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지난 2009년 불거진 ‘장자연 리스트’ 사건 관련 조선일보의 수사 외압 의혹을 보도한 MBC와 미디어오늘에 정정보도와 함께 고액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8일 서울남부지방법원 접수한 소장에서 지난 7월 [고(故) 장자연] 편을 방송한 MBC ‘PD수첩’과 관련 내용을 보도한 미디어오늘에 정정보도 청구와 함께 두 언론사에 각각 3억원의 손해배상액도 청구했다.

조선일보는 PD수첩에 출연해 조선일보의 외압을 폭로한 조현오 전 경찰청장에게도 3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었다. 아울러 PD수첩 장자연 편 제작에 관여한 PD 3명과 미디어오늘 기자 1명에게는 “언론보도에 의한 명예훼손으로 정신적인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며 1억원씩 배상하라고 요구했다.

조선일보는 지난 7월24일과 31일 2부작으로 방송된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에서 조선일보가 최대주주인 방상훈 사장을 보호하기 위해 당시 이동한 사회부장이 장자연 사건 수사의 총책임자였던 자신을 협박했다는 조현오 전 경기지방경찰청장의 인터뷰 내용이 허위라고 주장했다.

▲ 지난 7월31일 방송된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에서 2009년 경기경찰청장으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를 총괄지휘했던 조현오(63) 전 경찰청장이 당시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지난 7월31일 방송된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에서 2009년 경기경찰청장으로 ‘장자연 리스트’ 사건 수사를 총괄지휘했던 조현오(63) 전 경찰청장이 당시 조선일보 간부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조선일보와 함께 원고로 소송에 참여한 이동한 전 사회부장(현 조선뉴스프레스 대표이사)은 “조 전 청장을 단연코 단 한 번도 만난 사실조차 없고,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시킬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다’며 조 전 청장을 협박한 사실 또한 전혀 없다”면서 “이 부분은 명백한 허위사실에 기초한 보도”라고 소장에 밝혔다.

[관련기사 : 조현오 “장자연 사건 수사 때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협박”]

앞서 조 전 청장은 PD수첩과 인터뷰에서 “조선일보 측 관계자가 나에게 찾아와 ‘조선일보는 정권을 창출할 수도 있고 정권을 퇴출시킬 수도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우리하고 한 판 붙자는 겁니까’라고 했다”며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달라고 조선일보 측에서 경찰에 굉장히 거칠게 항의했다. 모욕으로 느꼈고, 정말 협박으로 느꼈다”고 말해 파장을 일으켰다.

조 전 청장은 ‘이동한 부장이 몇 차례 정도 찾아왔느냐’는 제작진의 물음엔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두세 차례 정도 된 거 같다”며 “‘조선 방상훈 사장 이름이 거명되지 않게 해 달라, 왜 죄도 없는 사람이 관련도 없는 사람이 자꾸 거론되느냐’ 이런 시각을 가지고 우리에게 굉장히 거칠게 항의를 했다”고 말했다.

PD수첩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조 전 청장뿐 아니라 최원일 당시 경기지방경찰청 형사과장과도 접촉했다. 최원일 전 총경은 “이동한씨는 나하고도 접촉이 좀 있었다. ‘방상훈씨가 억울하다. 경찰서에서 조사도 받아야 하느냐’ 그래서 내가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 아니냐. 그래야 국민적 의혹도 풀고 자신 있게 하는 게 안 좋겠냐’ 그랬더니 ‘사람 두 번 죽이는 것하고 똑같다’고 했다”고 전했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1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지난 7월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방송 관련 MBC와 미디어오늘에 각 3억원, PD와 기자에게는 1억원씩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이우림 기자
조선일보는 지난달 1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지난 7월 MBC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방송 관련 MBC와 미디어오늘에 각 3억원, PD와 기자에게는 1억원씩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이우림 기자
조선일보는 또 PD수첩 ‘고(故) 장자연’ 편 2부에서 조선일보와 경찰청이 매년 공동으로 ‘청룡봉사상’을 주최하면서 경찰관에게 상금 1000만 원과 1계급 특진 포상을 하는 등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는 방송 내용도 “명백한 허위사실에 기초한 보도”라고 문제 삼았다.

조선일보는 “MBC가 비록 익명의 경찰 관계자의 발언 내용을 인용하는 방법으로 보도하기는 했으나, 보도 전체의 취지로 보아 ‘조선일보가 최대주주인 방 사장에 대한 수사를 무마시키기 위해 한 계급 특진 및 1000만 원의 상금이 주어지는 상을 (장자연 사건) 담당 수사관에게 시상하는 등으로 이용하였다’는 사실이 충분히 암시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PD수첩 방송에서 인터뷰한 경찰 관계자는 “청룡봉사상을 (수사 당시 경기청) 광역수사대 직원이 타긴 탔다”면서도 “(수상자가 장자연 사건 수사) 담당자는 아닌데 그렇게 아마 연결이 돼 있어 다들 그러면 그즈음에서 (수상한 게) 관련성이 있겠구나 생각은 이미 하더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당시 청룡봉사상 수상자가 장자연 사건을 직접 수사한 경찰관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어, PD수첩 방송 내용이 ‘조선일보가 청룡봉사상을 장자연 사건 담당 수사관 시상으로 이용했다’고 보기 어렵다. PD수첩은 당시 경기청을 비롯한 경찰이 조선일보와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와 동료들의 의심을 전달했을 뿐이다.

MBC PD수첩 관계자는 조선일보가 건 소송과 관련해 “우리는 취재한 내용에 따라 최대한 사실에 입각해 보도했다”며 “조선일보는 ‘장자연 문건’을 가장 먼저 보도했으면서 진실을 밝혀야 하는 같은 언론사끼리 소송으로 대응하는 게 모양이 좋아 보이진 않는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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