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여야정 국정운영 상설협의체를 통해 방송법 개정안을 논의하기로 하면서 주목된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5일 오전 11시20분부터 2시40분 동안 청와대 접견실에서 개최됐다.

이날 오후 여야 5당 대변인은 청와대 춘추관에서 공동브리핑을 열어 합의한 12개항을 발표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10번째 합의문을 통해 “방송의 독립성과 공정성이 민주주의를 위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하고 방송법 개정안을 본격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지부진했던 방송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여야정이 나서 개정안을 도출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5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이 11월5일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여·야·정 상설협의체 첫 회의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문재인 대통령,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사진=청와대
기존에는 공영방송 사장 선출 권한을 갖는 공영방송 이사를 정부여당과 야당이 나눠 갖는 구조로 돼 있어 방송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방송법 개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던 이유다.

하지만 각 당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의 이사 추천권을 쉬이 포기하지 않으면서 정부 출범 이후에도 입법 논의가 진전되지 못했다.

지난 2016년 7월 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무소속 의원이 발의했던 방송법 개정안은 ‘김재철 방지법’이라 불리며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개정안 처리를 주장했지만 법안에 담긴 사장 선임시 특별다수제 내용이 야당 이사 일부의 동의를 받게 해 여야 합의를 강제하도록 하면서 언론계에선 이를 뛰어넘는 내용으로 방송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예를 들어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국민 200명으로 구성된 이사추천국민위원회가 KBS 이사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위원회 이사, EBS 이사를 추천해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제청해 대통령이 임명하는 내용의 방통위설치법 개정안, 방송법 개정안, 방송문화진흥회법 개정안, 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한 바 있다.

전국언론노조는 “방송법 개정안은 정치권의 공영방송 이사 추천을 배제하고, 지난 ‘신고리 공론화위원회’의 시민참여단 구성 등의 방법으로 일반시민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한편, 공영방송의 직능단체, 방송사업자 및 종사자, 각 분야별 시민단체의 추천권을 확대하는 방향이 검토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017년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방송통신위원회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이 법안이 통과된다면 어느 쪽으로도 비토를 받지 않은 사람이 사장으로 선임되지 않겠느냐. 온건한 인사가 선임되겠지만 소신 없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사장 선임 특별다수제 내용이 포함된 방송법이 개정되면 무색무취의 인사가 오게 되고 방송의 독립성은 오히려 퇴색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여야정 상설협의체에서 방송법 개정안을 본격 논의하기로 합의한 것은 진전된 내용이지만 정치권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은 것부터 방송법 개정안 논의의 단초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또다시 각 공영방송의 이사 수 조정, 이사 추천권한 배정, 사장 선임 요건 등을 두고 치열한 수싸움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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