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가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수의 관련자들과 진술을 짜 맞췄음을 검찰이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장씨의 소속사 대표(김종승) 생일이던 지난 2008년 8월5일 서울 청남동에 있는 M가라오케 VIP룸 술자리에서 장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49)씨는 지난 5일 법정에서 “몹시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김종승 대표의 생일 축하 자리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신체 접촉은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5월28일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 재수사를 권고한 뒤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홍종희)는 조씨에게 적용된 혐의의 공소시효를 고려해 비교적 신속히 소환조사를 진행했다. 앞서 대검 진상조사단도 사건 기록을 재검토한 결과 과거 검찰의 증거 판단이 미흡했고, 조씨의 혐의를 인정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 고(故)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오른쪽)가 5일 오전 첫 공판이 끝난 후 법정을 떠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 고(故)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오른쪽)가 5일 오전 첫 공판이 끝난 후 법정을 떠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검찰은 지난 7월26일 조씨를 불구속기소 하며 “사건의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부분에서 목격자(전 장자연 소속사 동료) 진술이 유의미하게 일관되고, 목격자 진술을 믿을 만한 추가 정황 및 관련자들이 실체를 왜곡하려는 정황이 명확히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사건 관련자들이 실체를 왜곡하려는 정황’이란 장자연과 함께 김종승 대표 생일 축하 술자리에 참석한 이들이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를 감싸주기 위해 이날 조씨의 강제추행은 없었다고 하거나, 있지도 않았던 사람이 있었다고 여럿이 입을 맞춘 것을 말한다.

검찰 관계자와 조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수사 초기에 조씨와 함께 장씨의 소속사 대표 생일 축하 자리에 참석했다고 진술한 오아무개씨는 조사결과 이 자리에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오씨는 사건이 발생한 날 국외 출장 중이었는데 경찰 조사에선 이 자리에 참석해 ‘장씨가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춘 것을 봤지만, 조씨가 장씨를 추행하진 않았다’고 진술했다. 조씨와 이날 술자리에 있었던 변아무개 B사모투자펀드 공동대표 역시 이날 오씨가 술자리에 함께 있었다고 허위 진술했다. 오씨는 나중에 자신이 거짓말한 게 들통나자 “조씨가 시켜서 그랬다”고 실토했다.

이에 조씨 측 변호인은 오씨가 당시 여러 술자리에 있었던 기억이 헷갈려 잘못 말했다가 나중에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오씨가 그날 일어난 일들을 시간 순서대로 거의 정확히 진술한 것으로 보아 조씨를 도와주기 위해 다른 참석자들이 서로 입을 맞춘 정황이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 지난 6월2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 지난 6월2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이번 조씨 재판에서 검찰과 변호인이 합의한 증인은 윤씨와 김종승 대표, 조아무개 가라오케 영업사장, 변아무개·이아무개 B사모투자펀드 공동대표 등 5명이다. 검찰은 해당 증인들이 이번 재판 신문 과정에서도 거짓 진술을 한다면 위증죄를 적용할 수 있다.

형법엔 “법률에 의해 선서한 증인이 허위의 진술을 한 때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증인이 재판에 출석하지 않으면 검찰은 구인(拘引)과 5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감치(監置)까지도 처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조씨의 강제추행과 강요방조 혐의를 인정해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경기 분당경찰서는 조씨가 오씨뿐만 아니라 당시 현장에도 없었던 모 경제신문 A사장에겐 성추행 혐의를 덮어씌우려고도 했다고 지적했다.

경찰은 “조씨가 비교적 세상 물정에 밝은 유력 신문사의 기자로 오랜 기간 근무한 경력이 있으며, 그의 처는 현직 법조인(검사)으로 일반인에 비해 법적 판단 능력이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며 “단순히 강요방조죄로 의심받을 수 있다는 사실이 두려워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사람에게 누명을 씌우면서까지 거짓 진술을 했다는 사실은 상식적으로 전혀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경찰은 조씨가 강제추행하는 것을 봤다고 유일하게 증언한 목격자 윤씨에 대해서도 “윤씨가 조씨의 범행 사실을 진술한다고 해서 아무런 이득이 되지 않고, 외려 연예활동을 하는 자신에게 손해라는 것을 알면서고 일관되게 강제추행 목격 사실을 진술하고 있다”며 “윤씨의 진술에 더욱 신빙성이 있다고 보여진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러나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김형준 검사)은 목격자 윤씨가 13차례나 이어진 검·경 수사 과정에서 여러 차례 진술이 바뀌는 등 신빙성이 부족하고, 조씨의 범죄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2009년 8월19일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조씨 측 변호인은 과거 검찰의 이 같은 결정과 경찰이 조사 과정에서 억지로 혐의를 적용하려고 했다는 조씨의 주장, 이번 재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핵심 증인인 윤씨를 추가로 불러 조사하지 않고 기소한 점 등을 근거로 무죄를 자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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