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독립(외주)제작사에게 원본을 활용할 권리를 일부 주기로 했다. 그간 독립제작사가 기획하고 제작한 프로그램이라도 방송사가 저작권을 독점했고 원본촬영본을 활용할 때도 먼저 방송사에 승인을 받아야 했는데 이런 관행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비드라마 제작사 170여개가 회원사로 참여한 한국방송영상제작사협회(독립제작사협회, 회장 김옥영)는 6일 “지상파 3사가 ‘선승인’ 조건없이 제작사에게 원본활용권을 명시해 허용한 것은 획기적인 결정”이라며 “1991년 외주제작이 도입된 이래 처음 있는 일로 철옹성 같던 저작권 독점 관행의 문이 좁게나마 마침내 열렸다”고 평가했다.

독립제작사협회는 지난 2월 불공정한 방송계 환경을 개선하려고 방송통신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기관과 협력해 지상파 방송사 사장들과 개별면담을 진행했다. 지난 5월부터 방송사와 저작권 관련 개별협상을 진행해 KBS와 지난 7월, 나머지 두 방송사와 지난달 협상을 마무리했다. 

▲ 지상파 3사
▲ 지상파 3사

독립제작사협회는 “협상 타결시점과 상관없이 회원사 외주 프로그램에 한해서는 기한 제한 없이 소급하여 원본을 활용할 수 있게 했고, 방송분·미방송분 제한도 두지 않았다”며 “수익 배분도 8(제작사) 대 2(방송사)의 비율로 제작사 쪽에 훨씬 큰 가중치를 부여했다”고 했다. 다만 MBC는 2018년 1월1일 이전 프로그램 원본의 수익배분을 제작사와 방송사 7:3으로 정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존에는 제작사가 비상업 목적이라면 언제든 촬영원본을 제공했지만 상생하는 차원에서 협회가 촬영원본을 가지고 수익사업을 할 수 있게 했다”며 “최종 합의한 건 아니고 실무 내용에서는 아직 논의할 게 남았다”고 말했다.

이번 협상은 지상파 3사가 게티이미지 스톡콘텐츠 사업의 경우 독립제작사협회에 수익사업을 승인한 것이다. 한국독립PD협회 관계자는 “분명 의미 있는 결정”이라 환영하면서도 “특정 사업에 한해 제작사협회에 승인한 거라 모든 방송사·제작사에게 일반 룰로 자리잡으려면 아직 갈길이 멀다”고 평가했다.

독립제작사협회는 불공정한 관행을 바꾸기로 한 지상파 3사를 높이 평가하며 이를 거절한 EBS를 비판했다.

이 협회는 “방송사-제작사 간의 기존 계약서를 수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2차 저작물 작성권 관련 일부 조항을 수정할 수밖에 없어 방송사들이 결정을 내리는데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며 “그럼에도 상생이라는 시대 조류를 거스르면 안 된다고 판단해 전향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평가했다.

▲ EBS는 독립제작사협회의 원본활용권 허용 요청을 거절했다.
▲ EBS는 독립제작사협회의 원본활용권 허용 요청을 거절했다.

협회는 “EBS는 원본활용권 문제에 오랜 시간 대화 자체를 기피해오다 최종적으로 ‘내부 조율이 이뤄지지 않아 승인할 수 없다’고 통보해왔다”며 “EBS가 과연 이 시대 공동체의 삶에 관심이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상생 문제에서 어떤 고민이나 노력 흔적없이 자사 이익이라는 배타적인 자세만 고집하는 EBS 태도에 실망했다”고 덧붙였다.

독립제작사협회는 CJ와 종합편성채널과도 대화할 계획이다. 이 협회는 “CJ와 종편도 원본활용권을 허용해줄 것을 바라고 있다”며 “제작사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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