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5월부터 채널A 지분 소유 제한 법령을 어겼음에도 방송통신위원회는 2017년 2월까지 4년9개월 동안 알지 못했다. 2012년 5월 방통위 방송정책국장이던 김아무개씨(행정고등고시 31회)는 지금 법무법인 율촌에 있다. 2013년 7월 김씨로부터 방송정책국장 바통을 넘겨받았으되 역시 위법 행위를 모른 채 2014년 3월 채널A 방송사업 재승인 업무를 총괄한 정아무개씨(행시 31회)도 퇴직했다. 두 사람이 방통위를 떠났으니 잘못한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 2015년 4월 정씨로부터 방송정책국장 자리를 받아 맡은 행시 36회 전아무개씨도 동아일보의 채널A 위법 지분 상황을 알지 못한 채 박근혜 정부 때 미래창조과학기술부로 떠났다.

2016년 2월 전씨에 이어 방송정책국장이 된 행시 35회 김아무개씨는 어땠을까. 그는 2017년 2월 종합편성방송채널사용사업자(종편) 재승인 업무를 준비하다가 동아일보의 채널A 지분이 규정(30%)보다 넘쳤음을 알았다. 하여 잘못된 게 바로잡혔을까. 아니, 그해 4월 채널A는 초과 지분을 없애지 않은 채 방송사업 승인을 다시 얻었다. 위법한 지분 소유 사실이 방통위 밖으로 알려지지 않아 옳고 그름을 따질 수조차 없었고, 같은 해 8월31일에야 동아일보에 시정명령이 건너갔다.

방통위 시정명령은 그러나 2018년 11월에도 관철되지 않았다. 동아일보가 2017년 11월 행정소송을 일으켜 명령에 따르지 않았기 때문. 결국 2012년 5월부터 무려 6년7개월째 위법이 이어졌고, 언제쯤 마무리될지도 알 수 없다.

지난 6년7개월간 방통위 방송정책국장 바통을 손에 쥔 5명 가운데 누구도 동아일보의 위법한 채널A 지분 소유 사태를 풀어내지 못했다. 잘못을 책임진 사람도 없다. 특히 행시 35회 김아무개씨는 방송기반국장이던 2014년 4월 TV조선미디어렙 주주 일동제약과 그해 12월 MBN미디어렙 주주 한진칼이 종편 방송광고판매대행사업자(미디어렙) 관련 지분 소유 제한·금지 규정을 어긴 것도 모른 채 사업 허가 업무를 했다. 2016년 2월 김씨로부터 방송기반국장 자리를 이어받은 행시 37회 배아무개씨도 매한가지. 위법 상태인 걸 알지 못한 채 ‘2017년 종편 미디어렙 재허가 기본계획’을 짰다. 2017년 2월 배씨로부터 방송기반국장 바통을 넘겨받은 행시 37회 김아무개씨도 TV조선미디어렙과 MBN미디어렙뿐만 아니라 미디어렙A 주주 사랑방미디어가 위법한 사실을 모른 채 배씨가 짠 기본계획에 따라 미디어렙 재허가 업무를 봤다.

방통위 안팎에서 “무능하다”는 지적부터 솟았다. 몰랐다면 무능했고, 알았다면 이명박·박근혜 정부 뜻을 헤아려 눈감았을 것으로 읽혔지만 정작 ‘징계’는 없었다. 행시 35회 김씨와 37회 김씨가 미디어렙 관련 잘못으로 방통위 감사팀으로부터 ‘주의’하라는 얘기를 듣긴 했으나 국가공무원법상 징계가 아니었다. 흐름이 그렇다 보니 같은 일이 또 일어났을 때 방통위가 ‘주의’보다 무겁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지 의문시된다. 그땐 ‘전례 형평성’을 내세워 ‘주의’쯤으로 넘길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29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이 “(방통위의) 감사와 관련된 감찰 제도가 미비하거나 부족”하다고 본 것도 같은 맥락. 채널A 사업 승인과 종편 미디어렙 허가를 두고 거듭된 잘못이 6년 7개월이나 묵었음에도 직원에게 아예 책임을 묻지 않거나 국가공무원법상 징계 없는 ‘주의’나 ‘경고’로 갈음하는 짜임새를 내보였으니 “부족하다” 할밖에 달리 뭐라 짚겠는가.

 

▲ 이은용 뉴스타파 객원기자
▲ 이은용 뉴스타파 객원기자

방통위 감찰 체계가 모자라 보이는 건 ‘몇몇 행시 출신 수렁’에 빠진 때문으로 읽혔다. 방통위가 해묵은 폐단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까닭으로도 보였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2013년 2월부터 문재인 정부로 넘어온 2017년 12월까지 4년10개월간 내부 감사를 지휘하는 운영지원과장을 행시 37회 배아무개씨와 행시 41회 반아무개씨가 맡았는데 두 사람은 부실한 종편 미디어렙 허가 업무에도 얽혀 있었다. 2018년 1월 반씨에 이어 운영지원과장이 된 김아무개씨도 행시 41회다. 오랫동안 서로 끌거나 밀어주던 선후배 사이인 터라 채널A 재승인이나 종편 미디어렙 허가처럼 무거운 업무를 허투루 한 국장을 제대로 징계하기 어려운 것. 제 병 고치는 의사 없다더니 방통위가 딱 그렇다. 수렁에 빠졌다.

 

※ 위 방송통신위원회의 동아일보에 대한 채널A 지분소유 제한 법령 위반을 이유로 한 시정명령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에서 대법원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정명령 처분을 취소한다고 판결하였는 바, 이에 알려드립니다.

[알려왔습니다] “행시 출신 수렁에 빠진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 동아일보는 대법원에서 2019년 12월12일 방송통신위원회가 동아일보에 대하여 채널A 지분소유가 위법함을 이유로 한 시정명령 처분이 최종적으로 취소되었으므로 동아일보의 채널A 지분소유가 적법하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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