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신인 배우였던 고 장자연씨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검찰 재수사 후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49)씨가 법정에서 “몹시 억울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조씨 측 변호인에 따르면 장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 발생 당시 목격자였던 윤아무개씨(전 장자연 소속사 동료)를 제외하고 조씨와 함께 술자리에 참석했던 이들 모두 검찰 재조사에서 ‘조씨가 장씨를 추행하는 걸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5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0단독 권희 판사 심리로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 사건 첫 공판이 열렸다. 이날 조씨는 변호인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지만, 혐의 관련 변론은 모두 변호인이 대신했다. 조씨는 공판이 끝난 후에도 기자들에게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조씨는 2008년 8월5일 오후 10시 반~11시 반경까지 사이에 서울 강남구에 있는 모 가라오케에서 연예기획사 대표(김종승) 생일 축하 자리에 참석한 피해자(장자연)가 테이블 위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보고 갑자기 손으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당겼다”며 “조씨의 무릎 위에 앉힌 다음 손으로 피해자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방법으로 추행해 형법 제289조 적용한다”고 기소 의견을 밝혔다.

검찰이 적용한 형법 제289조(강제추행)에 따르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추행을 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지난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 등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지난 2009년 3월7일 신인 배우였던 장자연씨가 자신의 이름과 사인, 지장 날인 등이 적힌 자필 문건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진=노컷뉴스
하지만 조씨는 ‘김종승 대표의 생일 축하 자리에 참석한 것은 맞지만 신체 접촉은 전혀 없었다’고 부인했다. 조씨 측 변호인은 “그 자리는 고인(장자연)이 소속된 소속사 대표의 생일잔치 날이었다. 그날 소속사 대표를 포함해 7~8명이 참석한 자리에서 고인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춤췄는데 그런 상황에서 어떤 강제추행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공개된 장소에서 피고 입장에서 보면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있는 자리에서 도저히 그런 범행을 할 수 없다”면서 “그런 범행이 있었다는 사람은 단 한 사람(윤씨)이고, 나머지 사람들은 그런 범죄행위가 없었다고 얘기하고 있는데 수차례 거짓말한 한 사람 말만 믿고 (검찰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검찰은 조씨의 혐의를 입증할 핵심 증인인 윤씨가 현재 국외에 체류 중인데 이달 중순경 귀국 의사를 밝혀 재판부에 증인신문 기일을 오는 19일~23일 사이에 잡아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달에 재판 일정이 모두 잡혀있는 관계로 다음 달 3일 윤씨를 먼저 증인으로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이에 검찰은 “(윤씨가) 연말에는 좀 힘들다고 얘기해서 상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배우 고(故)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오른쪽)가 5일 오전 첫 공판이 끝난 후 법정을 떠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 배우 고(故) 장자연씨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조선일보 기자 조아무개씨(오른쪽)가 5일 오전 첫 공판이 끝난 후 법정을 떠나고 있다. 사진=강성원 기자
그동안 검찰 과거사위와 대검 진상조사단에선 조씨 관련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은 점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원래 과거사위 활동 기한은 한 차례(3개월) 연장돼 조씨의 첫 공판이 열린 이날까지였다가 지난달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조사가 충분히 되지 못한 채 종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후 더 연장하기로 했다.

대검 조사단은 최근 검찰 수사기록에 첨부돼 있지 않았던 장씨의 통화기록을 당시 수사 검사를 통해 입수하고, 사건 수사 초기 경찰의 압수수색도 매우 부실했음을 확인했다.

최근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등 장씨의 통화기록 관련 추가 관련자들이 나오고, 조사단이 지난달 28일 경찰의 압수수색 관련 문제점을 발표한 것도 9년 전에 이뤄진 검·경 수사의 증거가 일부 소실되거나 충분히 남아있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조사단 입장에선 추가 증거와 증언 확보에 시간이 쫓기던 상황에서 활동 기한 연장은 불가피했다.

▲ 지난달 2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 지난달 28일 JTBC ‘뉴스룸’ 리포트 갈무리.
그런데 검찰과 법원은 미온적이었다. ‘장자연 리스트’ 관련자들의 추가 증언과 증거가 나올 수 있는 조씨의 재판은 원래 지난 8월13일었지만, 조씨 변호인이 두 번이나 기일 연기를 신청해 3달 가까이 미뤄졌다. 과거사위 활동 기한이 연장되지 않았다면 조씨 재판 증인 신문도 하기 전에 장자연 사건 조사는 끝날 수밖에 없었다.

재판부는 다음 달 3일 조씨의 강제추행 혐의 목격자인 윤씨를 불러 증인 신문과 변호인 반대 신문을 하고 나머지 증인들은 이후 한 번에 불러 신문하기로 했다. 하지만 증인들의 출석이 미뤄진다면 공판은 해를 넘겨 진행될 수도 있다. 검찰과 변호인이 합의한 증인은 윤씨와 김종승 대표, 조아무개 가라오케 영업사장, 변아무개·이아무개(당시 B사모투자펀드 공동대표) 등 5명이다.

앞서 2009년 수사 당시 경기 분당경찰서는 장씨에 대한 강제추행과 강요방조 혐의를 인정해 조씨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지만, 검찰에서 결과가 뒤집어졌다. 수원지방검찰청 성남지청(김형준 검사)은 2009년 8월19일 장자연 사건 최종 수사결과를 발표하며 조씨의 범죄사실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관련기사 : 장자연 성추행 조사받던 조선일보 전직 기자 ‘의문’의 무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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