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는 7월 언저리에 직원 수를 299명으로 편법 조정한 거라면 그것부터 문제다. 합법적으로 직원 수를 조정했다고 해도 현행법에 따르면 68시간을 맞춰야 한다. 하리꼬미교육을 하면 68시간이 훨씬 넘는다. 문화일보가 시대착오적 관행을 유지하며 법까지 위반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권순택 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는 “관행이라는 변명 아래 구태를 이어가고 있다”며 문화일보를 비판한 뒤 “정부가 주 52시간제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여지가 없다는 걸 확인하면서 덩달아 언론사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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