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션샤인. 2018년 7월7일부터 9월30일까지 tvN에서 방영된 토일 드라마. 프로그램 전체 평균 시청률 14%. 특히 케이블, 위성, IPTV, 지상파까지 모든 채널에서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기도… 2018년 10월, 아시아태평양 스타 어워즈에서 올해의 드라마 상. 이병헌 대상. 김태리 신인상. 김민정 여자 연기상 등 수상.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

그리 큰 수준의 논란은 아니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두고 여러 얘기들이 오갔다. 요약하면 시대극과 관련해서 늘 나오는 사실 이야기, 고증 이야기 등이다. 몇몇 인물의 설정과 관련하여 일제를 미화한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지만 일부 내용이 수정되면서 마무리되었다. 사실 큰 의미 없는, 그럼에도 사극을 두고 끈질기게 반복되는 이야기들.

과거는 실재지만 역사는 항상적으로 다시 쓰이는 텍스트이다. 역사가 과거와 현재의 대화라는 말은 그런 뜻이다.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있었던 그대로의 과거를 어떻게 재현한단 말인가? 20세기 초 문화이론가 벤야민은 이렇게 말했다. ‘지나간 과거를 되살린다는 것은 그것이 본래 어떠했는지를 아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위험의 순간에 섬광처럼 떠오르는 기억을 잡아내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 역사를 자기 것으로 만든다는 것은 ‘과거로부터 희망의 횃불’을 드는 것이고, 횃불을 드는 이유는, ‘적이 승리한다면,’ 살아 있는 우리들은 물론, ‘이미 죽은 사람들까지도 안전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 미스터션샤인 스틸컷. 사진=tvN 제공
▲ 미스터션샤인 스틸컷. 사진=tvN 제공
끝난 이후의 이야기들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은 대략 이렇게 소개됐다. 1900년부터 1905년까지 대한제국 시대 의병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절찬리에 프로그램이 끝나자 대체로 이런 평가들이 줄을 이었다. 나라를 구하려 몸 바친 의병들을 세상과 역사의 주역으로 끄집어낸 역사의식이 돋보이는 드라마. 작가도 연출가도 프로그램의 주제로 그 부분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청자들 역시 그 부분에 큰 관심을 보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완성도 측면에서, 작품성과 흥행성을 모두 갖춘 수작, 탄탄한 구성과 좋은 연기, 잘 짜여진 영상미, 무엇보다 빼어난 대본과 연출력 같은 칭찬이 빠지지 않았다.

결국 미스터 션샤인에 대해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는 대체로 이런 선에 머물러 있다. 사극에 항상 따라다니는 지적사항. 그리고 시청자들이 큰 관심과 인기를 끈 작품에 대한 의례적인 칭찬.

담론의 빈곤함

그러고 보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과 관련해 음미할 만하게 쓰인 글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드라마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에 비하면 매우 역설적이고 빈곤한 문화현상이다. TV 드라마를 그저 한 때 즐기며 소비하는 상품 정도로 여기는 사고의 반영이 아닐까? 이건 사회적으로 깊은 의미를 가진 문화현상에 대한 매우 비문화적인 대접이다.

아닌 게 아니라 미디어 문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판적 담론은 언론의 영역으로 집중돼있다. 저간의 사정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잘못된 언론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긴급한 문제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도, 우리가 물어야 할 것은, 이러한 불균형이 나타나는 이유가, 언론부분이 가장 손쉽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대상 때문인 것은 아닌가 하는 질문이다. 만약 그런 것이라면 그것은 ‘지적 태만’의 문제이다.

문화현상에 대한 비문화적 대접이 가져오는 문제는 언론의 영역을 제외한 미디어 콘텐츠—흔히 드라마, 연예오락이라 통칭되는 프로그램—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폭과 깊이가 천박해진다는 것이다. 드라마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은 이렇게 해서 비판적 관심의 초점에서 벗어나고, 이윽고는 비사회적 존재로, 탈정치적 존재로 만들어진다.

문화는 정치다

문화는 정치다. 이건 어려운 얘기가 아니다. 박근혜 정부 시절 벌어진 블랙리스트 사태는 문화가 두렵기 때문에, 문화를 비정치적인, 몰사회적인 것으로 만들려한 것이다. 정치가 이처럼 문화를 억압하는 행위는 역설적으로 문화가 정치라는 점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문화를 문화적으로 대접하는 것은 문화현상을 사회적으로, 정치적—정파적이 아니라—으로 깊게 문제 삼는 것이다. 반성과 발전의 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이 작품 생산자들에게는 오히려 더 큰 선물이다. 물론 문화현상에는 난해한 부분이 적지 않다. 때문에 대중적 틀에서 말하기 어려운 요소들이 있다. 그렇기에 더욱 섬세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민언련 시시비비’는 신문, 방송, 포털, SNS 등 다양한 매체에 대한 각 분야 전문가의 글입니다. 언론 관련 이슈를 통해 시민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목적으로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마련한 기명 칼럼으로, 민언련 공식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편집자 주

※ 이 칼럼은 민주언론시민연합이 발행하는 웹진 ‘e-시민과언론’과 공동으로 게재됩니다. -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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