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과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교체설과 관련해 후임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이 지난 정부 경제고위관료로 거론되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실제 교체가 이뤄지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재벌 중심의 경제정책으로 점점 회귀하는 것 아닌지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 1일 매일경제와 조선일보의 보도를 시작으로 5일자 신문까지 연일 경제사령탑 교체와 하마평 기사가 경제보도를 휩쓸고 있다. 보도의 요지는 경제부총리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이,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김수현 사회수석이 거론되는데 홍 실장은 병역면제의 약점이, 김 수석에겐 부동산 정책 실패 책임이라는 약점이 있어 청와대가 고민이라는 내용이다. 언론들은 그밖에 임종룡‧신제윤‧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지난 정부 인사들을 매 기사마다 끼워넣어 보도하고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NH농협금융지주회장과 금융위원장을 지냈고, 2016년엔 경제부총리로 내정되기도 했다. 주형환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 녹색성장위원회 기획단장, 박근혜 정부 경제금융비서관 기재부 1차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냈다. 김석동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당시 재경부 차관과 금융위 부위원장을 지내다, 이명박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이 됐다. 신제윤 전 위원장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을 했으나 이명박 정부들어 기재부 차관을 거쳐 박근혜 정부의 금융위원장을 했다.

매일경제는 지난 1일자 1면 기사에서 “31일 정부와 여권 소식통에 따르면 청와대는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을 포함한 복수 인사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이는 김 부총리 후임 인선에 대비하는 차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실장은 장관급 인사지만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이 아닌 탓에 경제부총리 후보자로 지명되면 인사청문회를 처음 받게 된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도 같은 날짜 기사에서 여권 관계자가 “김 부총리 후임 물색 차원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등 여러 명의 후보에 대한 인사검증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도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후 중앙일보는 5일자 3면 기사에서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는 과거 경제 파트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올드맨’들의 이름이 거론된다”며 “정가에선 김 부총리의 후임으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 등이, 장 실장의 후임으로는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 등이 유력히 거명된다”고 썼다. 한국경제도 같은 날짜 기사에 “부총리 후보군은 조윤제 주미 대사와 전 정부에서 정무직을 지낸 신제윤·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까지 넓혀진 상태”라고 보도했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7월18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기에 이데일리는 경제부총리 후보군에 앞서 거론된 인물 외에 은성수 한국수출입은행장,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주형환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등도 열거했다. 이 매체는 정책실장 후보군으로 정태호 일자리수석, 이동걸 산업은행장,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조윤제 주미대사 등을 하마평에 추가했다. 뉴스1과 동아일보 등도 이 같은 인물군을 거의 동일하게 보도하고 있다.

이 같은 인물이 언론지상에 후임 경제사령탑으로 오르내리자 우려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경실련 재벌개혁위원장을 맡고 있는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그동안 두 사령탑을 빨리 교체하라고 해온 사람으로서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로 교체한다면 교체를 안하느니만 못하다”라며 “이런 교체는 왜 하는가. 이건 더 보수회귀하는 방향이며 거꾸로 가기 시작하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언론에 보도된 관료위주의 인물로 경제사령탑을 교체한다면 대통령의 경제인식과 비전이 의문시될 수밖에 없다”며 “문제가 많다. 정말로 이런 식의 인사가 나오면 기대를 접어야 한다. 정부는 이제 경제개혁한다는 말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등 과거 정부 경제팀을 맡았던 인사가 거론된 것을 두고 박 교수는 “임종룡 뿐 아니라 김동연 부총리도 그런 사람 아니냐. 이는 옛날에 했던 방식으로만 경제를 운용하려하고, 재벌개혁은 겁이나서 ‘그(재별개혁) 외엔 없냐’라면서 다른 걸 찾고 있다”며 “문제는 그런 사람들을 쓰니까 문제다. 재벌중심의 정책으로 전환하면 유일하게 보수정권과 다른 ‘친노동’도 계속 갈 수 없다”고 우려했다.

박 교수는 과거 보수정부가 재벌주도성장과 정부의 연구개발비 지원을 통한 낙수효과로 경제를 이끌어가려 했다면 새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분수효과를 얻고자 한다며 문제는 각종 지표와 여론에서 밀리니 ‘분수효과’를 포기하고 다시 실패한 ‘낙수효과’에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결국 경제기득권 털끝만큼도 못건드리겠다는 것으로 끝날 우려가 있다. 만약 이런 경제사령탑 교체라면 안하니만 못하다”라고 말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집행위원장(회계사)도 5일 “어느 시점부터 우리도 김동연 장하성 두 사령탑의 인적쇄신을 요구했다. 경제성장 지표가 아니라 촛불 시민의 요구인 재벌개혁을 단 한 걸음도 진척시키지 못했고, 이런 난맥상 해결 위해서는 두 경제포스트의 쇄신을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장은 “그러나 임종룡 전 위원장 등 기존 관료들이 하마평에 오르고, 경제 실권을 잡고 있는 이른바 ‘변양균 라인’의 인사들이 계속 이름에 오르내리고 있어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특히 임종룡씨는 박근혜 적폐 정권의 경제관료인데, 이런 인물까지 거론되는 현실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이같이 거론되는 이유를 두고 김 위원장은 “그동안 진보진영이나 시민단체의 요구가 경제분야에 반영된 유일한 것이 최저임금 인상 뿐인데, 이것 하나갖고 재벌개혁이나 다른 어떤 개혁을 유발할 수 있겠느냐”며 “애시당초 재벌개혁 의지도 없고, 인적구성도 없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인사에서마저 보수적이고, 관리형 인사를 앉힌다면 시민들의 요구에 반하는 반동적인 의미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여권은 인사 하마평은 추측성 보도일 뿐이니 실제로 어떻게 이뤄질지 지켜보자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과거 정부 인사가 하마평에 보도되는 것은) 야당이 원하니까 그런 것이고, 야당의 희망사항일 것”이라며 “거론되는 것일 뿐, 실제 인사권자가 검토하는지는 봐야 한다. 인사문제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7월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해 7월20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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