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사태 당시 루머가 많이 퍼졌다. 숨만 쉬어도 메르스에 걸린다거나 양치질을 하면 안 된다는 얘기도 있었다. 어느 병원이 감염됐는지도 불분명했다. 의사들이 적극 나서서 팩트를 이야기했고 프레시안은 감염 병원 명단을 공개했다.”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는 5일 오후 국회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실, 오픈넷, 미디어오늘이 공동주최한 토론회에서 “거짓정보를 누르는 건 진실과 투명한 정보 공개”라며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특정 사안과 관련한 허위정보가 퍼지면 사안을 완벽하게 설명하는 맥락 정보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동성애가 합법화되면 수간도 합법화된다”거나 “레바논이 난민을 수용해 이슬람 국가가 됐다”는 정보가 떠돌 때 동성애를 둘러싼 오해를 바로잡는 완벽한 기사를 만들고 이를 공유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물론,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이정환 대표는 “충분한 토론과 사회적 숙의 과정을 통해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며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사람들이 외면받고 고립되게 해 영향력을 잃게 만드는 게 공론장의 힘이고 근본 대책”이라고 말했다.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 이정환 미디어오늘 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그는 언론이 나무위키로부터도 배울 점이 있다고 밝혔다. “나무위키와 주류언론은 어떻게 다른가. 수 많은 네티즌이 정보를 만들고, 반론을 하고, 삭제하고, 개선하면서 잉여력이 모여 업데이트가 이뤄진 끝에 완벽한 내용이 만들어진다. 주류언론은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주류언론도 잉여력을 쏟아내야 한다.”

유튜브,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에는 규제 대신 ‘사회적 압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이정환 대표는 “포털과 인터넷 기업들은 영리 기업지만 공적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들이 개선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페이스북은 ‘맥락정보 제공’ ‘팩트체크에 따른 콘텐츠 노출 차등’ 등 정책을 두고 있으며 구글은 ‘더 트러스트 프로젝트’를 통해 신뢰도 높은 언론의 정보를 먼저 노출한다. 반면 한국에서는 이 같은 대응을 찾아볼 수 없다. 미국에서만 적극적인 미국 기업의 대응 자체도 문제지만 한국의 자율규제 시스템이 원활하게 작동하지 않는 문제도 있다.

이와 관련 이정환 대표는 “미국에서 우선적으로 개선이 시작됐고, 그들에게 한국은 작은 시장이기 때문에 대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며 “왜 국정감사에서 영어로 답변하느냐 야단치는 걸 넘어서서 제대로 압박해야 한다. 세금을 안 내고 취재에도 제대로 응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언론과 시민단체가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다.

▲ 디자인=이우림 기자. ⓒ gettyimagesbank
▲ 디자인=이우림 기자. ⓒ gettyimagesbank

이정환 대표는 ‘가짜뉴스’(허위정보)를 세 가지로 구분했다. △뉴스가 아닌데 뉴스처럼 흉내내는 페이크 뉴스 △거짓인 뉴스 또는 왜곡보도 △고의로 만든 유언비어 등이다. 그는 “다만, 한국적 상황에서 카카오톡으로 가면 출처를 확인하지 않기에 세가지의 경계가 없어진다. 언론의 신뢰도가 낮아 오히려 언론이 아니라는 이유로 더 신뢰하는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뉴스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며 ‘진짜 뉴스’가 그 자체로 설득력을 얻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언론계에서는 유튜브의 일부 기독교·극우보수 채널을 ‘가짜뉴스’로 지목하면서도 ‘언론의 보도’는 ‘가짜뉴스’가 아닌 오보라는 입장이다. 언론보도와 언론이 아닌 허위정보는 구분해야 하지만 에스더기도운동같은 단체가 언론사 등록만 하면 이들의 ‘가짜뉴스’도 언론 보도로 여겨야 하는 딜레마가 있다. 

그는 독자의 역할도 중요하다고 했다. “뉴스 출처를 확인하고 원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기본이 원론적이지만 가장 핵심”이라는 것이다. 미국 매체 악시오스의 마이크 앨런 대표는 “독자들도 잘못이 크다. 읽지 않은 글은 공유하지 마라. 쓰레기를 클릭하지 마라. 읽은 것에 대한 신뢰도를 직접 확인하라. 당신의 페이스북 피드가 쓰레기로 가득 차 있다면 당신이 그런 것들을 계속 읽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허위조작정보 규제와 관련 이정환 대표는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도 시도했으나 결국 하지 못한 게 유언비어 유포 처벌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네르바 사건 당시 헌법재판소 결정문 가운데 다음 대목이 현재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허위사실’이라는 것은 언제나 명백한 관념은 아니며 어떠한 표현에서 ‘의견’과‘ 사실’을 구별해내는 것은 매우 어렵고, 객관적인 ‘진실’과 ‘거짓’을 구별하는 것 역시 어려우며, 현재 는 거짓인 것으로 인식되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 그 판단이 뒤바뀌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허위사실의 표현도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보호영역에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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